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서정적인 스릴러라니, <라빠르트망>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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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푸르른 날에>, 뮤지컬 <아리랑> 등을 이끌어온 고선웅 연출의 신작으로 일찍부터 기대를 모았던 <라빠르트망>이 지난 18일 막을 올렸다. 1996년 모니카 벨루치와 벵상 카셀이 주연을 맡아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영화 <라빠르망>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개막일 언론에 일부 공개된 이 작품은 서정적인 분위기와 차곡차곡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탄탄한 구성으로 본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내가 사랑할 때,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의 이야기.”
 
고선웅 연출은 연극 <라빠르트망>을 이렇게 정의했다. 프랑스 감독 질 미무니가 직접 쓰고 연출한 원작 <라빠르망>은 여섯 남녀가 보여주는 사랑의 여러 모습을 포착해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결합한 스토리에 담아냈고, 이 영화에 매료된 고선웅은 직접 질 미무니를 만나 라이선스를 획득, 자신만의 스타일로 무대화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어긋나는 이 시대의 복잡한 사랑의 의미를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로 돌아가 되짚어보고 싶었다”고.
 
연출의 말대로 이날 공개된 70여분의 장면에서는 아직 핸드폰이 없던 시절 남녀가 서로 반하거나 애타게 엇갈리고 망설이는 사랑의 여러 순간이 촘촘히 교차되며 부드러운 아날로그 감성을 자아냈다.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의문스러운 행동이 점차 미스터리 서사를 구축하며 긴장감을 조성한다. 무대 뒤쪽 여러 개로 나뉘어진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도 각 장면과 적절히 어울리며 분위기를 짙게 했다.
 
“원작은 몽타주 기법이 잘 들어간 클리쉐하지 않은 영화다. 연극만의 장점을 어떻게 잘 살려 보여줄지 고민하다 보니 이런 무대가 나왔다. 영화와 똑같은 스토리텔링을 가져가면서도 연극적인 플롯과 정서로 접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고선웅 연출은 작업 과정을 이같이 설명하며 “작업 자체가 재미있고 스릴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20년 전 개봉된 영화를 무대화하는 것에 대해 “이 시대에도 필요하고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고 확신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뜨거움과 차가움을 오가며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을 연기한 배우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연극은 스타 배우 오지호와 발레리나 김주원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오지호는 영화에서 뱅상 카셀이 연기했던 막스로, 김주원은 막스를 사로잡은 아름다운 여인 리자로 분한다. 여기에 최근 <더 킹>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소진이 극 중 인물 관계의 키를 쥔 알리스를 맡았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잠을 뒤척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말로 긴장감을 토로한 오지호는 “처음 막스라는 인물을 접했을 때보다 연습하면서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됐다. 관객 분들이 막스를 바람둥이 기질의 남자로 생각하실 수 있는데,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그를 그리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지근한 건 싫어. 엄청 차갑거나, 뜨겁거나”라는 대사로 리자라는 인물을 표현한 김주원은 “평생 발레리나로 살다가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게 되는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매력적이고 멋진데 어렵기도 하다. 무궁무진하게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에 고선웅 연출은 김주원 배우를 가리켜 “연극에서는 말보다 존재감이 중요한데, 김주원은 그런 존재감을 갖고 있다. 금방 금방 색을 바꿔 팔색조 같고 자유롭다. 전도유망한 배우”라며 힘을 실었다.
 
극의 중요한 실마리를 쥔 알리스 역의 김소진은 “알리스에게는 어떤 사랑이 진짜 사랑이었는지 고민하며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며 “때로는 말보다 침묵에서 더 많은 것들을 읽어낼 때가 있다. 주원 언니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보다 움직임에서 감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더라. 나도 그런 부분을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극 <라빠르트망>은 오는 11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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