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극단의 행보 ④] 의도된 불편함 선보이는, 극단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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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극단의 행보 네 번째로 만난 이들은 극단 신세계이다. 극단 신세계 새로운 세계, 믿을 수 있는 세계를 만나고 싶은 젊은 예술가의 모임이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망각댄스-세월호편>으로 참사 지역을 다니며 거리 공연을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인터뷰 당일 연출가와 세 명의 배우는 인터뷰에 함께 하지 못한 나머지 단원들을 대신해 연습실의 소품을 저마다 하나씩 가져와 들었다. 이십 대 중반의 막내 단원부터 삼십 대 중반의 연출까지. 단원들의 평균 나이 30대 초반의 젊은 극단 신세계의 만남은 유쾌한 사진 촬영으로 시작했다. "불편함을 제대로 직시해야지만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그들의 외침은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극단 신세계
대표 : 김수정(연출)
창단연도 : 2015년
주요작품 : <그러므로 포르노> <인간동물원초> <사랑하는 대한민국> <파란나라> <말 잘 듣는 사람들> <멋진 신세계> 등

극단 신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김수정 : 2010년부터 창작집단 툭으로 먼저 활동을 했었다. 그러다가 제가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이 되기 시작하면서 동인들이 전부 극단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전에 하던 작품과 동인이 되고서 하는 작품과 차이가 있고, 어차피 작품의 결도 달라져서 새롭게 극단을 만들자 해서, 동인 활동과 함께 시작된 극단이다. 창작집단 툭에서 활동한 배우 몇몇과 함께 새로 단원을 꾸려 함께 하고 있다.

극단 신세계와 어떻게 함께 하게 되었는가.
김보경 : 관객으로 처음 연출님의 <그러므로 포르노>와 <인간동물원초> 작품을 만났다. 공연을 보고 너무 좋아서, 나도 이 극단에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2015년으로 극단에서 1기 신입 단원 오디션을 뽑을 때였다. 오디션에 지원했고 단원이 되었다.

김두진 : 연출님이 동인 활동을 시작할 때 같이 작업하다가 학교 졸업을 앞두고 극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의사를 밝혀서 단원들끼리 회의를 거쳐서 함께 하게 됐다.

이종민 : 대학교 다닐 때 김 연출과 친구였다. 친구이다 보니 밖에서도 계속 연을 맺어오다 작년에 단원으로 들어왔고, 이제 들어온 지 1년 된 막내 기수이다. 조만간 후배들이 들어오면 막내 타이틀을 넘겨줘야 해서 가슴이 두근두근한 상태다.  
 
극단 신세계 공연작

 
- 극단의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
김보경 : 전체 인원은 14명인데, 모든 일을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나눠서 하고 있다. 연습실 관리를 총괄하고 담당자도 따로 있다. 연습실 청소를 매주 나눠서 당번이 와서 체크리스트에 따라 청소를 한다. 그리고 극단 블로그와 페이스북 관리자, 회계 담당 등이 있다. 극단 내에서 명칭을 그렇게 부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회사처럼 홍보팀, 관리팀, 사업팀이 있다.

김수정 : 그동안 공연을 하면서 스스로 직업으로 삼기에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극단을 하게 되면서 "우리도 직업이 있다"고 당당하게 작업하기 위해서 제대로 된 회사 같은 분위기를 갖고 싶었다. 극단 정관도 단원들과 1년에 한 번씩 검토하면서 세밀하게 작성하고, 단원들과 1년 단위로 계약서 써 나간다. 여기 모인 세 명의 배우들이 저와 일을 앞서서 하는 2016년도 부대표, 2017년도 부대표, 고정 부대표이다. 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모든 배우가 참여할 수 있도록 회의를 열어 작은 것 하나라도 공유하고 같이 고민해서 정한다. 극단의 수입도 똑같이 1/n으로 나눈다.

이종민 : 무얼 하든 연출이 고민을 굉장히 오래 하는 편이다. 극단의 선택은 개인의 선택일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의 이야기를 다 듣고 하다 보니 우리는 회의 시간이 길다. 보통 한 번 하면 기본 4시간이다. (웃음)

김두진 : 극단 운영에 대한 문제들은 내부에서 공론화가 된 상태에서 진행이 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모르고 있는 단원들은 없다. 물리적인 시간도 오래 걸리고, 육체적으로 피곤해도,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가는 행로가 차별성이 생기는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작은 발언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왜 그럴까 더 이야기에 귀 기울이려고, 그 안에서 좋은 방향으로 조율하려고 한다. 아니다 싶으면 과감히 버리고, 그 과정 덕분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김보경 : 작품 같은 경우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연출에게 이야기한다.
 
- 지난해 <망각댄스-세월호편> 을 통해 대한민국 역사 속에 존재하는 여러 참사를 만나왔다.
김두진 : 지난해 감사하게도 서울문화재단의 2017 거리예술·서커스 창작지원사업에 선정이 돼서 거리공연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관객이 우리를 보러 와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관객을 찾아가자고 정했고. 이것이 우리 극단의 2017년을 다 설명해 준다.

대한민국에 있었던 참사 현장과 세월호 사건을 서로 연결 지어서 이걸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에게 노출해서 공유되게 해보자는 의도였다. 처음에는 정말 쉽지가 않았다. 행복한 창작의 순간이었다. 행복하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그 과정을 지나고 보니 단원 모두가 굉장히 성장해 있었다. 이 작업 이전에는 그저 배우로만 살았다면, 이제는 이 시대에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말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김수정 : 세월호 공연으로 시작을 했는데 세월호 공연만이 아니었고, 대한민국 참사 지역을 찾아서 세월호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모든 참사를 만나고, 이렇게 되면서 단원들이 굉장히 아팠던 경험이 있다. 어떤 단원들 꿈에는 혼이 자기들한테도 찾아와 달라고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연장선에서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 주요 작품을 보면 어조나 색깔이 강한 작품이 많다.
김수정 : 극단 신세계의 방향은 ‘불편함을 통해서 불편함에 대항한다’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가 평소에 살아가면서 외면하거나 고통스러워서 안 보려고 하는 지점들에 대해서 그걸 제대로 직시해야지만 우리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자꾸 지속해서 불편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의도된 불편함이다. 우리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 굉장히 불편한 점들이 많다. 그런데 그것을 무대 위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보게 되니까 불편함으로 느껴지는 거다.
 
원래 배우이자 안무가였는데 연출을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지금도 가끔 놀란다. 제가 연출이라는 사실이. 이상할 때가 있다. 배우 할 때는 내가 잘 보이고 싶고, 나도 성공한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연출이 되면서 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저는 한 번도 배우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 생각이 뭐. 이런 생각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연출을 하면서 이제는 '말'을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다른 연출이 하는 이야기를 내가 굳이 할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지금 하는 이야기들은 제 성장 과정, 제 경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이십 대에 사회 안에서 많은 폭력을 당했다. 후배로서, 여자 배우로서, 여자로서. 그 안에서 겪게 되는 폭력들이 쌓이면서 정말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 일이 많았다. 그런데 단원들을 만나면서 그들도 나와 같은 유사한 경험을 겪었고, 함께 공동 창작도 하게 되고 그것이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 계속해서 우리의 이야기를 할 힘이 된 것 생긴 것 같다.

이종민 : 불편함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절대 착하게 해서는 질문이 던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관객들을 흔들어 내고 마음 안에 무엇을 발생시키려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줘야 하다 보니까 불편함에 대해 선택을 하고 불편함을 주게 된다.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것은 불편함이 목적이 되는 불편함을 주는 게 아니고 그 불편함의 이유를 작품마다 찾아서 분명히 그런 선택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 기존에 사회에서 말하고 있는 것,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가?
김수정 : 내가 그동안 주입 당한 사회적 세뇌에 계속 반항하고 있는 것 같다. 맞나? 아닌가? 하는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이종민 : "이게 맞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건 맞는데, 그걸 해석에 내는 방향성에서 극단 신세계는 좀 더 "아니다"라는 비중에 치우쳐 있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보다는 우리가 맞나 이런 질문을 가지고 그것 자체가 부정적인 인식에서 출발하다 보니까 "아니다"라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극단 신세계의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 같다.
 
김보경, 이종민, 김수정, 김두진 (왼쪽부터)
 

- 최근에 신입 단원 오디션이 있었다고?
김수정 : 그동안 신입 단원을 모집하지 않았던 이유는 지금 단원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극단에서 단원을 뽑아놓고 책임을 못 지는 경우를 봐 와서 책임 있는 극단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올해 단원들하고 목표를 세웠다. "모든 단원이 외부 작품을 해보자"라고. 극단 정관에 1년에 한 작품은 배우로 참여하고, 한 작품은 스태프로 참여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는데 이게 단원들을 극단 안에 가둬 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외부에서 연락이 들어오는데 극단 작업 때문에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편하게 해 주려고, 신입 단원을 충원하게 되었다. 실제로 많은 분이 지원해서 깜짝 놀랐다.

김두진 : 극단 공고만 보고 그냥 극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해서 저희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른데 지원한 분, 극단 공연을 안 보거나,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한 분들 외에 나머지 분들은 다 만났다.

- 배우로서 극단이라는 울타리가 중요할 것 같다.
김두진 : 혼자서 활동을 하는 프리랜서 같은 경우에 스스로 어떤 고민이 생기거나, 좀 더 성장하고 싶거나, 자기 고충을 털어놓고 싶거나, 나와 비슷한 누군가와 함께하고 있다는 걸 공유하면서 위로가 필요할 때가 있다. 혼자 작업하다 보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까 자기 스스로 돌아보고, 발전하는 시간을 많이 못 가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종민 : 배우라면 모두가 그 고민을 할 것이다. 혼자서 활동하거나, 집단에 속해서 활동하는 것 그중 뭐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극단에 들어오는 걸 모두 선호한다”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연극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다. 같이 무언가를 해나가는 동료라는 것은 정말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들이다. 혼자이더라도 동료는 있을 수 있는데, 전 감사하게도 신세계를 만나서 울타리도 얻고, 함께 가는 동료들도 얻었다.
 
김수정 : 연출 입장에서도 극단이 없는 연출이 많다. 배우랑 똑같은 입장이다. 연출들도 배우가 없고 극단이 없으면 작업을 하기가 겁이 난다. 저도 우리 단원들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을 못 했을 것 같다. 짧은 시간에 작품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 동료들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아직도 제가 우리 단원들 말고 다른 배우들과 작업을 못하는 이유가 그거다. 
 
김수정 연출

 
- 연극, 좋아서 하고 있나? 앞으로 '유명해지고 싶다'같은 욕망은 없는가.
김두진 : 지금 연극을 하고 있어 좋다. '앞으로 나는 행복해져야겠다', '앞으로 나는 좋아질거야', '앞으로 나는 안정적으로 살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지금 뭘 해야 할까', '나는 지금 어떻게 하면 즐거우냐'같은 지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수정 : 젊은 극단 모두 '유명해지고 싶다'나 혹은 '행복해지고 싶다'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한 편에서는 너무 원하는데 한 편에서는 그것을 버리려고 한다. 현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유명하고 행복해지려면 공연을 하면 안 되니까.

김보경 : 난 항상 꿈꾸고 있다. 연극으로 부자가 되는 순간을 (웃음). 돈은 없지만, 오늘 행복하니까 괜찮다.

이종민 : 물론 진짜 좋고 행복하지만, 한 번씩 고민하고 판단하려고 한다. 그것이 마치 고통 속에 한 순간 짧은 위로가 되는 아편처럼. 합리화의 수단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것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히 좋고 행복하지만 '내가 진짜 좋고 행복한가'라는 물음을 계속 가지고 가는 거다. 앞서 김수정 연출이 싸운다고 표현했지만 개인으로서도 늘 그것들과 싸우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
 
- 앞으로 극단 신세계는 어떻게 가고 싶은가.  
이종민 : 개인적인 삶도 말년에는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지고 싶다. 극단 신세계도 멋지게 사라지면 좋겠다. 서태지와 아이들처럼. (웃음)
김수정 : 그건 너무 멋지잖아.
김보경 : 전설이 되고 싶은 거야?
이종민 : 그건 아니고. 아름답게 마무리되면 좋겠어.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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