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이룬 천생 배우 <시스터 액트> 김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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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스터 액트>는 삼류 가수가 수녀로 위장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로, 1992년 개봉해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했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에서는 들로리스 역을 맡았던 우피 골드버그가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등의 삽입곡을 작곡한 앨런 멘켄이 작곡을 맡았다.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시스터 액트> 최초의 동양인이 캐스팅된 것. 배우 김소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수녀원의 막내 메리 로버트 역으로 합격 통지를 받던 환희의 순간을 떠올리며 인터뷰 중에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쉼 없이 도전하고 자신을 계발하는 것을 멈추는 않는 김소향은 뜨거운 열정을 품은 천생 배우다.

 
<시스터 액트> 최초의 동양인 캐스팅
흰 블라우스에 검정색 원피스로 캐릭터 맞춤 준비


Q 이번 작품에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캐스팅됐어요. 과정이 궁금해요.
미국은 백인 흑인 동양인 배우의 구분이 철저합니다. 이 작품도 동양인이 나오는 뮤지컬은 아니에요. 저도 오디션 공고를 봤지만 그냥 넘겼어요. 동양인이 나오는 역이 없어서 지원할 수가 없어서요. 그런데 제 소속사 EA&C 김지원 대표님이 이 작품이 아시아 투어니까 혹시라도 아시아인을 뽑을 수도 있으니 오디션을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셨어요.

한국에 계신 엄마한테 수녀복 비슷한 옷으로 골라서 보내달라고 했어요. 목까지 잠기는 흰색 와이셔츠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정색 원피스에 단화를 신고 양말까지 접어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웃음) 그런 복장을 하고 오디션장을 들어갔더니 모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노래도 여러 곡을 부르게 하고, 연기도 다양한 감정으로 시키더라고요. 오디션을 본다는 자체도 행복했는데, 저한테 이것저것 요구하더라고요. 그 자체가 관심의 표현이거든요. 댄스오디션을 보러 오라는 콜백까지 받고 나서 너무 좋았어요. 미국에서는 콜백 받는게 너무 힘들어요. 몇 명백씩 오디션을 보거든요. 그래서 오디션 시간도 엄청 짧아요. 1분도 안돼요.
 
Q 옷까지 맞춤 준비할 정도로 이번에는 될거야라는 확신이 들었나요?
최종 오디션에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때서야 ‘왠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메리 로버트 역으로 뽑힐 거라는 건 전혀 상상하지 못했어요. 최종 오디션을 앞두고 영어 선생님을 구해서 열심히 연기 연습을 했어요. 1시간에 백불이었는데 돈이 전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그동안 최종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연기를 시키면 그들의 영어와 제가 구사하는 수준이 다르니까 잘 안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번에 정말 악착같이 준비했어요.

최종 오디션에 노래를 부르고 나니 스텝들이 박수를 치더라고요. 그동안 오디션에서 박수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솔로곡이었는데 가사가 완전 제 이야기에요. 미국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살았던 제 모습과 가사가 비슷해요. 저는 한국에서는 밝고 말도 잘하지만 미국에서는 늘 얌전하고 사람들에게 굉장히 예의를 갖추고 대하고 지내요. 다른 동양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되니까요. 내가 열이 받고 화가 나도 조리 있게 따질 수가 없으니 “미안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고요.

Q 여러 과정을 거쳐 당당히 오디션에 합격하셨어요. 순간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
뉴욕의 거리를 걷던 중 미국 에이전시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계약서가 왔다고요. 더 놀라운 것은 앙상블과 커버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메리 로버트 역으로 캐스팅이 됐다는 거에요. ‘나도 드디어 영어로 대사다운 대사를 하는구나', '이제 진짜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 오디션 보기 전에 오디션에서 엄청 떨어지고 있었어요. 미국은 시즌 오디션이라 1,2월에 여름 공연 오디션을 몰아서 보거든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나한테는 역부족인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 작품이 저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줬죠.
 
“소피, 너 아시아에서 스타야?"
동료 배우들의 인정, 뿌듯하고 기뻐.


Q 지난 5월부터 아시아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해외 무대에 선 소감이 어떤가요?
올 4월에 뉴욕에서 리허설을 하고 5월에 싱가포르부터 아시아 투어를 시작했어요. 싱가포르 첫 공연은 떨리고 정신없이 마쳤어요. 제가 무대 인사를 하러 나오니까 주인공만큼 환호성이 컸어요. (웃음) 현지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어요. 주변 배우들이 질투할 정도로요. (웃음) 인터뷰 요청도 저한테만 많이 들어왔고요. 아시아 관객 분들이 아무래도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저를 더 예쁘게 봐 주셨던 것 같아요.

싱가포르 분들은 아시아인이지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라 공연장에 자막이 없어요. 배우들이 연기나 노래를 하면 반응이 바로바로 나와요. 그거에 비해 일본은 아무래도 웃음 터지는 포인트가 반으로 줄더라고요. 그렇지만 얌전한 일본 분들도 박수를 엄청 힘차고 빠르게 쳐주셨어요. (웃음)
 
Q 동료 배우들의 시선이 처음과는 달라졌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무시까지는 아니지만 "네가 잘하면 얼마나 잘해?" 이런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싱가포르 첫 무대를 마치고 “소피(김소향의 미국 이름), 너 아시아에서 스타야?”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사람인줄 알아요. 이제는 저를 배우 그 자체로 인정해주고 함께 기뻐해줘서 뿌듯해요.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고 나름 검색을 했는지 가수 소향씨의 노래를 가지고 와서 "이거 네가 부른 거야?" 묻기도 하고요. (웃음)
 
중국 공연은 사드 때문에 제가 공연을 못했어요. 제가 오면 계약한 세 달 공연을 모두 취소시킨다고 해서요. 설마설마했는데 막판까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중국 공연 앞뒤 휴식기간까지 치면 네 달을 투어팀에서 빠져 있었어요. 쉬고 나서 오랜만에 일본 공연하러 갈 때 걱정이 많았어요. 배우들이 “소피, 보고 싶었어. 네 노래가 너무 그리웠어”라고 말해주는 데 정말 눈물 나더라고요. 이제는 정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인데 정말 순수하고 착한 친구들이에요.

한국행이 결정된 후에는 동료배우들이 “우리 스타, 한국 가면 난리 나겠는데”하면서 놀기기도 하고요. 한국에 온 지금은 계속 바베큐 타령을 하고요.(웃음) 그 친구들을 광장시장에 데려가고 싶어요. 엄청 좋아할 거에요.

훨씬 더 긍정적이고 끈기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만든 미국 생활

Q 2011년 갑자기 미국행을 결정하셨어요. 어떤 이유로 그런 결심을 하게 된 건가요?
그때 다 그만두고 미국에 간다고 했을 때는 배우들이 다 말렸어요. “미쳤냐”고 할 정도로. 저는 그 생각과 완전 반대였어요. 내가 여기서 도약을 하지 않으면(유명해지겠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 생활을 더 이상 못할 것 같았어요. 그때 제 모습은 정신없이 작품을 하면서 생계형 배우가 되어 있었고, 무슨 역을 하든 다 비슷하게 하는 것 같았어요. '너무 어릴 때 배운 것만으로 오래하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어요.

앙상블부터 시작해서 주조연하면서 벌었던 돈을 들고 뉴욕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갔어요. 영어를 못하니 학기 시작하기 전 필리핀가서 두 달동안 하루에 9시간씩 영어 공부하고 미국에 갔는데, 처음에는 “나는 한국에서 온 김소향입니다”라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너무 떨리고 긴장돼서. 잠을 줄여가면서 이 악물고 했어요. 장학금 받고 뮤지컬학과 1년 실기 과정을 다녔어요. 그때 경험이 저를 훨씬 더 긍정적이고 끈기 있는 사람으로 변화 시켜 준 것 같아요. 
 
Q 나름 안정된 삶을 내려 놓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는 선택이잖아요.
그때 잠깐 미쳤던 것 같아요. 20대 때는 피곤할 정도로 배우로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욕심이 많았어요. 그럴수록 전 늪에 빠져든 거죠. 자신에 대한 개발은 등지고 오로지 작품만 쫓아갔으니까요. 하지만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마음 자세가 달라졌어요.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생각도 바뀌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나만 잘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뮤지컬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배우로 잘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Q 계속 브로드웨이 도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계속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되는 게 없을 때는 저도 사람인지라 미국에 가기 전부터 무서웠던 적이 많아요. 매번 “무라도 하나 자르기 전까지는 안 들어올 거야”라고 다짐을 했죠. 아직도 계속해서 도전할 곳이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제 마음 속에는 열정이 항상 끓어 올라요. (웃음) 한국 배우로서 브로드웨이에서 배우로 당당히 인정받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계속 도전을 멈추지 않을거에요.
 
가장 애교스런 마리의 모습 보여줄 것.

Q 연말에 올라가는 <더 라스트 키스>에도 캐스팅되셨어요.

<더 라스트 키스> EMK 공연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지난번 오디션에도 합격했는데 그때 사정상 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엄청 크게 남아 있었어요. 올 초 오디션을 봤을 때 로버트 요한슨 연출님이 “너는 마리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셔서 힘를 얻었어요.

제가 나이가 있는데도 캐스팅이 됐잖아요. (웃음) 기대하는 분도 있지만 걱정하는 분도 많을 텐데 저만의 용기 있고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할거에요. 함께 캐스팅된 경아나 루나가 강인하고 터프하다면 전 가장 애교 있는 스타일이랍니다. (웃음)
 
Q 브로드웨이 무대를 꿈꾸는 후배나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이 많이 연락이 와요. 전 본인이 정말 브로드웨이든 한국 무대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면 “첫 발을 떼어라”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안 하고 너무 뜬구름 잡듯 화려한 허상만 쫓는 친구들도 있어요. 정말로 내 꿈이 그거고 하고 싶다면 앞뒤 가릴 것 없이 일단 시작해야 해요.

그리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죠. 뮤지컬 역사부터 기본적인 거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집중했으면 좋겠어요.고음 올라가는 것만 신경 쓰지 말고 자기 목소리, 이미지와 어울리는 작품과 캐릭터가 뭔지 찾아보고 계발시키면 좋겠어요. 그럼 분명히 기회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의 재능, 목소리, 열정은 세계 최고에요. 용기 있게, 자신 있게 하면 좋겠어요. 앞으로 저보다 더 좋은 배우들이 많이 탄생할 거에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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