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다, 기대된다! 대극장 초연 창작뮤지컬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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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은 공연 관객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관극 일정을 짜는 시기다. 장르와 규모를 불문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이 줄지어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다수의 인기작이 무대로 돌아오는 가운데, 대극장 신작 뮤지컬 세 편이 개막을 앞두고 있다. 모두 쟁쟁한 스텝들과 배우들이 합류해 일찍부터 화제에 오른 작품이다. <햄릿:얼라이브>부터 <모래시계>와 <광화문연가>까지, 세 작품은 과연 어떤 무대로 펼쳐질까.

 
뮤지컬 <햄릿:얼라이브>
11월 23일~2018년 1월 28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오는 23일 개막하는 <햄릿:얼라이브>는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아온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이 뮤지컬은 오락적 즐거움에 치중하기보다 원작의 묵직한 주제를 정통으로 다룬 진중한 작품이 될 예정. 제목에 붙은 ‘얼라이브’는 <햄릿>의 주요 화두인 ‘죽음’이 결국은 삶의 에너지로 승화된다는 뜻을 담았다. <스위니토드>에 이어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과 다시 한번 손을 맞잡은 강봉훈 협력연출은 플레이디비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햄릿>에는 수많은 죽음이 있다. 하지만 이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통찰을 얻고 이를 통해 다시 살아나간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이 같은 의미는 햄릿이라는 캐릭터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흔히 햄릿은 ‘사느냐 죽느냐’라는 물음 앞에서 망설이는 우유부단한 인물로 그려져 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부단히 행동하고 노력하는 능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햄릿이 얻는 깨달음이 아리아로 전해져 감동을 줄 것이라고.
 
<햄릿:얼라이브>의 음악과 관련해 강봉훈 협력연출은 “각 캐릭터와 상황별 음악적 특징을 설정하고 그것을 기본으로 발전시키되, 전형적인 형식을 벗어나 다른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거나 혹은 더 깊숙이 확장시킨 곡이 많다”고 설명했다. 원작의 배경은 12세기 덴마크지만, 이 뮤지컬에서는 구체적 시대가 설정돼 있지 않아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접근이 가능했다고. 음악은 11인조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며, 여기에 현대적인 사운드가 다채롭게 섞여 들어가게 된다.
 
시대 설정이 제한되지 않은 만큼 무대 역시 사실적 표현을 배제하고 관객들이 주인공들의 감정과 상황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등 여러 시간과 공간이 경계 없이 펼쳐질 것이라고.
 
“<햄릿>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누구나 살면서 햄릿과 같은 고민에 한 번쯤 빠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는 강봉훈 협력연출은 “삶과 죽음이라는 메시지는 지금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소재지만, 인간이라면 반드시 닥쳐오는 물음이기도 하다. 햄릿이 죽음에 이르는 여정과 깨달음이 힘든 삶의 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조금이나마 위로의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뮤지컬 <모래시계>
12월 5일~2018년 2월 11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방영 당시 64.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을 TV앞으로 불러모았던 동명의 인기드라마가 원작이다. 그간 <그날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의 창작뮤지컬을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린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가 SBS와 공동제작에 나섰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의 장상용 대표는 앞서 10월 말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속도감 넘치는 전개, 클래식과 록을 넘나드는 웅장하고 서정적인 음악, 역동적인 무대연출”을 예고한 바 있다.
 
이 뮤지컬의 작/연출은 올해 <남자충동><미친키스> 등을 선보였던 조광화가 맡았다. 그간 선 굵고 강렬한 무대를 선보여온 조 연출은 방대한 원작을 압축하는 과정에서 ‘시대와의 갈등’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무게를 실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14일 진행된 연습 공개 현장에서 “(원작의) 시대와 사건을 구체적으로 그리기 보다는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시대가 젊은 세대를 상처 입히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늘 있어왔기 때문에 어쩌면 오늘날의 청년들도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연출 방향에 따라 뮤지컬 <모래시계>에는 부마 민주항쟁, 광주민주화 운동 등 원작에 등장했던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기생인 홀어머니 밑에서 아웃사이더로 자란 태수, 부정부패를 일삼는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으로 학생운동에 투신한 혜린, 태수와 혜린을 아끼지만 그들과 삶의 방향이 갈릴 수밖에 없는 우석 등을 통해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일그러지고 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질 예정이다.   
 
음악 역시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삶의 굽이굽이마다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모래시계>의 음악에 대해 “세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중년의 문턱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느끼는 감성을 대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창시절의 풋풋함, 20대의 거친 방황, 30대에 찾아올 회한의 정서 등이 락,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구성되고, 도식·종도 등 악인들의 넘버는 다소 희화적 느낌도 줄 것이라고.
 
<모래시계>의 무대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여러 특수효과를 통해 격변하는 시대상을 역동적으로 담아낼 전망이다.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는 “뮤지컬 <모래시계>의 무대 디자인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역동적인 기억의 파편들을 무대 공간이 어떻게 모아둘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며 “무대, 조명, 영상이 함께 만들어낸 미장센 속에 살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드라마의 정서가 관객들에게 구체적으로 전달될 것”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광화문 연가>
12월 15일~2018년 1월 1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 작품 중 가장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를 <광화문 연가>는 故이영훈 작곡가의 명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로, 2011년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과는 다른 버전이다. 서울시뮤지컬단과 함께 제작에 나선 CJ E&M 박민선 공연사업본부장은 지난 1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광화문이라는 상징적인 곳을 배경으로 청춘과 추억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밝혔다.
 
이번 작품에 참여한 고선웅 작가와 이지나 연출은 故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을 잘 담아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소녀’ ‘옛사랑’ 등 수많은 명곡을 남겼던 이영훈 작곡가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그의 음악이 담은 정서와 감동을 드라마 속에서 더욱 빛내는 데 주력했다고. 그 과정에서 명우라는 중년의 남자가 죽기 직전 자신의 청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이 이야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명우와 함께 시간여행을 떠나는 ‘월하’라는 캐릭터다. 명우가 과거의 추억을 돌아보게 하고 삶을 치유해주는 신적인 존재로, 이지나 연출은 이 캐릭터의 판타지적인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정성화와 차지연을 더블 캐스팅했다. 이 연출의 말에 따르면, 정성화의 월하는 유쾌하고 따스한 동시에 전체 상황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캐릭터가, 차지연의 월하는 방금 프랑스에서 건너왔다는 설정 아래 이국적이고 패션감각이 뛰어난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혼성 캐스팅에 따라 음악도 배우 별로 다르게 편곡됐다.
 
무대도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지나 연출은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가 만들 무대에 대해 “인간이 사는 곳이 아닌 다른 차원의 공간, 죽음 직전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갤러리의 공간, 과거의 공간이 교차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선웅과 이지나라는, 각기 다른 결로 자신만의 무대를 구축해온 두 창작자의 만남도 기대를 모은다. 이에 대해 박민선 본부장은 “두 분의 ‘다름’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너지가 굉장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적 어법의 유려함을, 고선웅 작가는 폐부에 꽃히는 그만의 글들을 갖고 있다. 추억과 사랑에 대해 얘기하는 고선웅 작가의 살아있는 대사가 오랫동안 우리의 마음을 울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DB, CJ E&M·로네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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