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 배우를 주목해!] 뮤지컬배우 민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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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이 배우를 주목해!] 시리즈의 마지막 주자는 뮤지컬배우 민경아다. 현재 <더 라스트 키스> 마리 베체라로 활약 중인 그녀는 이십 대의 싱그러움과 당당함으로 똘똘 뭉쳐있다. 밝고 긍정적인 그녀에게도 한때 삶의 고비가 있었다. 이제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을 믿게 됐다는 그녀에게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오른 무대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다. 

중·소극장을 오가며 찬찬히 이력을 쌓고 대극장까지 섭렵한 민경아는 늘 새로움으로 본인을 다그치며 매력이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 한다.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지금 이 순간 차오르는 감정을 오롯이 느끼려 한다는 그녀의 배우로서의 출발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자기소개.
용인시에 사는 27살 민경아입니다. 위로 오빠가 하나 있고, 현재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있어요. 별명은 어릴 때부터 볼살이 통통해서 친구들이 민만두라고 불러요(웃음).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거를 좋아했어요. 쪼그만 게 드라마에 빠져서 곧잘 배우들 흉내 내기도 했고요. 그때부터 노래는 쭉 붙잡고 갔어요. 동요 대회도 나가고. 성악도 잠깐 배웠고, 뮤지컬 레슨도 받았어요.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한 건, 중학교 때 <명성황후>를 봤는데 그때 결심했죠. ‘나도 저렇게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이 될래’라고요. 중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수소문해서 그 작품에 주인공이신 이태원 선생님 댁에 절 데려갔어요. 알고 보니 선생님 댁이 저랑 같은 아파트였어요. 선생님 앞에서 ‘나 가거든’을 불렀는데, 선생님이 "작은 체구에 비해 소리가 좋다"고, "성악을 하는 것도 뮤지컬에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그때 잠깐 성악을 공부했어요.

데뷔.
2015년 뮤지컬 <아가사> 앙상블로 데뷔했어요. 다른 작품 오디션에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김수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어요. 우연하게 대학로를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이런 작품이 있는데, 오디션 볼래?”라고 하셔서 바로 사무실로 달려갔죠. 악보를 건네주시고는 "잘 준비해서 내일 오디션 보러 와"라고 하는데 가슴이 콩닥거렸어요. 그렇게 기회를 얻어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어요.

김수로 선생님은 현재 제 소속사 대표님이기도 하지만, 대학교 선배님이세요. 제가 입학했을 때 선생님은 이미 졸업한 터라, 학교에서는 만날 일이 없었어요. 어느 날 학교 근처 치킨집에서 만나 인사드리고 이후에 본인이 기획하신 공연에 초대도 해주시고 후배들을 잘 챙겨 주셨어요. 이후에 선생님 앞에서 노래 부를 기회가 있었는데 좋게 보시고 꾸준히 연습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아마 그날 제가 집에 이미 도착했거나, 다른 오디션에 붙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있을지 모르겠어요(웃음).
 
첫 무대의 기억.
<아가사>에서 제가 등장하는 첫 장면이 2미터 정도 되는 기둥에 올라가서 긴 치마를 입고 사신처럼 춤을 추는 거였어요. 그때 눈알이 정말 빠지는 것 같았어요. 여러 개의 조명이 절 비추고 있고, 관객들의 시선도 느껴지고 그러면서 얼굴은 점점 뜨거워지고 아무 것도 안 보이더라고요. 그때 앙상블이라 매일 무대에 서니 정작 제 공연을 볼 수가 없었어요. 대기 시간에 앙상블 친구들끼리 선배님들 무대를 지켜보며 다 같이 넘버를 따라 부르곤 했어요.

잊을 수 없는 순간.
<베어 더 뮤지컬>이란 작품을 하던 때, 그 순간은 제 인생에서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아가사>는 뒤에서만 노래를 부르다가 <베어 더 뮤지컬>로 처음으로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발탁이 됐어요. 솔로곡도 있고, 극을 끌어가야 하는 입장이라 부담이 되고 무서웠어요.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보여주기가 무서웠어요. 혹시라도 오해하고 '나'를 미워할까 봐요. 나중에는 극 중의 아이비처럼 제가 제 얼굴에 가면을 씌우고 색칠을 하게 되더라고요.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그게 너무 힘들고 무의미하다는 걸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엄청나게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가 중간에 아파서 공연을 잠깐 못 했어요. 몸이 안 좋아져서 병원에 갔는데, 의사가 바로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날 저녁에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때 펑펑 울었어요. ‘이게 마지막 무대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컸거든요. 그날 공연을 마치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서 입원하고 다음 날 수술을 했어요. 한 달 정도 회복 기간을 갖고 무대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후에 1년 동안 쉬면서 건강 관리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추슬렀어요. 감사하게도 <베어 더 뮤지컬> 재연 때 저를 다시 불러주셔서 아이비 역으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재연에 참여하면서 다짐했던 게 있어요. 앞으로 공연하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을 텐데, 이번에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작품을 끝내고 나면 '두려울 게 없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라는 말을 이때 실감했어요.
 
영감을 주는 것.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제 뮤즈랍니다. 그 친구가 대학교에서 상담을 전공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제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줘요. 그 친구를 만나기만 해도 힐링이 되고, 대화하다 보면 제 고민이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줘요. 그 친구가 항상 제 공연은 보러 오는데, 보고 나서 제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꾸밈없이 이야기해주고요.

요즘 빠져 있는 것.
헤이 카카오(웃음). AI인공지능스피커인데, “헤이 카카오, 노래 찾아줘”, “오늘 날씨 어때” 하면서 침대에서 같이  놀아요.
 
공연 외에 관심 있는 것.
스포츠를 엄청 좋아해요. 겨울만 되면 보드 타러 스키장에 가요. 항상 시즌권을 끊어 놓고 갔는데, 올해는 공연 때문에 가지 못했어요. <더 라스트 키스>에 스케이트 타는 장면이 나오는데, 전 이걸 초등학교 때부터 타기 시작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탔거든요. 이 작품 되고 나서 엄청 환호성을 질렀어요. 스케이트는 제가 너무 잘 타는 거라서요(웃음). 보드를 못 타는 여름에는 바다에서 수영하고 놀고, 바나나 보트, 서핑하는 것도 좋아해요. 보기보다 겁이 없어요(웃음).

쉬는 날에는.
공연이 없는 날에는 반신욕하고 얼굴에 팩 붙이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영화를 연달아 3편씩 보고 그래요. 그게 삶의 낙이에요(웃음).
 
좋아하는 음식.
건강식. 그중에서도 아보카도와 연어는 사랑입니다(웃음). 대형마트에서 항상 대량 구매해서 냉장고에 쟁여놓고 있어요. 아프고 나서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제가 오리고기 빼고 다른 고기를 안 먹거든요. 고기 대신 이 두 가지를 자주 먹게 되는 데 정말 맛있어요. 잘 익은 아보카도를 먹기 좋게 잘라서 허브 소금을 톡톡 뿌리고, 올리브유도 살짝 발라요. 그대로 집어 먹거나, 포크로 으깨서 빵에 발라 먹기도 하고요. 연어는 스테이크로 자주 해 먹는데 구워서 발사믹 소스를 바르고, 블루베리 잼을 얹어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오늘 아침 메뉴도 이거였어요(웃음).

롤모델.
제 인생 영화가 <노트북>인데, 거기에 나온 여자 주인공, 레이첼 맥아담스요. 이 영화를 보고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러운 배우가 있을 수 있지?’, ‘한국에 저런 배우가 있을까?’, ‘나도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해 보고 싶은 역할.

해 보고 싶은 역할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고스트>의 여주인공 몰리요. 사랑스럽고 당찬 몰리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아직은 뮤지컬만 하고 있지만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연극도 하고 싶어요. 뮤지컬도 연기하지만 노래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2018년 계획.
앞으로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다가올 일들이 기대돼요. 제가 또 어떤 다른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오디션을 많이 보러 다닐 거에요. 다양한 기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오디션 인생이잖아요. 그렇지만 오디션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엄청 가슴 떨리는 일이에요. 최대한 안 떨리는 척하고, 소심해지지 않고, '내가 주인공이다'라는 생각으로 당차게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공연할 때마다 “저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까도 까도 매력이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현재 공연 중인 <더 라스트 키스>는.
마리의 ‘사랑이야’란 곡은 입시 준비하면서, 뮤지컬 레슨받을 때, 오디션 볼 때 엄청 많이 부르던 곡이었어요. 실제 이 작품 오디션 때 마리처럼 하고 갔었는데, 요즘 꿈에 그리던 무대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노래할 수 있게 돼서 정말 행복해요. 연습까지 포함하면 긴 시간 동안 이 작품을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익숙해지는 부분도 있어서 똑같아지는 건 항상 경계하려고 해요. 초심을 놓지 않으려고요. 제가 4인의 루돌프와 함께하는 유일한 마리입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웃음).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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