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이야기, 밀도 높은 무대로 돌아온 <레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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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을 10분 줄이면서 좀 더 밀도 있고 스피디한 무대를 만들고자 했다. 무대, 의상 등 비주얼적인 면에도 더욱 신경을 썼다. 새로 합류한 배우들을 포함해 캐스팅마다 각기 색깔이 다르고 느낌이 달라서 관심 갖고 봐주시면 좋겠다.”
 
뮤지컬 <레드북>의 연출가 오경택의 말이다. 2016년 창작산실 우수 신작으로 선정돼 이듬해 한 달간 시범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났던 창작뮤지컬 <레드북>이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오경택 연출을 비롯한 창작진은 지난 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좀 더 탄탄하게 압축된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입 모아 전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한정석 작가&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만든 <레드북>은 시범공연 때부터 박수갈채를 자아냈던 작품이다. 여성이 삶의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했던 19세기 영국, 거침없이 ‘19금’ 소설을 쓰며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가는 안나와 소심하고 보수적인 신사 브라운의 로맨스가 따스한 웃음을 자아내고, 섬세하게 쓰인 대사들이 여성 인권 및 성차별과 관련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전한다.
 
<레드북>이 아우르는 주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장남자 로렐라이를 비롯해 저마다의 아픔을 딛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 문학회 회원들의 이야기가 어떤 개성과 성정체성을 가진 인간이든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왼쪽부터) 오경택 연출가,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이같은 작품의 매력은 프레스콜에서 펼쳐진 약 40간의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연애경험이 없는 브라운에게 사랑은 날씨처럼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화한다고 말하는 안나의 ‘사랑은 마치’,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로렐라이 회원들의 ‘우는 로렐라이 언덕의 여인들’, 안나에게 급소를 공격당하고 복수를 다짐하는 존슨의 ‘존슨아 울지마’, 사랑과 신념 사이에서 갈등하던 안나의 결심이 담긴 ‘나는 나를 말하는 사람’ 등 코믹과 사랑, 따스함과 진지함 등 다양한 정서를 넘나드는 음악과 장면이 다채롭게 펼쳐졌다.
 
특히 이 작품에 담긴 주제는 최근 영화 및 문학계에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겹쳐지며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여성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자’고 가볍게 시작했으나 작품을 구상하면서 여성들이 겪는 편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한정석 작가는 ‘미투 운동’과 관련해 “나도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보니 은연 중 부당하다고 느꼈던 점들이 표현된 것 같다”며 “내가 혹시 간과한 점은 없는지 돌아보며 그런 내용을 더욱 책임감 있게 다루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유리아, 박은석을 비롯한 초연멤버들과 아이비, 이상이 등 새로 합류한 배우들도 출연 소감을 밝혔다. 안나 역의 유리아는 “새로운 분들이 들어와 같이 작업하면서 더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됐다. 로렐라이 역 두 배우(지현준, 홍우진)의 느낌도 많이 달라서 여러가지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 것 같고, 더 풍성한 공연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페미니즘 이슈에 대해 더 많이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는 아이비는 “이 공연은 꼭 여성에 대한 차별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차별과 편견을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공연을 보시면 많이 공감하고 용기를 받으실 것 같다”고 말했고, 사랑,연애 등 모든 것이 처음인 브라운의 순진무구함과 변화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이상이는 “안나를 보면서 나는 나로서, 너는 너로서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더 건강하고 솔직하게 하며 살아가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작품에 담긴 의미를 짚었다.
 
뮤지컬 <레드북>은 3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글/구성: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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