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스토리] 국립극단 청소년극 ‘사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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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청소년극 ‘사물함’이 지난 20일 무대에 올랐다. 신예 김지현 작가, ‘Commercial, definity’ ‘가해자 탐구_부록: 사과문 작성가이드’의 구자혜 연출이 함께 선보이는 이 작품은 ‘사물함’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친구의 죽음을 겪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립극단은 20일 개막에 앞서 진행한 프레스리허설에서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극은 두 개의 시점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나는 편의점에서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며 일하다가 사고로 죽은 다은의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다은이 죽은 뒤 사이가 어색해진 혜민, 한결, 재우, 연주의 이야기다. 두 줄기는 서로 교차되며 이어지다 후반부에 이르러 ‘사물함’의 의미를, 네 친구들의 사이가 멀어진 이유를 드러낸다.
 
“이상해. 죽었는데 살아있는 것 같아.”
“전교권 안에 못 들면 그게 사람이야?”

 
혜민과 한결, 연주 등은 모두 죽은 다은과 관계가 있다. 혜민은 다은이 일하던 편의점 주인의 딸이고, 한결은 그 편의점이 세든 건물주의 손녀이며, 연주는 다은의 절친이었다. 이들은 다은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길 꺼려하고, 다은이 쓰던 사물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도 그걸 열어보지 않는다. 이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험, 과외, 성적에 집중한다.
 
그러나 극이 이어지면서 사실은 결코 멀쩡하지 않은 이들의 속마음이 드러난다. 한창 마음이 예민한 시기, 다은의 죽음은 혜민, 연주, 재우, 한결에게 큰 상처와 죄책감을 남긴 것이다. 이들은 과연 그 상처를, 다은의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을까?
 
이 공연은 일찍부터 경쟁과 성공을 강요받는 청소년들의 현실을 생생히 담고 있다. 아직 학생이지만, 이 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조숙하고 현실적이다. 차상위계층인 다은은 자신의 인생을 편의점의 폐기 상품에 비유하고, 혜민은 학벌 좋은 남자에게만 매력을 느낀다. 이들은 서로의 경제적 계급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으며, 그 계급을 유지하거나 혹은 벗어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 모습은 후반부에 드러나는 이들의 여린 속마음과 대비되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번 공연에는 김윤희(다은 역), 이리(한결 역), 정연주(연주 역), 정원조(재우 역), 조경란(혜민 역)이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사다리꼴로 만들어진 무대는 삼면의 객석에 둘러싸여 있으며, 두어 개의 소품 외에는 오롯이 배우들의 연기가 극을 이끌어간다. 게임, SNS 라이브 방송 등 요즘 청소년들의 일상과 관심사도 엿볼 수 있다.
 
연극 <사물함>은 5월 6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펼쳐진다.
 
글 :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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