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런 릴리 <톡톡> 문진아 “<프랑켄슈타인> 괴물 역 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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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을 보면서 박장대소하며 웃다가 한 배우가 눈에 들어왔다. 극강의 사랑스러움으로 무장한 배우 문진아가 그 주인공. <톡톡>은 여섯 명의 강박증 환자들이 서로를 치료하기 위해 벌이는 해프닝을 코믹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극 중 인물들은 그녀가 연기하는 릴리를 향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아가씨, 이거 가만히 들어보면 아름다운 메아리 같지 않아요?", "내가 보기엔 귀여운 앵무새 같은데"라고. 

이 대사는 같은 말을 두 번씩 반복하는 릴리를 연기하는 문진아에게도 해당되는 표현이다. 그녀는 특유의 리듬감을 만들어 내며 아름다운 메아리와 귀여운 앵무새처럼 무대를 종횡무진 누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조제를 연기하며 깊은 감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쉼 없이 달려오다 잠시 쉼표를 찍고 돌아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녀와의 이야기를 전한다.

 
Q 올 초 뮤지컬 <청춘, 18대 1> 이후 뜸하다가 연극<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 이어 연극 <톡톡>에 출연 중이에요.
그동안 뮤지컬에서 맡았던 역할들이 비극적이고 에너지적으로 표출을 해야 되는 캐릭터가 많았어요. 테크닉적으로는 소리를 많이 질러야 한다거나 음악적으로도 고음이 많았고요. 목에 굉장히 무리가 가서 보호하는 차원에서 잠시 쉬게 됐어요.
 
연극에 욕심이 많아요. 노래도 노래지만 연기적으로 늘 채우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톡톡>은 작년에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이에요. 만약 내가 이 작품으로 무대에서 연기를 한다면 어떨까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이 작품은 보는 게 재미있어요. (웃음)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는 것도 너무 좋고, 도움도 많이 받고 있어요. 무엇보다 공연하면서 행복해요. <톡톡>은 정말 병원에 와서 치료를 잘 받고 다 치유되어 집에 돌아가는 작품이에요.
 
Q 코미디 연극은 정확하게 구성이 잘 짜인 스토리 안에서 재미있는 요소들이 순간순간 터져야 하는 정말 정교한 작업이에요. 준비 과정은 어땠나요?
초연 준비할 때 선배님들이 진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요.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시도들을 많이 하면서 점차 압축해서 현재의 버전이 나왔죠. 릴리도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랑 전화로 싸우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들어오는 설정도 있었고요. 시행착오를 겪고 완성된 작품이라 저는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연출님의 주문은 “코미디이니까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해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이들은 날마다 똑같은 에니메이션을 보여줘도 계속해도 똑같은 리액션이 나오잖아요. 이것처럼 연출님의 말씀도 비슷한 의미인 것 같아요. 무대 위에서 처음 보는 것처럼 항상 집중해서 연기하고 새롭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쳐다만 봐도 웃기는 배우들인데 매번 처음 보는 것처럼 하려니 그게 좀 힘든 점이었어요.
 
릴리는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거나, 상대의 말을 따라하는 반향 증후군이 있어요. 연습할 때 저는 두 번씩 대사를 한 것 같은데 찍어놓은 영상을 보면 대사를 한 번만 하고 넘어간 경우도 많았어요. 특히 게임할 때는 릴리에 의해서 주도되다 보니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대사를 놓치게 되고 점점 일이 커져요.
 
Q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출연 배우들이 웃기는 재능이 많은 배우들이에요.
모두들 어마어마하죠. 개인적으로 현철 선배님 때문에 너무 웃겨서 힘들어요. 진희 언니도 “진아 네가 처음에는 긴장돼서 못 웃을 수도 있어. 그런데 2주 정도만 지나면 현철 선배님 때문에 고개를 못들 수 있어”라고 이야기를 해줬어요. 실제로 며칠 전에 그와 같은 경험을 했어요. 가끔씩 대본에 없는 욕을 뒤돌아서 하실 때가 있어요. 매 순간이 고비에요.(웃음)

진수 선배님은 대사를 하다가 가끔씩 애드리브를 하는데, 장난으로 몇 마디 툭 던지는 데 그것도 정말 웃겨서 미치겠어요. (웃음) 공연 오르기 전 대기실과 분장실에서도 엄청 재미있답니다. '가끔씩 이게 본 공연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Q 릴리라는 역은 참 사랑스러워요. 본인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아요.
릴리를 세상에 많이 나가보지 않고 한 공간 안에서만 지낼 것 같은 그런 소녀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 스스로 저를 봤을 때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이미지는 아니에요. 힘들어도 굳세게 살아갈 것 같은 모습이죠. 연습하는 과정에서는 보이시한 느낌이 강했어요. 평소에 제 모습은 수줍어하거나 소극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 초반에는 힘들었어요. 소리의 크기나 톤을 평소에는 크게 줬다면 이 작품에서는 좀 적게 주려고 했어요.
 
어릴 때는 지금보다 더 활발하고 밝았어요. 다른 형제 없이 저 혼자인데 부모님이 바쁘시기도 했고 혼자라 오히려 독립적으로 키워주셨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사랑 받으려고 유난히 몸부림쳤던 것 같아요. 그런 사랑에 대한 결핍이 오히려 절 밝고 명랑하게 만든 것 같아요.
 
Q 작품 이력을 보니까 중·소극장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어요.
(플레이디비에 등록된 작품 수를 살펴보며) 생각보다 많네요. 거의 10년차 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일 년에 작품 4개씩 하면 좋기도 했는데 이제는 나이도 있고 그게 다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무엇보다 제 스스로 재미있고 행복한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시간 갈수록 점점 원하는 배역과 내가 할 수 있는 배역은 따로 있다는 것이 느껴져요. 더 이상 제가 <베어 더 뮤지컬>을 할 수 없는 거죠. 이제는 양심상 교복을 입으면 안될 것 같아요. (웃음) 이제는 다른 인물들을 고민하고 싶어요. 작품도 배역도 다 시기적절한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스토리가 어둡건 밝건 간에 그 자체로 내가 거기서 느끼고 경험한 것을 다른 배우들한테도 나눠줄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Q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이 있나요?
어떤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무조건 문진아가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어요. (웃음)  2~3명 정도 나오는 생활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연극도 하고 싶고요. 예전에 <프랑켄슈타인>을 보러 가서 '내가 한지상이 되고 싶어'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괴물 역도 탐나요. (웃음) 제가 보이기에는 여성스러운데 내면에는 남성성이 강한가 봐요. 쟁취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아요.
 
Q 서울예술단에도 잠시 있었다고요.
성악을 전공해서 대학교 졸업 후 유학 가려고 준비 중에 있었어요. 그때 기회가 닿아서 아는 분의 소개로 어린이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성악은 6개월 연습하고 4일 공연을 해요. 연습 과정이 정말 길어요. 내가 원하는 소리를 내려고 정말 그 한 음을 계속해서 연습해요. 고전적인 소리와 오페라 무대도 좋았지만 뮤지컬을 해보니 외향적인 저와 잘 맞고 관객들의 피드백이 바로 오는 게 좋더라고요.
 
그렇게 뮤지컬을 시작해서 오디션을 보러 다녔는데 계속 떨어지기만을 반복한 적이 있었어요.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서 오디션을 보고 서울예술단에 들어갔어요. 연수단원으로 6개월 정도 있었죠. 서울예술단에서 뮤지컬의 시스템과 체계를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많이 혼나면서 배우고 못다한 기초를 거기서 많이 다졌죠.
 
Q 밝은 성격이지만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을 텐데, 어떻게 푸나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요. 암벽등반, 웨이크 보드 같은 운동이요. 정말 아무것도 안할 때는 아무것도 안하는데 정말 스트레스를 받거나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바로 벽을 타거나, 물 위를 걷거나 해요. (웃음) 암벽 잘못 타면 어깨에 승모근 올라 오고 정말 힘든데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요. 하지만 되도록 스트레스를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려고 해요.
 
Q 앞으로의 계획이 듣고 싶어요.
목이 회복돼서 뮤지컬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다음주(11월 20일)에는 뮤지컬  리딩 공연이 있어요. 앞을 못 보는 소녀의 이야기에요. (송)상은이와 더블 캐스팅됐어요. 본 공연도 꼭 올리게 되면 좋겠어요. 11월 말에는 몽니의 김신의 오빠랑 뮤지컬 콘서트 연습을 시작하고요. 이렇게 말하다 보니 연말이 바쁘네요.

무엇보다 <톡톡>을 열심히 할 거에요. 관객 분들도 내년 1월까지 공연이라 '나중에 봐야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그때 가면 늦습니다. 지금 꼭 보러 오세요. 혼자여도 좋고,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강력 추천해요. 제가 출연하는 날이 아니어도 좋아요. 그만큼 <톡톡>은 정말 재미있고 행복한 작품이에요. (웃음)

지인이 저 보고 대학로의 암소가 되라고 한 적 있어요. 정말 그 말처럼 무엇이든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밭을 일구고 그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서 어떤 채소와 과일이든 비옥하게 결실을 맺게 해주고 싶어요. (웃음)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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