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했던 대학로 새롭게 바라보기. 체험형 연극 <로드씨어터 대학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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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교차하는 가을 오후, 대학로 거리에는 민트색 헤드폰을 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줄지어 다니며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렸다. 새로 출시된 헤드폰 홍보를 위한 플래시몹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이들은 체험형 공연 <로드씨어터 대학로2>를 즐기는 관객들이다. 그들이 쓴 헤드폰에서는 대학로 곳곳의 의미에 대해 조곤조곤 속삭여주는 내레이션이 나오고 있다.

<로드씨어터 대학로2>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머시브 연극(Immversive Theater)’의 범주에 속한다. 이머시브 연극은 무대와 객석을 구분 짓지 않고 관객들이 작품의 전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의 공연이다. 이런 형식의 공연에 참여하는 관객들은 단순한 시청각뿐만 아니라, 만지고 냄새 맡으며 오감으로 예술을 체험하게 된다. 어느 날씨 맑은 가을 오후 <로드씨어터 대학로2>의 관객이 되어 대학로 거리로 나서봤다.

 

1부 : 헤드폰 끼고 대학로 걷기

문학적 감성으로 대학로를 새롭게 보다

 

대학로예술극장에서 티켓과 헤드폰을 받은 관객들은 스마트폰으로 로드씨어터 모바일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화면에 티켓 번호를 입력하면 내레이션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가 열린다.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 관객들은 동시에 스마트폰에서 내레이션 재생버튼을 누르고, 활기찬 인트로 음악을 들으며 가이드를 따라 대학로 거리로 나선다.

 

내레이션은 ‘빨강머리 소녀’와 ‘남자’의 대화로 진행된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을 모티브 삼은 빨강머리 소녀는 소설 속 ‘앤 셜리’처럼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을 색다른 시각으로 묘사하고 남자는 소녀와의 대화를 통해 익숙하던 대학로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헤드폰을 쓴 관객들은 남자의 시점을 따라가며 이제껏 몰랐던 대학로의 면모를 발견하게 된다.

 

내레이션은 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의 이희준과 드라마 <질투의 화신>의 박진주가 맡았다. 박진주는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로 빨강머리 소녀를 연기하고 이희준은 담백한 음색으로 관객들이 차분히 감성에 젖어들 수 있도록 안내한다.

 

관객들은 1시간 남짓 동안 대학로 구석구석을 걷게 된다. 공연장과 전시장에서 예술가들의 활기를 느낄 수 있는 혜화역 1, 2번 출구부터 고즈넉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울대 병원 안 ‘경모궁’(사도세자의 사당), 식당과 카페가 즐비한 4번 출구 앞 대명거리까지 대학로의 여러 얼굴을 마주하게 되는 코스다.
 

2부 : 대학로를 살아가는 일반인들의 이야기

내레이션 투어 마친 후 극장에서 2부 공연 시작

 

걷는 중에 마주치게 되는 행인 중 몇몇은 <로드씨어터 대학로2>의 배우들이다. 리어카를 끄는 남성, 화단에 물을 주던 여성, 손녀와 병원 앞 길을 거닐던 할머니 등 거리의 풍경 속에 숨어있던 배우들은 걷기 코스가 끝난후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진행되는 2부 공연의 무대에 선다. 이곤 총연출은 지난해 선보였던 <로드씨어터 대학로>가 “인위적으로 삽입된 연극적 장면들이 어색하다”라는 평을 받았던 점을 고려해 배우들이 최대한 거리의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연출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선보인 <로드씨어터 대학로>가 배우들의 삶을 조명했던 것과 달리, 올해 <로드씨어터 대학로2>는 대학로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며 지난 시즌과의 차이점을 밝혔다. 이런 연출 의도에 따라 배우들은 대부분 한두 번 무대에 서 봤거나, 연기 경력이 없는 일반인으로 캐스팅됐다. 창작진은 충분한 인터뷰를 거쳐 배우들의 인생이야기를 그대로 살려 극본을 썼다. 배우 29명의 각기 다른 이야기는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무심히 걷던 대학로 거리를 예술적 정취가 깃든 또 하나의 무대로 느껴지게 만드는 체험형 연극 <로드씨어터 대학로2>는 10월 29일까지 금, 토, 일요일 공연을 이어간다.  

글 :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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