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연습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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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외로워."
“누구나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랑 함께 있는 게 훨씬 더 외로워. 혼자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그 사람이 나 사랑해주지 않으면”
“차라리 혼자 살래?”
“아니, 싫어.”


이들도 한 때 사랑했을까? 사랑을 갈구하는 여인 마가렛. 이를 무시하는 브릭은 부부 사이다. 벽을 하나 사이에 둔 것 같은 이들의 대화는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다음달 18일 무대에 오르는 연극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의 한 장면이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는 우리에게는 <유리 동물원><욕망이란 전차의 이름>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테네시 월리엄스의 작품이다. 연극 외에도 1959년 엘리자베스 테일러, 폴 뉴먼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그동안 작가의 다른 희곡들에 비해 무대에서 잘 접할 기회가 없었던 이번 작품은 <블랙버드><거미여인의 키스>등을 작업한 문삼화 연출이 직접 번역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 26일, 기자가  방문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오페라연습실에는 작품의 배경이 되는 폴리트家의 대저택이 세트로 들어와 있었다.

먼저 선보인 1막의 첫 부분을 위해 브릿 역의 이승주, 마가렛 역의 우정원이 등장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가슴 속 아픈 상처를 찌르며 날 선 대화를 주고 받았다. 섬세하고 예리한 대사 속에 존재하는 불안한 감정들이 날 것 그대로 펼쳐졌다.

이어 펼쳐진 3막에서는 브릭의 아버지 빅대디의 병원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가족들이 모이고, 충격적인 결과에 가족들간의 갈등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우정원은 “이 극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뜨거운 양철지붕 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고양이 같은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저마다 가슴 안에 뜨거운 갈등이 있다”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책을 읽었을 때는 50년대 작품이라, 과연 지금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이 됐었다. 연출님이 몇 개월에 걸쳐 번역을 해서 현대적 언어로 바꾸어 그 대본으로 연습을 하다 보니 요즘 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이 없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4월 <세일즈맨의 죽음> 이후 오랜만에 작품에 참여하는 이승주는 즐겁게 작업에 임하고 있다며 서두를 뗐다. 아직 스케치 단계라 더 구체화가 되면 여러가지 감정이 더 생길 것이라고 단서를 단 그는 “브릭은 허위 속에 본인을 꽁꽁 감추고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게속 망가진 삶을 자초해서 사는 인물이다. 마가렛과 브릭. 둘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같은 작가의 작품 <유리 동물원>에도 참여한 적 있던 이승주는 “전작에서 톰도 그렇지만 이 작품의 브릭도 작가의 자전적 삶이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대본 리딩을 하고 브릭에 대해서 분석하는 과정 속에 어쩌면 톰보다도 브릭이 작가 자신을 더 투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 작가만큼 인간을 깊이 파헤치는 작가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강조하며, "인간이 가진 허위, 욕망, 거짓, 위선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그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혹은 단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 돈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뜨겁게 분석하고 뜨겁게 연습해서 객관적으로 보여드리는 것이 저희 창작진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공연은 오는 10월 18일 개막하여 11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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