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기획①] '미투' 운동 한 달, 공연계 정화하는 거름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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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어렵게 용기 낸 피해자들의 폭로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키며, 공연계를 비롯해 문학·정치계 등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 플레이디비는 지난 한 달여 간 미투 운동으로 인한 공연계의 파장, 앞으로 건강한 공연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다루고자 한다.

총 3부작으로 이뤄질 미투 기획 기사의 그 첫 번째는 바로 '미투 운동 한 달, 공연계 정화하는 거름망 될까'다. 한 달여의 짧은 시간 동안 정신없이 흘러간 지난 공연계 성폭력 파문들을 살펴보고, 이로 인해 관객들과 공연계 종사자들은 어떻게 행동했는지 정리해봤다.

 
서지현 검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문화계 미투 열풍의 불씨로


"피해자가 입을 다물어선 조직 내 개혁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시작이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이 가했던 성폭력을 어렵게 JTBC에 제보한 것. 10여 년의 세월 동안 조직 내에서 자체적인 변화를 기대했지만 바뀌지 않는 현실에 서지현 검사는 용기를 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도 후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각계 각층에서 성범죄 피해사실을 밝히며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의 불길이 대한민국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공연계 미투 운동의 시발점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였다. 배우 이명행이 과거에 한 여성 스태프를 성추행했다는 내용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게 되면서 공연계 성폭력 파문은 확산됐다. 묵묵부답을 일관하던 그는 논란이 계속되자 출연중인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하차하고, SNS 사과문을 게재하며 입장을 밝혔다.

연극계의 거장 이윤택에 대한 폭로도 마찬가지였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유명 연출가A씨가 국립극단에서 배제됐던 건,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이 아니라 과거에 성폭행을 행사하려 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글이 게시된 것. 이후 극단 시절 부적절한 안마를 시켰다고 주장하는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의 폭로, 이윤택에게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또다른 배우의 폭로 등 다양한 제보들이 쏟아지자, 결국 이윤택은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에 나섰다. 하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로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이어 연극계 대표 연출가 오태석은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후 일체의 입장표명 없이 잠적했으며, 극단 번작이의 조증윤 대표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가 불거지며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또한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공식 사과문을 내고 위안부 피해 할머니 소재의 신작 뮤지컬 제작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외에도 공연계를 넘어 매체 얼굴을 알린 배우 조재현·오달수,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김석만·박중현·최용민·김태훈 교수 등의 과거 성폭력 혐의에 대한 폭로글까지 잇따라 쏟아지며 파장은 더욱 커졌다.
 
‘성범죄자들은 관객이 거부한다’
행동에 나선 관객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배신감은 더욱 컸다. 작품이 그려낸 아름다운 가치들을 통해 삶의 위로를 받았었기에, 무대 뒤에서 펼쳐진 끔찍한 민낯은 관객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분노는 행동하는 에너지로 이어졌다. 연극,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마련, 지난 달 25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연극뮤지컬관객#위드유 집회'를 연 것.

주최 측 추산 600여 명이 모인 집회에서 '범죄자는 자숙말고 자수하라, 성범죄자들은 관객이 거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공연계의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개인 자유발언에 나선 관객들은 "성범죄자들의 몰락을 지켜보고, 그들을 잊지 않겠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표명했다.
 
자성하는 공연계…
SNS 미투 지지 표명부터 단체행동 결성까지


공연계 종사자들도 마냥 침묵하지 않았다. 여러 극단 및 배우들이 나서 미투·위드유 운동에 힘을 실었다. 김지우는 자신의 SNS에 미투 해시태그와 함께 "17살부터 방송일을 시작하면서 현장에서 당연하듯이 내뱉던 언어 성폭력들을 들으면서도 무뎌져왔다"며 "당신들이 유희하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사랑하는 엄마, 딸, 누나, 동생, 가족"이라고 남겼다. 이 외에도 최우리·최수진·고훈정·이규형 등의 배우들과 LAS, 고래 등 극단들이 나서 SNS로 미투·위드유 지지 의사를 밝히며 피해자들을 응원했다.

또한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을 반성하고 자정하기 위한 단체도 생겼다. 바로 이해성 극단 고래 대표, 김태희 연극평론가 등 100여 명이 넘는 연극인들이 뭉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이다.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공연계 구성원으로서 반성과 자정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자 하는 이들은 앞으로도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설 예정이다.

이 외에도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극연극평론가협회 등의 예술단체들도 잇따라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는 물론 연극계의 발전적 변화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DB, 각 배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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