국립창극단, 차범석 <산불> 새로운 스타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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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초연 후 반세기 동안 연극, 오페라, 뮤지컬로 꾸준히 재탄생해온 차범석의 대표작 <산불>이 창극으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이 이끄는 이번 공연에는 김준수, 이소연 등 국악계 스타들이 참여해 1천 그루의 대나무 등으로 구현한 대형 무대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희곡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1951년, 전쟁으로 노인과 과부들만 남은 지리산 근방의 한 마을에 빨치산 무리에서 도망쳐 나온 젊은 남자 규복이 숨어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규복을 뒷산 대밭에 숨겨주고 깊은 관계를 맺는 과부 점례, 점례에게 규복을 함께 돌보자고 제안하는 또 다른 과부 사월 등 극한 상황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여러 인물들의 욕망과 비극을 그린다.
 
(왼쪽부터) 김성녀 예술감독, 이성열 연출, 최치언 작가

“우리나라 희곡을 대표하는 <산불>이 창극으로 잘 만들어져 대극장뿐 아니라 소극장 레파토리로도 자리 잡았으면 한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바람을 밝혔다. <산불>은 이전에도 창극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번 공연은 전통 판소리의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타일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극단 백수광부 대표이자 연극 <벚꽃동산><과부들> 등을 이끌어온 이성열 연출과 <언니들>의 최치언 작가, 영화 <부산행><곡성>의 장영규 작곡가, <코카서스의 백묵원>의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이번 공연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이성열 연출은 “사실주의적 틀을 벗어나 좀 더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전쟁과 욕망의 소용돌이를 과감하게 표현하는 무대를 준비 중”이라고 <산불>의 연출 방향을 밝혔다. 음악과 무대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를 통해 원작의 주제를 보다 풍성하게 드러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죽은 자들, 까마귀들 등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을 극에 넣었다는 최치언 작가는 “’욕망’이라는 것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전쟁 속에서 욕망이 여성들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그것이 무대에서 재미있게 그려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장영규 작곡가, 이태섭 무대디자이너

“국립창극단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산불>의 배경인 1951년 지리산 자락에서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산불>에 합류한 장영규는 이번 공연의 음악스타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창극에 처음 도전하는 그는 전통 판소리의 본질을 살리되 한층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판소리와 전통 민요를 분절하고 재조합하는 작업을 거쳤다고.
 
이번 공연은 내년 1월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가는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마지막 창극이기도 하다. 해오름극장의 대형 무대 위에 1951년 지리산의 풍경이 어떻게 구현될지도 주목된다. 이태섭 무대디자이너는 1천 그루의 실제 대나무로 숲을 만들고, 추락한 미군 폭격기와 소용돌이를 연상시키는 나선형 회전 무대 등을 통해 전쟁의 처절한 상황을 시각화하겠다고 밝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이소연, 류가양, 김준수, 김금미, 유수정, 박성우

<산불>에는 뮤지컬 <서편제><아리랑>의 이소연과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를 비롯해 약 50여명의 소리꾼이 출연한다. 이소연은 주체적으로 사랑을 선택하는 여성 점례로, 김준수는 빨치산에서 도망쳐 나온 규복으로 분한다. 자신의 욕망을 거침없이 추구하는 사월 역 류가양, 김준수와 규복 역에 더블캐스팅된 박성우는 이번에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신예다. 이들과 함께 유수정·김금미가 각각 점례의 시어머니 양씨와 사월의 시어머니 최씨를 맡아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들은 공연을 앞두고 입 모아 기대감을 표했다. 유수정은 “8~9년 전 <산불>을 전통 창극으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형식이 좀 다를 것 같다. 영화음악을 하는 분과 작업하는 것이 처음이라 어떤 작품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고, 이소연은 “예전에 본 <산불> 속 점례는 전형적인 여성상이라고 느꼈는데, 이번 대본의 점례는 주체적인 여성이다. 음악적인 변화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산불>이 탄생할 것임을 예고했다.
 
국립창극단의 <산불>은 오는 10월 25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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