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어두움을 밝혀내는 이야기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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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우리 안의 어두운 것을 밝혀내는 이야기다. 마지막 공연까지 진심을 다해서 공연하겠다."

지난 14일,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 기자간담회에서 연출가 오세혁의 말이다. 이 작품은 러시아 작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원작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수현재컴퍼니가 ‘수현재 작가데뷔 프로그램 통통통 시즌 1’을 통해 2016년 발굴한 작품으로, 김경주 작가가 방대한 원작을 극 중 무신론자 둘째 아들 이반의 논문 ‘대심문관’을 중심으로 각색해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여기에 이진욱 작곡가가 작곡가 겸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지난해 두 번의 쇼케이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 이번에 본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김경주 작가는 “개인적으로 극 중 ‘이반’이 쓴 ‘대심문관’이라는 논문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는데, 그 논문은 인간 내면의 순수성과 악마성에 대한 질문이 많은 텍스트다. 작품을 통해 인간은 아무리 악마가 속삭여 와도 선(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을 펼쳐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1명이 등장하는 방대한 원작
네 형제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압축

 
이날, 작품의 제작진과 김주호, 심재현, 조풍래 등 전 배우들이 참여해 공연 전막을 선보였다. 평생 방탕하게 욕정을 쫓으며 살아온 표도르 까라마조프는 어느 날 밤 살해당하고,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있던 네 형제들은 서로를 의심한다. 작품은 아버지의 살인사건이 누구인지 밝히는 과정을 통해 삶과 죽음, 사랑과 증오, 선과 악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오세혁 연출은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버지가 저세상으로 떠나는 과정을 상상했다. 네 형제가 아버지를 부끄러워하고 증오하고 멀리하다, 살해를 당한 아버지를 땅에 묻고, 꽃을 던지고, 물로 씻으며 작별 의식을 치른다. 그런 행위를 통해 아버지의 흔적이 깨끗이 씻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그 흔적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연출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대본에서 꽂힌 건 발작이다. 여기서 발작은 병적인 발작이 아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화, 부끄러움, 올바르지 못한 것 등이 있는데, 그것을 시원하게 발작하면(풀어내면) 그게 인간의 아름다운 상태가 아닐까 싶다. 작품을 보러 와서, 여기 나오는 인물들처럼 자기 고백과 용서를 비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수도원으로 형상화한 무대
무대 1열에 피아니스트 배치

 
무대는 수도원 내부로 꾸며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는 ‘작별 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무대 1열에 피아니스트를 배치해 음악과 배우들의 호흡을 더욱 강조했다. 이진욱 작곡가는 “배우들이 읽어주는 대사가 곧 음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존의 뮤지컬 넘버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게 노래인지, 드라마인지 이분법적 논리로 구분 짓지 않고, 작품에 가장 어울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우들은 등퇴장 없이 무대 양쪽에 대기한다. 이것에 대해 오 연출은 “등장인물들이 서로가 하는 행동을 주시하면서 다 같이 느끼고 고통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등퇴장을 하지 않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는 오는 4월 15일까지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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