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 리뷰…이토록 지독한 한 남자의 헌신이라니! 추리물로 포장된 슬픈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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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을 얼마나 희생할 수 있을까? 남들과는 조금은 달라 보이지만, 처절하리만큼 깊은 한 남자의 사랑, 바로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의 얘기다.

지난 15일부터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뮤지컬이다. 이시가미 역의 최재웅·조성윤을 비롯해 유카와 역의 신성록·에녹·송원근, 야스코 역의 임혜영·김지유 등 화려한 출연진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뮤지컬에 일부 대사 녹여 원작 충실히 반영
분위기 조성하는 음향, 조명…무대 단조롭지 않게 만들어


뮤지컬로 재탄생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원작의 스토리를 충실히 구현한다. 살인 사건에 휘말려 용의자로 지목된 야스코를 중심으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꾸며낸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천재 물리학자 유카와의 불꽃 튀는 두뇌 대결이 무대에서 그대로 펼쳐진다. 특히 ‘모든 톱니바퀴들은 제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결정하고 살아간다’ 등 소설 속 구절을 그대로 인용한 대사들은 원작 팬들의 갈증을 달래준다.

눈에 띄는 장치 없이 구성된 2층의 단순한 무대임에도 적재적소에 활용한 조명과 음향효과는 뮤지컬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극 전반에 걸쳐 쓰인 푸른 계열의 보랏빛 조명과 의도적으로 사용된 듯 보이는 불협화음은 불안하면서도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더하고, 장소를 구분짓는 용도로 활용된 조명 역시 영리하게 쓰여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무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지나치게 단조로운 극 중 넘버 가사
최재웅, 신성록의 연기는 빛나


초연인 만큼 아쉬운 점도 눈에 띈다. 가장 아쉬운 점은 극 중 넘버의 가사다. 아름답고 분위기 있는 멜로디에 얹은 일부 가사들은 지나치게 단조로웠다. 같은 어절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가사의 힘은 오히려 떨어졌고, 대사로 소화해도 될 부분들까지 노랫말에 녹여내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또한 넘버를 통해 인물과 사건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다 보니 곡의 감성적인 면보다는 기능적인 면이 부각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 아쉬움을 보완하는 건 바로 배우들의 연기다. 이시가미 역을 맡은 최재웅은 이성적이기만 하던 인물이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어떻게 감성적으로 변하게 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나갔다. 특히 극 후반부엔 켜켜이 쌓인 감정을 강렬히 폭발시키며 작품의 주제의식을 또렷하게 표현했다. 유카와 역할의 신성록 역시 상대적으로 비중감이 떨어질 수 있는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채로 주목시켰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알리바이를 풀어가기 위해 시시각각 예리하게 변신하는 그의 표정연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뮤지컬로 탄생한 ‘용의자 X의 헌신’은 오는 8월 12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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