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기획③]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미투 이후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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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은 사전적 정의로 ‘성적인 언어나 행동을 수반하는 폭력 행위로,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육체적 손상이나 고통을 주고 인간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표현된다. 이처럼 성폭력이 한 개인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가해자 개인의 일탈 혹은 피해자 여성의 문제로만 치부됐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여러 분야의 '미투 운동'을 통해 성폭력이 이제 더는 특정 가해자의 문제가 아닌 권력관계와 같은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공연계는 이윤택, 이명행, 조재현 등 유명인사들의 성범죄 사건이 폭로되면서 관객 및 관련 종사자들이 충격에 빠졌고, 이를 계기로 뼈 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더불어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도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해 피해자를 위한 대책,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더불어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 선언도 SNS상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은 이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하나의 큰 흐름으로 거대하게 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절실한 것은 직접적인 사건의 해결일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피해 방지를 위해 정부를 비롯한 공공 극장과 예술 단체 등에서 어떤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지, 피해를 경험한 당사자가 어디에서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건강하게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주변에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살펴봤다.

최근 정부가 나서서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고백이 다시금 권력에 의해 무마되지 않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8일,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의 가장 오랜 적폐는 성별 권력 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마침내 뜨거운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언급하며, 최근 사회 각계로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사회 구조적 변화로 이어가겠다고 표명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돼 성희롱 성폭력 피해를 고백한 이들의 2차 피해 방지와 지원을 위해 신속하게 나서고 있다.


정부,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 형사처벌 강화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신변보호


■ 여성가족부 및 문화체육부 등 범정부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12개 관계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는 지난 8일 성폭력 근절 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은 공공기관과 기업, 문화예술계, 법조계 등 전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 방지와 신변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일단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에 대해 형사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현행 형법상 업무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 법정형은 징역 5년 이하, 벌금 1500만 원이지만 이를 징역 10년 이하, 벌금 5000만 원 이하로 2배 이상으로 높이기로 했다. 또 공소시효를 업무상 위계·위력 간음죄의 경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업무상 위계·위력 추행죄의 경우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상 악성 댓글에 대해서는 사이버 수사 등을 통해 엄정하게 대응하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을 어렵게 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나 무고죄를 이용한 가해자의 협박, 손해배상 등에 대한 민·형사상 무료 법률지원도 강화한다
 
여성가족부장관 정현백

 
문화체육관광부-서울해바라기센터 함께
문화예술분야 성폭력 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 신고·상담센터’ 운영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해바라기센터가 운영하는 특별 신고·상담 센터에는 문화예술, 콘텐츠, 관광, 체육 분야에 종사하는 피해자와 대리인 모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방법은 문화예술계 전용 전화(02-742-7733)와 온라인 비공개 상담(www.help0365.or.kr)을 통해 접수할 수 있고 우편(서울 종로구 대학로8가길 56 동숭빌딩 2층 서울 해바라기센터 치료상담소)으로도 가능하다. 센터는 피해자 상담부터 신고, 민형사 법률 지원, 치유회복프로그램 등 종합(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정부, 문화예술분야 성희롱·성폭력 사건 진상 규명나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공적 지원에서 배제

 
아울러 문화예술 분야 성폭력 사건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단’도 지난 12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인권위원회와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되어 앞으로 100일간 운영된다. 사건조사 및 실태 파악을 통한 피해자 구제, 가해자 수사 의뢰 및 경찰청과 특별 신고·상담센터와 연계한 2차 피해 방지 등의 업무를 수행햔다. 또한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자는 공적 지원을 배제하며, 국립문화예술 기관·단체의 임직원 채용 및 징계 규정 강화, 문화예술 분야의 정부 지원·공모사업 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극장과 제작사, 성폭력 예방 지침 마련 및 계약서 조항 정비
연극인 자정 노력,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모임 결성
 
(왼쪽부터)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의 이오진 작가, 김기일 연출, 홍예원 배우

 
■ 극장·예술단체
국공립단체와 공공 극장도 뒤늦게나마 피해를 실질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대책 마련으로 분주한 모습이다. 공통으로 공연 제작 중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신고/상담할 수 있는 창구와 조사 절차 마련 및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관련 계약서 조항을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시즌프로그램의 협력 극단을 대상으로 분기별 3회 성희롱 예방 교육을 했던 남산예술센터는 성폭력 추문을 인정한 한명구 배우의 출연작 <에어컨 없는 방> 공연을 취소했다. 올해부터 한국여성민우회의 추천을 받은 전문강사가 협력 극단으로 찾아가 극단별로 다를 수 있는 상황을 교육 내용에 반영, 기본적인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과 함께 양성 평등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4월 개막을 앞둔 연극 <처의 감각>을 무대에 올리는 극단 ‘프로젝트 내친김에’가 첫 교육 대상 극단이다.
 
■ 제작사
연극열전은 계약서에 성폭력 예방 관련 조항이 기재되도록 준비 중이며, 배우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작품의 상견례 혹은 첫 연습실에 해당 교육 및 이에 따르는 공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지난 2월 21일 발족한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이하 연극인 행동)’은 연극계 내의 성폭력 사태에 대처하고 용기 있는 발언을 지지하고 동참하려는 연극인들의 모임이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피해자들의 법적 대응과 공연계의 변화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연극인 행동은 피해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제보 또는 상담 요청을 할 수 있는 창구를(theaterwithyou@hotmail.com) 운영 하고 있다.
 
이 같은 상담에서 독특한 것은, 피해자 대신 고발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피해자가 본인을 노출하기 어려워하거나, 법적 문제 등 여러 가지로 고민이 될 때, 연극인 행동이 대신 가해자를 고발한다. 최근 실체가 밝혀진 세종대학교 김태훈 교수의 사건이 그 예이다.

 
 
여성긴급전화 1366, 1년 365일 24시간 운영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게, 원스톱 지원

 
■ 법률/의료 지원 가이드
여성가족부에서는 성폭력 등 긴급한 구조, 보호 또는 상담을 필요한 피해자들을 위해 여성긴급전화를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여성긴급전화를 통해 심리·정서·신체적으로 위기 상태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의료·법률·보호 등의 서비스 제공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도록 지원을 돕고 있다. 성폭력 피해자는 '해바라기센터' 와 전국 성폭력 전담의료기간 등에서 응급치료 및 진료를 방을 수 있으며,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까지 신체적·정신적 의료비를 지원한다.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민사, 형사소송의 무료 변호는 대한법률구조공단,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한국성폭력위기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피해자 지원기관

■ 피해자를 위한 심리 가이드
 
주변인: Not Knowing(낫 노잉) 태도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주영아 교수(마음지음상담센터장)는 "피해자들의 가족이나 지인 등 주변인들에게 피해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의미의 ‘Not Knowing(낫 노잉)’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어땠어”라고 상황을 물어보는 것이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된다” 같은 말도 조심해야 한다. ‘네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 언제나 난 널 지지하겠다’라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주 교수는 “피해자들이 기분 변화가 잦고 감정이 폭발하는 등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이기 때문에 관계에 두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옆에서 그들을 지지했던 사람들도 그런 모습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하며, "피해자의 심리 변화 과정이 스스로 일어나려는 자기 복원의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믿고, 참고, 기다려주면서, 그 사람의 강점과 행복하고 따뜻한 기억을 끄집어내서,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확인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전문가의 도움 필요
피해자는 현 상황에 미래 예측이 힘들 수 있으며, 자기방어 기제가 작동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피해자에게는 무엇보다 본인을 이해해주는 가장 따뜻하고 안정적인 지지 체계가 필수적이다. 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체계적인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주변인들은 “나는 여기까지만 알고 있는데, 이후에 이 문제에 대해서 네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이 가장 맞는 걸까? 우리 함께 전문가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라고 권유하는 것이 좋다. 이때 중요한 것은 피해자보다 앞서가지 말고 옆에서 뒤에서 그들의 호흡에 맞춰 바라봐주는 것이 좋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여성가족부 제공 
참고자료: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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