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 놓고 벌이는 가족 간의 싸움, 연극 ‘피와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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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냥 신장만 주면 되는 거였어. 하필이면 너 같은 새끼가."

남을 위한 행동이지만, 오히려 그것이 타인에게는 폭력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선택과 딜레마에 빠진 한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연극 '피와 씨앗'이 지난 8일 개막했다.

8일 낮, 작품의 제작진과 우미화·박지아·안병식·이기현·최성은 등 전체 배우들이 참여해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선보였다.

장기 이식을 놓고 벌이는 가족 간의 치열한 갈등을 다루고 있는 연극 '피와 씨앗'은 '두산인문극장 2018: 이타주의자'의 두 번째 연극이다. 이 작품은 지난해 'DAC 희곡  리서치' 낭독공연으로 국내에 처음 선을 보인 후 이번에 본 공연으로 발전시켰다. 영국에서 배우 겸 연출가, 극작가로 활동 중인 롭 드러먼드가 2016년 발표한 최신작이다.
 
소피아, 그녀의 손녀 어텀과 어텀의 이모 바이올렛이 사는 외딴집에 보호관찰관 버트와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감옥에 수감 중인 소피아의 아들 아이작이 찾아온다. 아이작이 일시 출소 허가를 받고 이 집에 온 것은 어텀의 신장 이식을 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어텀이 아픈 것 외에는 아무 문제없어 보이는 소피아의 가족은 어텀을 살리기 위해 아이작이 신장 이식을 해주길 원한다. 

어텀의 신장 이식을 위해 모인 소피아, 바이올렛, 아이작은 과거의 어떤 사건 때문에 얽혀 있고, 오래된 감정을 씻으려 하지만 그것이 쉽지는 않다. 이 과정에서 소피아와 바이올렛이 어텀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타주의적 행동이 오히려 아이작의 입장에서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작품은 상대적으로 큰 선(善)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하는 근거는 있는지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옳다고 판단하는 상식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요안 프로듀서는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원작자가 생명윤리를 주요한 모티브로 갖고 간다. 장기 이식뿐만 아니라 이타주의나 생명 논리에 대한 논쟁이나 이슈를 많이 담고 있다. 그런 딜레마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처음부터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인철 연출 역시 "보통 번역가가 번역한 작품을 보는데, 이번에는 배우들과 원작을 다 읽어보며 작품 속의 의미를 찾아보려 노력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 연출은 "원작보다 어떻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서두를 떼며, "우리 작품은 무대를 비우고 영국 초연과 다른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남에게 옳다, 맞다'라고 권유하거나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이 타인에게 폭럭이 될 수 있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전인철 연출, 김요안 프로듀서)

여신동 무대 디자이너가 제작한 무대는 객석을 제외한 무대 삼면이 거친 시멘트 느낌의 벽으로 세워져 있다. 또한 객석에서 보이지는 않는 무대 뒷 공간까지 활용했다. 어텀의 방으로 나오는 그곳은 라이브로 촬영되어 실시간으로 무대 위에서 상영된다.

이 점에 대해 전 연출은 "작품에 관해서 제일 많이 고민한 지점은 어텀이 읽는 기도문이다. 켈트족의 무속신앙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것이 내겐 무척 어려웠다. 이것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했다. 그래서 영상을 써서 작품을 구성하게 됐다. 요즘 연극에서 영상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럴 때 적합한 영상의 형태와 연기는 어떤 것인지, 무대에 맞는 촬영 기법은 무엇인지 탐구하고 시도해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극 '피와 씨앗'은 오는 6월 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NP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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