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지모도가 울리던 종이 이것?' 사진으로 떠나는 <노트르담 드 파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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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개막했다.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남자의 사랑. 그리고 그들의 어긋난 사랑 방식 때문에 파멸로 치닫는 에스메랄다의 운명.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에 바탕을 둔 이 비극적인 스토리는 주옥같은 넘버, 아크로바틱한 안무와 어우러져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하지만 무대에 대성당을 정교하게 구현한 세트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석상이 얹혀진 기둥이나 거대한 종과 같은 상징물들이 등장해 성당의 분위기를 자아낼 뿐이다. 모던하게 연출된 무대를 보면서 막연히 상상해 보았던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의 위용을 직접 확인하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자 이 글을 준비했다. 바로 "사진으로 떠나는 <노트르담 드 파리>투어"다.
 
1. 노트르담 대성당 가는 길
프랑스 파리의 한 가운데에 있는 시테섬. 한강에 여의도가 있다면 파리에는 시테섬이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 시테섬 안에 위치해 있다.
 
파리 지하철을 이용해 시테 역에 내린 후 역에서 나와 왼쪽으로 직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성당의 웅장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2. 에스메랄다가 사는 성당 앞 광장 

1막 no5. 보헤미안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집시들의 삶과 자신의 손금에 찍힌 운명에 관해 노래하며 춤춘다. 그 춤사위에 반한 이가 에스메랄다를 파멸로 이끌 줄 누가 알았던가.


 작품 속에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는 노트르담 대성당 앞뜰 광장에서 사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광장은 오늘날 보기에도 꽤 넓고 쾌적하다.  집시들이 사라진 21세기의 성당 앞 광장에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린다.
 

주변에는 여유롭게 햇볕을 쬘 수 있는 녹지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성당의 남쪽 뜰에서는 잘 가꿔진 나무와 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먹이를 든 관광객에게 참새 세마리가 몰려들었다. 왠지 에스메랄다에게 반했던 세 남자가 떠오른다.


 

3. 대성당의 위용

1막 no.2 대성당의 시대
교회가 세상의 중심에 있던 15세기. 음유시인 그랭구아르는 대성당이 지배하던 시대와 미래에 다가올 인간의 종말에 대해 노래한다. 

 

뮤지컬의 문을 여는 곡인 '대성당의 시대'를 들어보면 "유리와 돌에 역사를 쓴다'는 가사가 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건축물을 통해 역사를 기록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나 조각에 이야기를 담는 식이다. 출판기술이 발전되지 않았던 시대였던만큼 글보다는 예술작품으로 후세에 역사를 전하려고 했을 것이다.
 

외벽에 부조된 수많은 조각들. 주로 성경 속 이야기를 형상화 했다. 각 조각마다 깃들어 있는 이야기가 다른 만큼 노트르담 대성당의 문화재적, 역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전체적인 모습을 가늠할 수 있는 사진이다. 전면부와는 다른 모양새의 건물이 뒤로 이어져 있다. 파리에 고층빌딩이 즐비한 라데팡스(신시가지)가 없었던 시절, 이렇게 거대한 건물의 위용은 시민들에게 압도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공사기간만 180년이었다. 그 정도의 대공사를 강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가 막강한 권위를 자랑하던 '대성당의 시대'였기 때문이 아닐까.


 

4. 콰지모도가 꽉잡고 있는 구역. 성당 내부 

1막 no.21 내 집은 그대의 집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성당 안으로 데려가 성당이 곧 자신의 안식처라며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찾아오라 말한다. 

 

콰지모도는 어렸을 적부터 성당에서 자랐기 때문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구석구석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찾아오라'고 자신감 넘치게 말하는데, 누가 쳐들어와도 에스메랄다를 안전하게 숨겨줄 비밀공간을 알고 있다는 뜻은 아니었을까?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성당 내부가 어느 정도 공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외부인은 접근할 수 없는 비밀스런 공간들이 대성당 곳곳에 숨어 있을 것이다.
 

성당 내부를 투어하다보면 납골당으로 연결되는 입구를 발견할 수 있다. 콰지모도나 쫓기는 사람들에게 가장 숨기 좋은 장소는 바로 이런 으스스하고 외진 공간이었을 것이다.
 
노트르담 성당 내부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장미의 창'이다. 자세히 보면 중앙에 은총을 뿜어내고 있는 동정녀 마리아와 아기 그리스도가 있고, 예언자들과 성인들이 성 모자 주위에 둘러 서 있는 모양이다. 대성당에 처음 들어온 에스메랄다가 현실의 위협으로부터 지켜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기도할 때, 장미의 창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을 것만 같다.


 

5. 콰지모도가 울리던 엠마누엘 종 

2막 no.2 성당의 종들
에스메랄다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자 콰지모도는 더이상 종을 치지 않는다. 14살 때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쳤던 친구같은 종이지만 슬픔에 빠진 콰지모도에겐 의욕이 없다. 

 

종지기 콰지모도가 관리했던 종은 남쪽 종탑에 있는 '엠마누엘'종이다. 실제로는 13톤에 달하는 거대한 종인데, 이런 거대한 종을 매일 쳤다면 콰지모도는 분명 힘이 굉장히 센 사람이었을 것이다. 프롤로의 목을 조르는 대목에서 그동안 종을 치며 길러온 힘이 발휘된 것은 아닐까. 엠마누엘 종은 오늘날에도 카톨릭의 주요 행사가 있을 때 사용되기도 한다.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는 엠마누엘종. 뮤지컬에서 배우들이 매달려 등장하는 종도 100kg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에서나 현실에서나 대성당의 종은 거대하다.
 
종탑 전망대에서 파리 시내를 바라보면 탁 트인 시야를 경험할 수 있다. 에펠탑, 개선문, 신시가지까지 주요 관광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성당 앞뜰에서 춤추는 에스메랄다를 콰지모도는 종탑 전망대에서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각도를 틀어 다른 방향을 보면 파리를 가로지르는 세느강을 따라 도심구획이 어떻게 나뉘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남쪽 종탑에 비해 다소 소박해 보이는 북쪽 종탑. 북쪽 종탑의 종들은 매일 여러 차례 울린다.
감옥에서 탈출한 에스메랄다가 피신했던 성당 지붕이 저런 곳 아니었을까. 잠든 에스메랄다의 머리칼을 쓰다듬는 콰지모도가 보일 것만 같다.
 
뮤지컬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기둥 위 석상은 '가고일(Gargoyle)'이라고 불린다. 실제 대성당의 외벽에는 이런 가고일들이 곳곳에 매달려 있다. 흉측한 외모 덕분에 악한 영혼들이 성당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용도는 낙숫물받이다.
 
가고일들 사이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석상도 있는데, 이는 가고일들을 관리하는 역할의 주교라는 설이 있다. 
 
조각마다 모양새가 다르다. 간혹 이렇게 '택배를 기다리는 듯한' 포즈로 사색을 즐기는 녀석도 있다.


 

6. 에스메랄다가 갇혀 있는 라 상떼 감옥

2막 no.4 새장 속에 갇힌 새 
감옥에 갇힌 에스메랄다는 콰지모도에게 도움을 청하는 노래를 부른다. 에스메랄다는 자신을 새장 속에 갇힌 새로 묘사하며 다시 날 수 있는 날이 오길 염원한다. 

 

극 중에서 에스메랄다가 누명을 쓰고 갇혔던 라 상떼 감옥은 '건강'을 의미하는 이름과는 달리 최악의 환경을 자랑하는 감옥으로 유명하다. 쥐, 이, 빈대같은 해충이 들끓고 극도의 스트레스에 놓인 죄수들은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에스메랄다가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가늠이 안된다.
 

라 상떼 감옥 조감도. 뭔가 탈옥이 어려울 것 같은 복잡한 구조다. 끌로팽이 에스메랄다를 데리고 탈출했다는데, 감옥 구조상 그리 쉬운 탈출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날 라 상떼 감옥 입구 모습.


 

7. 파리 시내를 즐겨보자 

노트르담 대성당 주변에는 먹을거리, 즐길거리도 많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부담없이 즐길만한 알짜배기 장소가 많아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다.
 

세느강 바로 옆에 있는 만큼 성당 투어를 마치면 유람선을 타러 가기 좋다.
 
랑스어로 '바토무슈'라고 불리는 세느강 유람선. 한국에서 예매할 수도 있는데 7000~8000원대에도 표를 살 수 있다. 근처 마트에서 와인과 치즈를 사서 유람선 위에서 즐기는 것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트르담 성당에서 작은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대학가인 "생 미셸"거리가 나온다. 이 부근의 식당들은 저렴하고 맛이 좋아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달팽이 요리를 포함한 에피타이저+메인+디저트 코스요리를 10유로(한화 12,000원)대에 맛 볼 수 있다.
달팽이요리는 씹는 식감 자체는 골뱅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버터향과 짭조름한 간 덕분에 별미로 느껴졌다.


실제 배경을 알고 보면 더 감동적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오는 8월 2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제공 : 조항윤(http://overgree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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