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인스포팅>에 대한 3가지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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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인생을 선택하지 않기를 선택했다” 탈출구 없는 청춘들의 암울한 초상을 다룬 연극 <트레인스포팅>.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지난 3월 개막해, 마약이라는 독특한 소재에도 불구하고 마니아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고 있다. 특히 간결한 무대를 화려하게 꾸미는 감각적인 영상과 객석 곳곳을 뛰어다니는 배우들의 열연은 작품을 즐기는 또 다른 재미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조금은 낯설지만, 새로운 연극 <트레인스포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파헤쳐봤다.

* ‘트레인스포팅’이란?
기차역에 온종일 죽치고 앉아 역에 들어오는 기차 번호를 적는 행위. 팔뚝 정맥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남은 헤로인 주삿바늘 자국이 기찻길을 연상시켜 원작자 어빈 웰시가 직접 정한 제목이라고 한다. (실제로 작품 속에선 배우들이 트레인스포팅을 하는 모습도 나온다.)
 

■ 연극 <트레인스포팅>, 영화와 연극은 사실 조금 다르다?
 
영화와는 다른 연극의 매력은?
각각의 캐릭터를 살린 스토리…한국 정서 반영


사실 <트레인스포팅>은 연극보다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6년 대니 보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던 동명의 영화가 그것. 이완 맥그리거의 강렬한 퇴폐미(?)가 인상적이었던 이 영화는 반항하는 청춘의 상징물처럼 대중들의 기억에 자리 잡았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연극 역시 전반적인 분위기와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영화가 마크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힘있게 끌어나간다면, 연극은 마크뿐만 아니라 각각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섬세하게 다룬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펼쳐지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어두운 단면을 더욱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또한 연극의 전반적인 연출 방향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삼은 것도 영화를 즐긴 관객들에겐 색다를 수 있는 매력 중 하나. 마약에 빠진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자칫 한국 관객들에게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정서일 수도 있기 때문. <트레인스포팅>의 연출을 맡은 추민주는 “사실 마약 대신 다른 사회적인 문제를 대입해보면 충분히 우리나라 관객들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며 “작품 속 마약을, 사회에서 반복되는 끔찍한 문제지만 달라지지 않는 '자살'과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하며 연출했다”고 밝혔다.


■ 영상에 숨어 있는 <트레인스포팅>의 디테일
 
감각적인 영상을 활용한 영화 같은 무대 연출
마약 후 증상의 특성에 따라 영상을 다르게 표현


연극 <트레인스포팅>의 무대 구성은 생각보다 단조롭다. 회색 톤의 외벽으로 꾸며진 3층 무대가 전부다. 하지만 각종 화려한 영상들은 자칫하면 심심할 수 있는 무대를 흥미로운 공간으로 만든다. 특히 감각적인 영상으로 영화가 주목을 받았던 만큼, 영상을 십분 활용한 영화 같은 무대 연출이 돋보인다. 작품 도입부에서 영상과 조명, 그리고 효과음을 활용해 흡사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처럼 각각의 캐릭터 이름을 벽 위에 새기는 무대 연출방식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영상은 관객들이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적절한 영상으로 구현해 관객들의 상상력 발휘를 돕기도 한다. 특히 마약을 한 후 바닥에 뒹굴고 있는 배우들 뒤에서 나오는 기하학적인 영상들은 작품 중간중간 다양한 느낌으로 표현되곤 하는데, 마약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들의 심리상태를 표현한 거라고.

“작품 속에서 인물들은 크게 두 가지 종류의 약물, 헤로인과 스피드를 한다. 헤로인을 하고 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평안한 상태가 되고, 스피드는 오히려 활동성을 느끼게 되는 약물이라고 하더라. 헤로인을 할 땐 엄마 배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의 영상을, 스피드를 할 땐 오락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의 영상을 구현해 인물들의 심리를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고자 했다.” (추민주 연출)


■ <트레인스포팅>의 배우들, 캐릭터를 위해 이것까지 해봤다?
 
위험한 액션 많아 시작한 신체 훈련
캐릭터 위해 살 빼고, 탈색하고, 중독치료 수업까지


마약에 중독된 스코틀랜드의 젊은이를 연기하는 만큼, 배우들은 작품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신체 훈련이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한 마크의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작품보다도 에너지 소모량이 훨씬 큰, 새로운 동선을 소화해내야 했기 때문. 매일 오전, 크로스핏과 코어 근육운동, 스트레칭 등 강도 높은 신체 훈련을 통해 배우들은 점차 기초적인 근력과 지구력, 유연성을 기를 수 있었다고. 스퍼드 역의 신주협은 “많은 땀을 흘린 만큼 그 덕분에 무대를 뛰어다니면서도 익숙한 것처럼 연기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방황하는 청춘에 걸맞은 배우들의 비주얼 변신도 볼거리 중 하나다.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비주얼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미 역의 고상호는 “자유분방한 캐릭터 톤에 맞춰 평소에 끼지 않던 귀걸이를 끼고, 자연스러운 헤어스타일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고, 신주협은 “소심하고 예민한 스퍼드를 잘 표현하기 위해 체중 감량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식보이 역의 김바다는 머리를 탈색해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색다른 모습을 선보여 주목을 받기도 했다.

또한 마약중독자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단체로 마약 중독치료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도 했다고. 앨리 역의 조지승은 “다양한 마약 중독자들의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보면서 연구도 했지만, 수업을 통해 왜 사람들이 마약을 하게 되고 거기에 빠지게 되는지 근본적인 이유 등을 알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두운 청춘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연극 <트레인스포팅>은 오는 5월 6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네오프러덕션, 네이버 영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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