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로 시작된 갈등, 우리 사회 축소판 담았다 <옥상밭 고추는 왜>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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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부분에서부터 사는 이야기를 찾고자 했다.”(장우재 작가)
 
옥상 위 작은 텃밭에 심은 고추에서 비롯된 큰 다툼, 재개발을 앞둔 한 빌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가 지난 13일 개막했다. 서울시극단이 선보이는 창작극으로, 단장인 김광보 연출과 장우재 작가의 만남으로도 일찍이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서울시극단은 공연에 앞서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낡은 가구와 빨래 건조대, 부러진 옷걸이 등이 여기저기 놓인 3층 빌라가 무대 위에 세워져 있고, 여기서 저마다 다른 사정을 가진 주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작된 이 빌라의 일상은 옥상 밭에서 자라던 ‘고추’ 때문에 흔들린다. 재개발에 반대하던 고추 주인 광자를 미워하던 201호의 현자가 고추를 모두 따가며 광자에게 모진 독설을 내뱉은 것. 그 충격에 광자는 쓰러지고, 이를 목격한 301호 주민 현태가 분개한다. 그렇지 않아도 주위의 무시에 화가 났던 무명 배우 현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살인”이라며 친구들을 동원해 시위를 벌인다.
 
이어지는 소동 속에서 현태에게 찬동하는 사람들과 현태를 비난하는 사람들, 이 소동에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 등 가지각색의 인간 군상이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 작가의 의도대로 ‘옥상 밭 고추’라는 작은 사물에서부터 번진 사건이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작품.

 
이번 연극은 김광보 연출이 서울시극단장으로서 <나는 형제다>(2015) <함익>(2016)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창작극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광보 연출은 “창작극을 개발하고 공연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지만, 이런 작을을 하는 것이 공공극장의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빌라’라는 공간을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할지를 많이 고민했다는 김광보 연출은 “얼마 전 광장에서 있었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사이의 갈등이 무대 위에 투영됐다. 여기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은 모두 광장에서 볼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설명했다.
 
현태, 광자, 현자 등 극 중 인물들은 우리 사회의 서로 다른 입장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 닮은 사람들이기도 하다. 장우재 작가는 “현태에게도 ‘쓰레빠 청년’ 같은 모습이 있고, ‘쓰레빠 청년’에게도 현태같은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인물들에게서 서로 겹쳐 보이는 모습이 잘 보여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이날 첫 공연을 앞두고 “떨리고 긴장된다”며 입을 모았다. 현자 역 고수희는 극 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믹스커피도 돈이야’라는 대사를 꼽으며 “작은 돈도 절약해가며 살아온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현태 역 이창훈은 극 중 현태의 어머니가 말하는 ‘부끄럽잖아’라는 대사를 꼽으며 “우리 어머니도 내가 30대 초반이 될 때까지 나를 그런 마음으로 지켜보셨을 것 같아 마음을 파고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배우들이 극 중 펼쳐지는 이야기와 대화들에 깊이 공감한 듯 했다.
 
연극 <옥상 밭 고추는 왜>는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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