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엘렉트라’ 리뷰, 배우 장영남·서이숙의 강렬한 연기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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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남, 서이숙. 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 ‘엘렉트라’가 지난 26일 개막했다. 공연 제목이자 주인공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증오하는 오이디푸스와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다. 아가멤논 왕의 딸인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를 향해 증오를 드러내며,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로 소포클레스의 비극을 원작으로 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안티고네’를 함께 작업한 한태숙 연출과 고연옥 작가가 다시 한번 이번 무대를 위해 뭉쳤다.
 
■ 현대로 넘어온 그리스 비극
이 작품은 원작과 달리 배경을 고대 그리스가 아닌 종교분쟁으로 참혹한 내전을 겪는 현대 그리스로 가져왔다. 엘렉트라는 어머니를 납치한 게릴라 전사로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을 따르는 게릴라 군과 함께 정부에 대항하며,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를 지하 성전으로 납치한다. 엘렉트라의 동생 오레스테스는 원작에서는 타고난 영웅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복수에 갈등하며, 복수의 정당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인물로 나온다. 엘렉트라를 비롯하여 새롭게 부여된 의미를 가지는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고 행동한다.

■ 연기력 만렙 배우들의 호흡, 좋았어!
그간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활동하던 장영남이 연극 '산불' 이후 7년 만에 이 작품으로 연극 무대로 돌아왔다. 그녀는 어머니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딸 엘렉트라로 분해 그녀의 최종 목표인 어머니에게 총구를 겨눈다. 장영남은 거친 몸짓과 말투로 무장하며 강한 엘렉트라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머니 클리탐네스트라로 분한 서이숙은 자신을 증오하는 딸에게 저주의 말을 뱉으며 무대에 등장한다. 그녀는 “나의 죄는 신에게 이미 용서 받았다”며 자신만의 논리로 딸에게 당당히 맞선다. 서이숙의 강렬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좌중을 압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 많은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어머니의 모습으로 익숙한 예수정은 폭탄 전문 게릴라 역 맡아 색다른 변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 섬세한 캐릭터의 심리를 원한다면, 아쉬워!
공연은 비극적인 대사와 배우들의 격정적인 연기를 통해  ‘어머니를 죽이려는 엘렉트라의 정의는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묵직한 주제를 전하다 보니, 시종일관 어둡다. 캐릭터들의 섬세한 심리와 이야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작품이 다소 무거울 수 있다. 

또한 복수를 다짐하는 엘렉트라를 따르며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게릴라 군들의 목소리는 엘렉트라의 이야기에 비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해 다소 힘이 빠지는 모습이다. 엘렉트라의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는 어머니를 도우며 현실에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가 현재의 왕 아이기스토스에게 굴복 당하는 모습은 그 표현 방법이 거칠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가 “9.11 테러에 무너진 빌딩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라는 무대는 폐허가 된 신전 지하의 모습으로 표현됐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배우들은 기울어진 경사 무대 한 쪽에서만 주로 연기를 한다.

공연은 5월 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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