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힘은 대단” 원작의 맛 충실히 살린 연극 <리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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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원작 희곡을 충실히 살린 연극 <리어왕>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9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엿본 <리어왕>은 특별한 양념을 가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훌륭한 고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리어왕>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1608년 간행된 작품이다. 늙은 왕 리어가 믿었던 딸들에게 배신당하는 과정을 그려낸 이 연극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 교훈을 준다.

 

이번 공연을 만든 제작사 도토리컴퍼니의 이종석 대표는 “지난 2014년 국립극장에서 상영됐던 NT라이브 영상을 통해 <리어왕>을 접했는데 이런 작품을 영상으로만 봐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이 남았다. 원전 그대로 올리는 작업은 너무 어렵고 돈도 많이 들지만 연극인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제작의도를 전했다.
 

프레스콜 시연은 리어왕이 세 딸에게 ‘효심 테스트’를 진행하는 1막 1장으로 시작됐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감언이설로 과장해 표현하고, 기분이 좋아진 리어왕은 두 딸에게 국토를 전부 내어준다.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화려한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진심어린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셋째 딸 코델리아는 다소 덤덤한 효심 표현으로 리어왕을 분노케 한다.

 

리어왕 역은 TV, 영화, 무대를 활발히 오가는 배우 안석환, 손병호가 함께 맡았다. 손병호는 일상어와는 거리가 있는 고전체 어투를 훌륭히 소화하며 극을 이끌어간다. 그는 “대극장에서의 대사 전달법, 표현법이 조금 익숙치 않아서 힘들었지만 역시 셰익스피어의 힘은 대단한 것 같다. 그의 희곡은 보편성, 타당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며 작품에 대한 생각들을 밝혔다. 이에 덧붙여 손병호는 “<리어왕>의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상황과도 비슷하다. 부권이 상실되고 재산 없으면 쫓겨나는 부모들은 오늘날에도 있지 않나”라며 작품이 오늘날의 관객들에게 던지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둘째 딸 리건 역을 맡은 이태임은 처음 연극 무대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어색함 없이 극에 녹아들었다. 다만 성량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태임은 “데뷔 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있었다. 첫 연습 때는 몸까지 떨릴 정도로 긴장됐는데 워낙 다른 배우들이 잘 챙겨줘서 나아졌다.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행복한 작업”이라며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태임과 함께 리건 역을 맡은 이은주는 “배역을 맡기 전에는 단순하게 리건이 못된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배역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리건은 겁이 많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은 욕심 때문에 아버지를 내치는 실수를 저지르고 그 일에 대해 스스로 겁을 내면서 또다른 실수들을 저지른다. 그런 과정이 이어지면서 파멸해가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인물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수없이 재해석되고 각색된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속에서 원전의 맛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연극 <리어왕>은 오는 11월 26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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