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청춘, 우리의 이야기죠˝ <칠서> 박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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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예능 <팬텀싱어2>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바로 감성 보이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으며 <팬텀싱어2> 결승에 진출한 뮤지컬 배우 박강현이다. <팬텀싱어2>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사실 뮤지컬 계에선 일찌감치 라이징 스타로 주목을 받은 신예. 훈훈한 외모, 안정된 가창력으로 <베어 더 뮤지컬>, <나쁜자석>, <이블데드> 등 여러 작품에서 일찌감치 주연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기 때문.

매체와 무대를 넘나들며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오는 11월, 서울예술단의 신작 <칠서>에서 광해군 역으로 무대에 선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비운의 왕, 광해를 맡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광기 넘치는 카리스마를 선보일 예정. <칠서> 공연 연습과 <팬텀싱어2> 결승 준비로 한창 바쁜 그를 예술의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요즘 정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바쁘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바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공연 준비는 준비대로, <팬텀싱어2> 준비는 준비대로 하려니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 인기는 실감하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밖에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알아보는 사람도 많지는 않은 것 같다. (기자 : 생방송 경연을 하고 나면 제대로 실감하지 않을까 싶다) 맞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직까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서울예술단 신작 <칠서> 출연하는 박강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 '광해군'의 모습 선보일 것

 
- 바쁜 와중에 서울예술단의 신작 <칠서>에 출연하게 됐다. <칠서>는 어떤 작품인가?
조선 광해군 시절, 세상을 바꾸고자 했지만 역사의 희생양이 된 일곱 서자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칠서지옥’이라고 불리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픽션을 가미해 만들었다. 실제 이 사건으로 인해 허균이 <홍길동전>을 집필하게 됐다고 하더라. 연습하면서 씁쓸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평등하지 못하게 태어나 그 시대에 겪어야 했던 사람들의 고충들이 지금의 현대사회의 모습과 참 많이 닮았더라.

- 서울예술단과의 작업은 처음 아닌가. 예술단 단원들을 비롯한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지난해 서울예술단의 대표 작품인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고 색다른 느낌을 받았었다. 투입되는 인원 규모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른 작품과는 달랐다. '언젠가는 한 번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온 것 같다. 서울예술단만의 체계적인 시스템 안에서 재미있게 공연을 준비 중이다. 다만 처음으로 높은 신분인 왕 역할을 맡다 보니 부담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더라. 아무리 연기지만 선배인 영수 형(박영수)이나 원영이 형(정원영)에게 반말하고, 소리를 지른다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즐기려고 하고 있다. (웃음)

- 박강현이 연기하는 ‘광해’는 어떤 캐릭터인가. 기존에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다뤄졌던 인물이기에 새롭게 표현해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었을 것 같다.
기존의 영화 등을 통해 광해를 접한 적은 있었지만 거기에 갇히지는 않으려고 했다. 그 인물 자체에 집중해서 연기하다 보면, 나만의 캐릭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광해는 한없이 겁이 많고 나약하지만, 히스테릭한 인물이다. 자기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는 광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광해도 결국 살아남아야 했으니깐. 왕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쌓아가기 위해 힘쓰는 모습에 초점을 맞췄다.

- 그렇다면 광해를 연기하면서 본인과 닮았다고 느낀 점은 없었나.
기본적으로 캐릭터를 분석할 때 내가 갖고 있는 접점을 찾고, 거기에서 살을 붙여 나가는 편이다. 광해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광해처럼 나 역시도 다혈질적인 면이 조금은 있다. 참고 참았다가 한 번에 폭발시키는 분노의 감정들을 캐릭터 속에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난 광해처럼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성격은 아니다. (웃음)
 
이나영으로 시작된 배우의 꿈
사투리 극복하고 연기 매력에 푹 빠져


- 잘못된 세상을 바꾸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칠서>의 이야기를 보면, 노력해도 계속 좌절할 수밖에 없는 요즘 시대 청춘의 모습과 겹쳐지더라. 박강현은 배우를 준비하면서 좌절했던 적은 없었나? 원래 꿈은 과학자였다고 들었다.
맞다. 어렸을 땐 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러다 고1 때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작품을 보고 이나영 배우에게 푹 빠졌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연기자의 꿈으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다. 이전에 연극 동아리를 해본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몰랐으니깐. 고향이 대구이다 보니 표준어로 말하는 것 자체도 정말 어색하더라. 원래 성격 자체도 내성적이기도 하고.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독백 하나를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면서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다 보니깐 되긴 하더라.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버텼던 것 같다.

- 배우라는 꿈을 이뤄보니 어떤가.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연기가 정말 재밌다. 데뷔 초에는 나도 무대 위의 저 배우들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었다. 그런데 무대에 계속 오르다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쌓이면서 연기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 출연한 작품들이 늘어날수록 부담감도 커지지만, 초심을 잃지 않으며 열심히 하려고 노력한다. 물론 가끔 좌절할 수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고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직장인들도 3년 차엔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혹시 3년 차 배우로서 느끼는 고민이나 걱정은 없나?
공연이 없는 날이나 작품을 하지 않을 때는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다. 집에서 드라마를 보거나 빈둥거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더라. 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괜히 잡념만 많아지더라. 괜히 공허해지는 기분이 들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쓰지 못할 때 슬럼프 아닌 슬럼프를 겪는 것 같다.
 
<팬텀싱어2>는 새로운 도전
우승에 대한 욕심보다는 무대에 최선 다할 것


- 그래서 <팬텀싱어2>에 출연하게 된 건가.
맞다. 요즘은 그럴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것 같다. 처음에는 <팬텀싱어2> 출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괜히 나가서 잘 못 해내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앞서더라.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도전의 연속인데, 이게 내 인생에 있어 또 하나의 도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예선 통과만 하자는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결승전까지 올라오게 되어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 방송을 보니 다양한 장르를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잘 소화해내는 모습이 놀랍더라. 직접 출연해보니 어떻던가.
사실 음악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함께 출연한 동료들과 중창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것들을 익혔고, 그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음악도 많이 알게 됐고. 이 프로그램이 아니면 언제 이탈리아어로 된 노래를 해보겠는가.

- 누구에게 가장 많은 도움을 받았나.
주택이 형한테 가장 많이 의지했다. 주택이 형은 싱어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가르치는 능력도 훌륭하다. 기본적인 발성부터 여러 가지를 배웠다. 뮤지컬에서 잘 쓰지 않은 발성도 알려줬는데, 참 신기하고 짜릿했다. 여러모로 좋은 경험인 것 같다.

- 오는 3일에는 생방송 경연도 치른다. 긴장되진 않나?
물론 경연장에 가면 긴장되겠지만 아직까진 실감 나진 않는다. 매번 하던 것처럼 하려고 한다.

- 우승하면 어떨 것 같나.
너무 좋을 것 같지만 일단은 우승 생각은 접어두고 무대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리고 굳이 우승을 못 하더라도 괜찮다. 그동안 해왔던 게 헛된 건 아니라고 생각하니깐.

사랑에 서툰 학생 연기할 <광화문 연가>
모두에게 자극을 주는 배우 되고파


- 오는 12월엔 <광화문 연가>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광화문 연가>에선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가.
<광화문 연가>에선 왕의 신분을 버리고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간다. (웃음) 부끄러운 학생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첫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하는 서툰 실수들이 있지 않나. 누구에게 한 번쯤은 있었을 법한 그때의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많은 사람에게 자극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후배들에게도 선배들에게도, 심지어 관객들에게도 열정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그런 사람. 물론 나 역시 지칠 때도 있겠지만, 그럴 때 더 열심히 패기 있게 해내서 극복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

- 대체 박강현의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나.
그냥 내가 선택한 일이니깐 끝까지 잘 해내겠다는 일종의 책임감? 그게 멋진 거 아닐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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