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연가> 월하 캐릭터 집중분석(ft. 정성화·차지연 미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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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화문연가>의 캐스팅이 발표됐을 당시 작품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급의 비중을 차지하는 월하의 캐스팅 명단에 배우 정성화와 차지연이 나란히 오른 것. 물론 무대에서 남녀 배우가 같은 배역으로 캐스팅되었던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굵직한 두 뮤지컬 스타가 동시에 같은 배역을, 그것도 뮤지컬에서 맡은 건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 공연 개막 후 두 배우가 각자의 개성을 녹여 표현한 <광화문연가>를 본 순간, 혼성 캐스팅에 대해 생겼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과연 두 남녀 배우가 그린 월하 캐릭터는 무대에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됐을까? 월하 혼성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와 두 배우가 표현하는 월하의 차이점을 분석해봤다.

월하는 누구? 현대판 삼신할미
판타지적 요소 살린 혼성 캐스팅


죽기 직전 주인공 명우의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 사랑의 추억을 더듬어가는 내용의 뮤지컬 <광화문연가>. 작품 속에서 월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주선하는 신비한 인물로, 명우의 지난 기억을 함께 떠올려주는 시간안내자로 등장한다. 중국 고대 전설에서 삼신할미처럼 짝짓기를 관장하는 신인 ‘월하노인’에서 가져온 캐릭터라고. 특히 극 전반의 내용을 이끌어가는 화자로 등장하기에 그만큼 캐스팅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지나 연출은 대본을 읽으면서 판타지적 요소가 많은 캐릭터인 월하를 성별로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성화와 차지연, 두 배우가 떠올랐다고.

“월하가 가진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보며 먼저 정성화 배우가 떠올랐어요. 그러다 문득 판타지적인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 멋진 비주얼의 여자 배우가 함께해도 멋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키에 당당한 느낌을 지닌 배우 차지연이 바로 떠오르더군요.”
 
남녀 음역대에 맞춰 새롭게 편곡한 넘버
편곡한 곡 수만 기존 뮤지컬의 2배


남녀 캐릭터가 같은 배역을 맡은 만큼 두 사람의 공연을 보다 보면 비슷한 듯 다른 점을 찾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음악이다. 같은 곡임에도 배우에 따라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 특히 다른 캐릭터들과 함께 소화하는 ‘그녀의 웃음소리뿐’, ‘붉은 노을’ 등의 넘버는 다른 멜로디로 각각 화음을 맞추다 보니 미세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배우의 음역대에 맞춰 새롭게 편곡된 솔로 넘버들을 비교해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음악감독을 맡은 김성수는 혼성 캐스팅으로 진행되다 보니 편곡 작업량이 기존의 다른 뮤지컬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편곡한 곡 수만 무려 60여 곡. 오케스트라 편성이 들어간 곡들이 많다 보니 두 배우에 맞게 음역을 조정할 때도 단순히 키를 바꾸는 방식만으로는 작업이 불가능했다고. 거의 모든 곡을 2개의 버전으로 새롭게 편곡한 김성수 음악감독은 관객들에게 직접 무대에서 그 차이를 확인해 볼 것을 당부했다.

“키가 바뀌면서 곡의 느낌이 달라지면 배우들이 힘들 수밖에 없었거든요. 원래 곡의 느낌은 유지하면서도 관객들에게 듣는 재미를 줄 수 있게 좌충우돌하면서 방법을 찾아갔어요. 합창곡들의 경우에도 키를 바꾸진 않았지만, 월하를 맡은 두 배우의 매력이 각자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다르게 조정된 부분들이 있답니다. 두 캐스팅을 모두 보시면 그런 부분들을 하나씩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배우마다 각기 다른 월하의 매력
코믹연기 살린 정성화, 카리스마 가창력 뽐내는 차지연


판타지적인 인물을 표현하는 만큼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월하의 매력 역시 조금씩 다르다. 정성화는 흥이 넘치는 유쾌한 월하의 모습이 두드러진다면, 차지연은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카리스마를 지닌 월하의 모습이 부각된다.

이지나 연출은 두 배우의 동성의 더블캐스팅과는 또다른 매력에 푹 빠져 있다며 조심스럽게 무대에 선 두 배우의 매력포인트를 꼽았다.

“정성화 씨의 무대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무대 위의 모든 상황을 아우르며 끌고 가거든요.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을 보면 리더십과 순발력이 있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차지연 씨 같은 경우는 무대를 보면서 ‘이런 여배우가 있다는 건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정말 세계적인 디바가 될 수 있는 가창력을 지닌 엔터테이너죠.”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의상도 볼거리
월하가 누구냐에 따라 특정 대사도 달라져


성별에 따라 의상과 일부 대사들이 조금씩 달라지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차지연은 극 중간중간 하얀색 드레스와 정장을 번갈아 입으면서 중성적인 매력을 선보이지만, 정성화는 드레스 착용 없이 새하얀 정장과 중절모로만 포인트를 준다. 극 중 여름의 계절감을 표현한 바닷가 장면에서도 두 배우의 의상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정성화는 하와이안 셔츠로 해변가에 온듯한 느낌을 낸다면, 차지연은 어깨에 숄을 멋스럽게 걸쳐 여름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성별에 따라 명우가 월하를 장난스럽게 부르는 상황에서 정성화에게는 ‘아저씨’로, 차지연에게는 ‘아줌마’로 호칭을 쓰는 것도 소소한 차이점이다.
 
월하 역의 두 배우들은 함께 배역을 나눠 맡으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마지막으로 정성화, 차지연과의 미니 인터뷰를 만나보자.
 
1. 월하란 인물은 어떤 캐릭터이고, 본인은 어떤 점이 닮았는가 2. 같은 배역을 다른 성별의 배우와 함께 맡아보니 어떤가. 힘든 점은 없었나. 3. 서로의 연기를 보며 ‘이 점은 탐난다’ 하는 점이 있다면? 4.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화문 연가> 속 넘버는?

<정성화>
1. 월하라는 인물은 이 뮤지컬의 주체자 같은 인물이에요. 공연의 시작과 전개 그리고 끝까지 모두를 관장하죠. 또한 월하는 “삶은 난제였으나 죽음은 축제"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존재예요. 그 때문에 죽기 전 명우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역시 무겁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월하는 축제처럼 유쾌하게 받아들이죠. 월하의 이런 유쾌한 성격은 제 모습과 많이 닮아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점들을 무대에서 더 부각하고 싶었어요.

2.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죠. 같은 배역이라 한 분장실을 쓰다 보니 한쪽에는 여성 배우가 쓰는 물건이, 다른 한쪽에는 남성 배우가 쓰는 물건들이 있는 것도 색달랐고요. 힘든 점은 전혀 없었어요. 월하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떤 사람이라기보다 어떤 ’존재’이기 때문에 성별 자체는 중요한 게 아니었거든요. 오히려 지연 씨 덕분에 더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었고 많은 도움을 받았죠.

3. 어우! 차지연 씨의 카리스마 있는 가창력은 제가 넘보기조차 어려운 부분이에요. 또한 그녀의 노래 기술은 가히 세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연습하면서 ‘아직 난 갈 길이 멀다’라는 생각을 또 하게 되었죠.

4. 월하가 부르는 부분에서는 '휘파람'이라는 노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이기도 하고, 제가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곡이에요.
 
<차지연>
1. 월하는 인연을 관장하는 신으로,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따뜻한 인물이에요. 장난기가 있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그런 모습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부분들이 저의 성격과도 어느 정도 닮은 것 같았고요. 아무래도 뮤지컬을 이끌어가는 화자 역할을 맡아서인지, 평소 무대 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은 제 평상시의 모습들이 나와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웃음)

2. 처음에는 신선하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점 때문에 더 막막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함께 연기하는 정성화 씨가 워낙 코믹 연기를 잘 하시는 분이다 보니, 그런 부분도 부담이 많이 됐고요. (웃음) 하지만 연기하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재미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3. 월하라는 캐릭터는 기저에 유머가 깔려 있는 캐릭터에요. 정성화 씨는 월하의 이 유머러스함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관객들을 자유자재로 웃기죠. 진지함과 코미디의 리듬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는 정성화 씨의 모습은 정말 멋지더라고요. 이런 유머감각, 정말 탐나요.

4. '기억이란 사랑보다'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사가 정말 한 편의 시 같아서요. 故 이영훈 작곡가님이 만드셨던 곡은 정말 서정적이에요. 은유적인 표현들이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광화문 연가>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예전 노래들을 더욱더 많이 찾아보게 될 정도였으니깐요.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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