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믿고 보는 공연 탄생지, 영국 내셔널씨어터가 궁금하다.
- 2018.02.06
- 황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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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에이미><클로저><히스토리 보이즈><워 호스><한밤중 개에게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 등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명 연극들이 탄생하거나 첫 선을 보인 곳은 어디일까. ‘국립극장’이라 번역하지 않고 표기 그대로를 전 세계에서 대표 명사로 사용하는 곳, 바로 영국을 대표하는 공공극장 내셔널씨어터(National Theatre)다. 올해로 설립 55주년이 되는 이곳은 연간 20편 이상의 작품을 제작해 공연하는 역동적인 제작극장이면서 지난해 공연 관람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778만 명 이상이 공연예술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시민들의 훌륭한 문화 동반자이기도 하다.
올 2월 말 국내 공연 예정으로, 조정석, 김재욱, 성규 출연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 <아마데우스> 역시 지난해 화제를 낳아 현재 런던에서 재공연 중인 내셔널씨어터의 제작 공연 대본을 바탕으로 하며,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매년 ‘NT Live’를 진행하면 순식간에 티켓이 매진되는 등 한국에서도 ’메이드 인 내셔널씨어터’에 대한 러브콜과 기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내셔널씨어터가 가진 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올 2월 말 국내 공연 예정으로, 조정석, 김재욱, 성규 출연으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 <아마데우스> 역시 지난해 화제를 낳아 현재 런던에서 재공연 중인 내셔널씨어터의 제작 공연 대본을 바탕으로 하며,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매년 ‘NT Live’를 진행하면 순식간에 티켓이 매진되는 등 한국에서도 ’메이드 인 내셔널씨어터’에 대한 러브콜과 기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내셔널씨어터가 가진 이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100년 이상의 합의, 저마다의 개성으로 3개 극장 운영
내셔널씨어터는 1848년 런던의 출판업자 에핑엄 윌슨(Effingham Wilson)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영국 유명 연극인들의 세부 운영 계획안 수립 및 정치가들의 지지 등이 있었고, 설립 기금 조성과 부지 논의를 거치며 1918년에 극장 설립을 위한 1차 조직인 ‘영국 드라마 리그’가 만들어 진다. 이를 통해 극장 건축 설계 경연도 개최하는 등 영국의 대표 극장을 만들기 위한 계획들은 추진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진행은 답보상태가 되었다가 1941년 영국 재무부의 재원조성 활동을 통해 1946년 영국 예술위원회가 설립되며 다시금 극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1949년 극장 건립 초기 비용 100만 파운드 지원이 국회를 통과하며 이후 1951년 여왕이 극장 건축의 주춧돌을 세웠으며, 10년 후인 1962년 첫 극장장 로렌스 올리비에의 임명과 함께 네셔널 씨어터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여행으로 런던을 찾은 이들도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내셔널씨어터는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이는 런던 중심부인 템즈강 변 사우스 뱅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코벤트 가든과 웨스트엔드 등과도 가까운 내셔널씨어터 안에는 총 3개의 크기가 다른 극장이 있다.
내셔널씨어터의 첫 극장장이기도 했던 전설의 명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이름을 딴 올리비에 극장은 그 중 가장 큰 규모로, 부채꼴 모양의 무대와 1,150석 객석을 보유하고 있다. 전형적인 형태이나 변형 가능한 프로시니엄 무대를 갖춘 890석 규모의 리틀톤 극장(Lyttelton Theatre)에서는 다양한 현대극과 음악극 등을 주로 선보이며, 2012년 코테솔 극장을 재정비 해 다시 오픈한 도프만 극장(Dorfman Theatre)은 긴 직사각형 박스 극장의 구조로 참신한 실험극에 더욱 어울린다. 450명 수용 가능한 경사 객석을 접어 평평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등 내셔널씨어터 중 가장 다양한 변형이 가능한 곳이다.
2016-17년 시즌에서는 이들 3개의 극장에서 총 24편이 공연이 무대에 올랐는데 93%의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
▲ 내셔널씨어터가 운영하는 세 개의 극장
올리비에 극장, 리틀톤 극장, 도프만 극장(위 부터)(사진:내셔널씨어터 홈페이지)
올리비에 극장, 리틀톤 극장, 도프만 극장(위 부터)(사진:내셔널씨어터 홈페이지)
세계 제일의 제작 극장을 위하여 - 기부와 재원 조성의 힘
내셔널씨어터를 현재에 이르게 한 커다란 동력 두 가지는 영국 예술위원회의 지원과 예술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깨달은 독지가 및 기업들의 기부다. 매년 영국 예술위원회 복권기금은 극장 건축과 프로그램 운영에 절대적인 지원 부분이 되었으나, 외부 기부금과 별도 재원조성 캠페인 등을 통해 극장의 재정 자립도가 늘어감에 따라, 최근엔 예술위원회 지원은 전체 예산의 17% 정도로 유지가 되고 있다.
설립 이야기가 본격화되는 초기 단계인 1909년 당시 함부르크 은행원인 자산가 칼 메이어의 7만 파운드 기부금을 시작으로 극장은 크고 작은 기금 모금 활동과 더불어 기업, 자산가들의 지원을 받아왔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을 제작한 스타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도 1990년 고전 뮤지컬의 부활을 목표로 내셔널씨어터에 100만 파운드를 지원했고, 이 돈으로 <스위니 토드> 등의 작품이 제작, 공연되었다. 또 석유화학제품을 다루는 다국적 기업 ‘셀’은 내셔널씨어터의 청소년 극장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지원금을 내놓았기도 했다.
낮은 티켓가, 공연장 문턱도 낮췄다 - 트레블엑스 15파운드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기업-극장 간 파트너쉽의 대표 사례는 바로 ‘트레블엑스’다. 2002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세계 최대의 환전 금융업 기업인 트레블엑스 그룹이 제작비를 지원하는 공연의 경우, 좌석 50%를 일괄 10파운드에 관객들에게 제공하는 제도다. 현재는 물가 상승에 따라 15파운드가 되었지만 그 인기는 매해 폭발적이어서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고, 예매자의 25%가 그전까진 공연 관람 경험이 없는 신규 관람객이라는 점에서 공연 향유층 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트레블엑스 그룹의 회장이자 공연 애호가로도 알려진 로이드 도프만은 2010년 1000만 파운드를 기부했는데, 극장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NT 라이브’ 실행에 큰 바탕이 되었다. 내셔널씨어터가 운영하는 극장 중 도프만 극장은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이드 도프만에 대한 경의로 코테슬 극장에서 이름을 바꾸었다.
신작 개발을 위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 – 더 스튜디오
신작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 꾸준한 노력은 내셔널씨어터가 현재, 동시대성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1984년 실험적 워크숍을 위해 ‘피터 길 내셔널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이후 1990년대에 들어 ‘더 스튜디오’를 통해 통한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시도,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다. 또한 신인 창작자 육성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NT라이브, 청소년 및 장애인 프로그램 등
내셔널씨어터는 더 많은 이들에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극장을 벗어났다. 2009년에 시작된 NT라이브는 내셔널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혹은 공연한 작품을 생생하게 화면에 담아 영화관, 학교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장소와 온라인에서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게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첫 작품은 <페드르>였는데, 3개월 간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 수가 NT라이브 단 1회 때 관람한 수와 같았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인 <워 호스>는 2010년에만 전 세계 160만 명이 NT라이브를 통해 관람하게 되는 등 매회 NT라이브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고 이를 경험한 사람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6-17년 시즌에는 전 세계 60개국 2,500곳에서 NT라이브가 실시되었고, 한국에서도 국립극장이 2014년 <워 호스>를 시작으로 매년 NT라이브를 통해 내셔널씨어터의 무대 그대로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예르마>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강박관념> <헤다 가블러> 등 4편을 한국의 국립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신작 개발을 위한 다양한 시도, 꾸준한 노력은 내셔널씨어터가 현재, 동시대성을 유지하는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한다. 1984년 실험적 워크숍을 위해 ‘피터 길 내셔널 스튜디오’를 설립했으며, 이후 1990년대에 들어 ‘더 스튜디오’를 통해 통한 독특한 형태의 작품을 시도, 개발하여 선보이고 있다. 또한 신인 창작자 육성 역할도 함께 맡고 있다.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NT라이브, 청소년 및 장애인 프로그램 등
내셔널씨어터는 더 많은 이들에게 공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극장을 벗어났다. 2009년에 시작된 NT라이브는 내셔널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혹은 공연한 작품을 생생하게 화면에 담아 영화관, 학교 등을 비롯한 오프라인 장소와 온라인에서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게 제공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첫 작품은 <페드르>였는데, 3개월 간 극장에서 관람한 관객 수가 NT라이브 단 1회 때 관람한 수와 같았다.
이후 두 번째 작품인 <워 호스>는 2010년에만 전 세계 160만 명이 NT라이브를 통해 관람하게 되는 등 매회 NT라이브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고 이를 경험한 사람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6-17년 시즌에는 전 세계 60개국 2,500곳에서 NT라이브가 실시되었고, 한국에서도 국립극장이 2014년 <워 호스>를 시작으로 매년 NT라이브를 통해 내셔널씨어터의 무대 그대로를 국내 관객들에게 전하고 있다. 올해에는 <예르마>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강박관념> <헤다 가블러> 등 4편을 한국의 국립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 NT라이브로 전 세계가 감상한 <워 호스>(위)와
공원에서 열린 NT라이브 광경(사진:내셔널씨어터 인스타그램)
공원에서 열린 NT라이브 광경(사진:내셔널씨어터 인스타그램)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맞춤 교육프로그램도 내셔널씨어터가 빼놓지 않고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2013년 오픈한 클로어 러닝 센터는 전 연령층을 위한 교육적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으며, 청소년들 대상의 공연 예술 무료 온라인 교육 서비스인 ‘학교에서 접속하라(On Demand, In Schools)’는 2016-17년 기준으로 영국의 중등학교 중 50% 이상이 가입해 활용하고 있다. 극장의 구석 구석을 걸으며 현재 공연을 준비 중인 네셔널씨어터의 풍경을 직접 볼 수 있는 ‘백스테이지 하이 레벨 워크웨이’는 일반인들이 더욱 친근하게 공연을, 그리고 극장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1991년에는 청각 장애를 가진 관객들을 위한 수화 통역 공연도 계획하는데, 극장 스텝들을 대상으로 수화 교실을 열었으며 정기적으로 시청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오 가이드 제공 공연도 마련했다. 올 연말부터는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 자막 안경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터치 투어’는 시각 장애인들이 공연 세트 등의 극장 환경 등과 더욱 친근해질 수 있도록 직접 극장을 방문해 만져보며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공연 대부분이 이들을 위한 오디오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 서비스는 실제 공연을 관람할 때 전문 해설사가 공연에 대한 세세한 묘사와 객석 반응 등, 대사 이외 관람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해설을 이어폰을 통해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공연 브로셔도 글자 크기가 큰 대형, 점자, 오디오 버전 등이 준비되어 있다.
▲ '터치 투어' 홍보 영상 중 한 장면
각 작품의 예술감독 지휘 아래 작품의 개발 및 연습, 공연까지 길고 탄탄한 호흡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은 내셔널씨어터 제작 공연의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이를 향한 관객들의 신뢰가 점차 쌓여질 수밖에 없는 근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관객들의 호응은 높은 객석 점유율과 1년 예산의 83%를 티켓 판매 및 펀드레이징, 수익사업 등을 통해 부담할 수 있게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2016-17시즌 기준) 또한 탄탄한 레퍼토리 개발과 함께 시대의 흐름과 함께하는 다양한 기술적 시도와 도전, 그리고 문화 소외계층이 될 수 있는 장애인들을 적극적으로 극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실천은 단순히 공연을 만들어 선보이는 극장의 역할에서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데 일조하겠다는 신념이 더해진 결과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내셔널씨어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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