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참으로 뿌듯해 할 것 같은 안녕 <망각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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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그, 그와 함께 했던 이들다운 모습이다, 극이다, 안녕이다.

<착한 사람, 조양규> <하얀 앵두> <다윈의 거북이> <먼 데서 오는 여자> 등 많은 관객들의 눈과 머리와 가슴에 묵직한 메시지를 깊게 새겨 놓았던 연출가 김동현이 지난해 2월 뇌종양으로 눈을 감았다. 긴 투병 기간에도 꾸준히 특유의 깊이와 세밀함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수작을 선보여온 터라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의 작품에 신뢰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그의 사망 소식은 더욱 큰 충격이었다.
 
그가 이끌던 극단 코끼리만보와, 삶과 연극의 동반자였던 부인 손원정은 급하게 울지 않았다. 고인과 뜻을 나눠왔던 사람들인 만큼 담담한 교감의 무대로 그를 기억하려는 듯 하다. 추모공연 ‘망각의 방법’을 통해서다.

김동현 1주기 추모공연 ‘망각의 방법’ 시리즈 중 첫 번째 <아 유 오케이?>(are you okay?)는 손원정이 연출했다. 고 김동현의 연출작 <말들의 무덤>, <매일 만나기에는 우리는 너무나 사랑했었다>, <우리 말고 또 누가 우리와 같은 말을 했을까> 등 세 편이, 역시 그의 연출작 <착한 사람, 조양규>의 흐름 속에 이어진다. 저마다 다른 작품이지만 <아 유 오케이?> 안에 모여진 장면 조각들은 존재와 부재, 기억과 망각이라는 줄기 안에 손을 잡고 가만히 유영한다.

작품은 존재와 부재의 의미를 묻기 위해 그 중간 어디쯤에서 물끄러미 서 있는 ‘실종’에게 다가간다. 한 사람이 ‘있고’ ‘없는’ 것은 대단히 사사로운 일이지만, 모든 생명이 안고 있는 그 사사로움의 순환은 곧 ‘나’를 뛰어 넘어 ‘우리’로 팔을 뻗는다. 극장에 던져진 배우들의 몸짓과 노래는 ‘우리’의 역사가 되었다가 다시 저마다의 기억으로 길을 낸다. 들숨과 날숨으로 심장이 뛰고 멎는 것처럼 기억과 망각, 존재와 부재는 등을 맞대고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아 유 오케이?>는 묻고 바라본다. 그가 세상을 떠 부재하지만, 그가 남긴 작품과 기억들로 그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평소 고인이 집중하고 탐구해 온 주제가 오늘의 무대와 그 무대를 준비하고 선보이는 이들의 뜻과 같다는 게 놀랍다. 과거 김동현 연출의 시선과 접근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아 유 오케이?> 속에서 퍼즐처럼 맞아 들어가는 여러 장면들에게서 반가움과 희열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15일부터 공연을 이어갈 <오후만 있던 일요일>은 ‘망각의 방법’ 프로젝트를 위해 배삼식 작가가 쓴 신작이다.  치열히 무대를 탐했던 고 김동현의 내면을, 혼란을 지나 극장으로 향하는 여정을 통해 비춰내고자 한다.

글: 황선아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코르코르디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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