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넘치는 3인 3색 매력, ‘이블데드’ 강정우·김대현·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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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낸 퐝당’한 B급코믹호러뮤지컬. 작년 여름, 9년 만에 무대에 오른 뮤지컬 ‘이블데드’는 이같은 거창한 수식어가 조금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 재미있는 전개로 눈길을 끌었다. 여행지에서 좀비를 만난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어지며 쉼없이 웃음을 자아냈고, 무대 위 좀비들은 급기야 객석으로 난입해 피칠갑을 벌이며 유쾌한 소동의 끝을 장식했다. 오는 6월, ‘이블데드’가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환호했던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1년 만에 돌아오는 이번 ‘이블데드’에서는 강정우·김대현·서경수가 주인공 애쉬로 분한다. 애쉬는 착하고 어수룩한 청년으로, 좀비들과 사투를 벌이며 점차 강해지는 인물이다. 지난 21일 진행된 세 배우와의 인터뷰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어졌다. 이들의 재치와 유머, 엉뚱함을 기사에 생생히 담지 못해 아쉬울 정도다. 작품에 대한 해석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서로 허물없이 의견을 나누고 돕는 이들의 굳건한 연대가 이번 공연을 더욱 탄탄하게 만드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Q 각자에게 ‘이블데드’는 어떤 작품인가요? 김대현 배우는 작년 공연에 출연했고, 두 분은 첫 출연이죠.  
강정우(이하 정우): 저랑 경수는 작년에 공연을 봤어요. 제가 그 전에 ‘난쟁이들’에 출연했는데, 그때는 대학로에 ‘난쟁이들’ 같은 스타일의 극이 없었어요. ‘이블데드’를 봤더니 ‘난쟁이들’과 다르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고퀄리티 병맛 공연이더라고요. 재미있었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서경수(이하 경수): 저도 공연을 보면서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만큼 너무 재미있었고, 무대 위에 있는 사람들이 되게 힘들지만 즐겁게 임하고 있는 게 느껴져서 동참하고 싶었어요.
 
김대현(이하 대현):
작년에 무대에서 되게 되게 열심히 했거든요. 연습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생도 많이 했어요. 관객들이 과연 공연을 어떻게 보실 지도 전혀 예측이 안 됐고요. 근데 막상 개막하고 나니까 관객들이 많이 웃어 주시고, 또 예상치 못한 데서도 웃어 주시는 거에요. 그게 너무 좋고 보람찼어요. 저는 원래 어렸을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거든요. 내가 뭘 할 때 상대방이 웃어주는 게 그렇게 좋았어요. ‘이블데드’도 관객들이 웃어주니까 너무 좋았고,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요.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보여드리려고요.
 
Q 강정우, 서경수 배우는 실제로 연습을 해보니 어떠셨나요.
정우: 공연을 볼 때는 그렇게 힘들어 보이지 않았어요. 근데 애쉬가 거의 대부분 무대에 나와 있고, 혼자 절망적인 상황을 계속 맞이하다 보니 생각보다 힘들더라고요. 물론 그 절망적인 상황을 ‘병맛’으로 잘 연결해야 되겠지만, 어쨌든 스토리가 워낙 극단적이다 보니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공연 끝나고) 샤워해야 하는 작품이 몇 개 없었는데, 이제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웃음).
 
대현: 샤워해야 돼요, 피 다 묻어요.
 
경수: 저도 최근에 이렇게 움직임이 많고 에너제틱한 역할을 안 했어요. 대현 형이랑 제가 원래 땀이 많이 나는 ‘땀신’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활동적인 걸 하니까 너무 좋아요.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너무 재미있고, 함께 하는 형, 누나, 동생들도 너무 좋고요. 형들과 같이 (답을) 찾아가고 있어서 행복해요.  
 
Q 애쉬는 1막에선 좀 어리숙하게 굴다가 본격적으로 좀비와 싸우는 2막에선 멋있는 ‘상남자’로 거듭나죠. 각자 표현하고자 하는 애쉬는 어떤 인물인가요? 세 분의 애쉬가 서로 어떻게 다를지도 궁금하고요.
정우: 아직 공연까지 기간이 좀 남아서 디테일한 표현은 바뀔 수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1막의 애쉬는 소심하고 덕후스러운 면을 많이 가진 친구에요. 그 덕후스러운 면을 저로부터 시작해서 표현하려고 해요. 저도 그런 면이 있거든요. 좋아하는 만화는 아직까지 보고, 뭔가 꽂히면 별 거 아니어도 미치게 빠져들어요. 그래서 1막의 애쉬는 그런 쪽으로 표현해볼까 해요.

2막에서는 애쉬가 영화나 만화에서 봤던 멋진 캐릭터, 자신이 되고 싶었던 남성미 넘치는 캐릭터로 표현하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어요. 근데 제가 표현하려는 디테일 때문에 장면이 길어지면 안 되니까, 절충해서 표현 수위를 정하고 있어요.
 
대현: 저는 작년이랑 똑같아요(웃음). 근데 어쨌든 사람이 다르면 각자 표현하는 인물도 다 달라지더라고요. 1막도 기본적으로 자기 성향대로 가고, 2막도 그렇고요. 우리도 그럴 것 같아요.
 
정우: 셋이 아이디어를 취합해서 같이 가는데도 미세하게 서로 달라지는 면이 있더라고요. 경수가 가고 있는 라인도 저랑 달라요. 저 부분은 더 잘 살리네, 싶은 부분들이 있어요.
 
경수: 중요한 건 저희 셋이 정말 의기투합해서 아이디어도 많이 공유하고, 의견을 잘 절충해가며 한다는 거에요. ‘이건 내 거야’하는 게 전혀 없고, 서로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 좋은데?’하면서 해나가니까 너무 좋아요.
 
Q 관객 입장에선 공연이 마냥 웃기지만, 배우 입장에선 철저히 계산된 코미디일 것 같아요. ‘이블데드’에서의 코미디 연기는 어떤 점이 어렵나요. 연습 때 애드립을 만들기도 하나요? 
경수: 사실 애드립이라는 게 ‘양날의 검’이잖아요. 물론 무대에서 정말 즉흥적으로 찾는 새로운 호흡도 있을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생동감과 에너지도 있겠지만, 그만큼 기본이 탄탄히 깔려있지 않으면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부분 같아요.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또 각자 취향이 다르잖아요. 우리는 웃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무대에 올라가봐야 아는 거고. 그래서 더 객관적이 되려고 노력하고, 더 많은 걸 시도해보고 있어요.
 
정우: 공연이 시작하면 초반부에 캐릭터 설명을 해줘야 하잖아요. 근데 대본에 디테일하게 설명이 안 된 부분들이 있어요. 초반부에 이 사람이 어떤 인물인지 설명이 돼야 나중에 좀비로 변한 다음의 변화도 잘 전달될 것 같아서, 그런 걸 하나하나 생각하며 만들고 있어요. 재미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도 있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가 별 것 아닌 부분에 힘을 주는 게 아닐까?’싶기도 해요. 너무 많은 걸 보여주려고 하면 관객 분들이 웃다가도 힘들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끼리 동의한 게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서 배부른 것 보단 좀 덜 먹어도 맛있게 먹는 게 낫다’는 거에요. 너무 (정보를) 다 주기보다 조금 아쉬워도 공연이 더 궁금해질 수 있도록, 그래서 공연을 다시 보거나, 혹은 영화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아, 이렇게 준비했구나’하실 수 있도록요.
 
Q 애쉬가 좀비로 변했을 때의 모습은 어떻게 표현하나요? 참고한 것들이 있다면.
대현: 영화를 많이 봤죠. 저는 좀비 영화를 진짜 좋아해요. 웬만한 건 다 봤거든요. 진짜 괴기하게 보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경수: 영화도 많이 보고, 좀비로 변하는 다른 동료들의 연기도 많이 참고했어요. 대현 형이 말한 것처럼 영화에 참고할 예들이 많이 있어요. 고전영화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영화 속 좀비들이 좀 느렸어요. 그러다가 ‘새벽의 좀비’부터 빠른 좀비가 나오기 시작했고, 최고로 빨랐던 게 ‘월드워Z’였던 것 같아요. 속도감 있고 에너제틱한, 진짜 거침없는 좀비가 나오거든요. 근데 무대라는 공간에서 그 움직임을 표현하기는 어려워서, 그 사이에 절충안을 두고 생동감 넘치는 좀비를 표현하려고 해요.
 
Q 공연에서처럼 주위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면 가장 먼저 뭘 하실 거에요?
대현: 제일 먼저 진지를 구축해야죠. 대피소를 구축해서 가족이랑 친구를 다 데려오고, 거기서 (좀비를) 다 쏘아 죽여야죠(웃음). 총도 구해서.
 
정우: 저는 일단 (좀비를) 묶어놓을 거에요. 다 제 지인인 거잖아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죽이지는 않고 (경수: 항바이러스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좀 고통스럽더라도 못 움직이게 묶어둘 것 같아요. 담 걸리지는 않을 테니까. 만약 그래도 감당이 안 되면 저도 애쉬처럼 목을 자르거나 하겠죠.
 
경수: 공포영화 보면 민폐 캐릭터가 꼭 있잖아요. 소리지르지 말라는데 소리지르고, 들어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서 죽는 캐릭터. 그리고 유약한데 성장해나가는 주인공도 많이 나와요. 유약해서 (좀비를) 못 죽이고 다른 사람 죽게 만드는. 관객 입장에서 그런 인물을 보면 답답하고 짜증이 날 수 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정말 그럴 것 같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좀비가 됐다면, 그들이 아무리 나를 물어 뜯으려고 해도 쉽게 죽이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근데 ‘이블데드’는 B급 코메디니까, 그런 사실적인 범주에서 벗어나서 잠깐 고민하지만 썰어버리죠(웃음).
 
Q 독특한 병맛 코드 혹은 B급 정서가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인데요. 실제로 세 분 중 가장 코드가 독특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정우: 대현이요?(웃음) 대현이만의 엉뚱한 면이 있어요. 사랑스럽고 착한 애가 웃기려고 노력하는 데서, 게다가 눈치를 보는 데서 나오는 엉뚱한 면이 있거든요. 저희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랑 ‘빨래’를 같이 했는데, 대현이가 컨디션이 좋으면 아재 개그 스타일의 농담을 계속 하는 거에요. 굳이 혼자 생각해도 될 걸 우리한테 다 같이 말한다든지(웃음). 그럼 제가 듣다가 ‘대현아, 오늘 컨디션 좋네? 무대에서 연습해’라고 하죠(웃음).
 
대현: 경수도 그래요. 산만한 것도 저랑 비슷하고. ‘트레이스유’ 같이 할 때 닮았다는 소리도 들었어요. 눈하고 얼굴형, 몸집이 비슷하다고. 엄마 얘기 하다가 엄마 보고 싶다고 같이 운 적도 있어요(웃음).
 
Q ‘이블데드’는 B급이지만 어쨌든 공포물이기도 하죠. 평소 겁이 많은 편인가요? 
대현: 겁 많은 것도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사람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고. 전 귀신 영화는 되게 재미있게 잘 봐요. 가끔 귀신 생각하면 무섭긴 한데 ‘나와 봐, 너가 나 죽이면 나도 귀신이 돼서 너 끝까지 쫓아갈 거야’ 이렇게 생각하면 안 무서워요. 놀이공원에서 무서운 것도 잘 타요. 근데 다른 것에 겁이 많아요. ‘내가 뭘 잘못했나?’하고 남의 눈치를 보는 것도 겁이 많아서 그런 것 같고.
 
경수: 전 벌레를 엄청 무서워해요. 사람도 무서워하고. 귀신은 안 믿어요. 사후 세계까지는 아니어도 영혼 같은 건 좀 믿는데, 악한 귀신이나 악령의 존재 같은 건 안 믿어요. 사람이 제일 무섭죠. 놀이기구는 진짜 좋아해요. 좀비도 좋아하고.
 
정우: 전 다 안 무서워요. 그래서 MT 갔을 때도 제가 계속 무서운 얘기하자고 했어요. 그런 걸 재미있어 해서, 예전에는 공포영화에 한 번 빠지면 한 달 내내 새벽에 공포 영화 보고, 진짜 시체 사진 같은 것도 찾아봤어요. 그러다 또 다른 장르에 빠지면 그것만 한달 내내 보고. 좀비 영화, 잔인하고 무서운 영화도 많이 찾아봤어요. 지금은 그때만큼 그런걸 즐기지는 않지만, 누가 무서운 얘기 하자고 하면 신나서 해요.
 
Q 같은 역할을 연습하면서 서로 동지애도 생겼을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함께 하면서 서로에게 받은 인상들, 서로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한다면.
대현: 정우 형은 말을 되게 잘 해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지 못한 걸 많이 이해시켜줘요. 제가 말을 조리 있게 잘 못해서, 저한텐 그런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형은 제가 헤매고 있으면 ‘대현아 너 거기서 왜 그렇게 하는 거야?’하면서 대본 같이 보고 정리를 해 줘요.
경수는 저랑 성격이 좀 비슷한데, 기본적으로 많이 도와주고 ‘으쌰으쌰’를 많이 해 줘요. 제가 풀이 죽어 있으면 먼저 다가와주고. 그게 너무 고맙더라고요. 두 사람이 많이 도와줘서 든든해요.
 
경수: 정우 형은 내면에 묵직한 중심이 있어요. 그리고 굉장히 따뜻해요. 저는 무대 위에서 어떤 인물을 연기할 때 단 1퍼센트라도 배우 자신의 모습이 반영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많은 배우들이 연기할 때 방법론적으로 자기 자신에서부터 출발하기도 하고. 그래서 캐릭터에 본인의 모습이 많이 투영될 수밖에 없는데, 정우 형은 색깔로 표현하면 따뜻한 노을 빛 같은 느낌이 있어요. 제가 방방 떠 있을 때 살며시 부드럽게 눌러주는 듯한, 그래서 포근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 옆에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많은 걸 얻어가고 있어요.
 
대현 형은 정말 순결함과 순수함 그 자체에요. 물론 모두가 순수성을 갖고 있지만, 형은 두드러지게 순수성에서 나오는 열정이 있어요. 그리고 워낙 둘 다 사람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제가 막 부정적 기운에 빠질 때도 형들을 보면 그게 싹 들어가요. 모두를 정화시켜주고, 북돋아주고, 격려해주는 고마운 형들이라 늘 많이 보고 배워요.
 
정우: 제가 ‘브라더스 까라마조프’를 연습하다 처음 눈물이 났던 게 대현이 때문이었어요. 대현이가 ‘저는 잘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요’하다가 ‘그냥 한 번 해볼게요’하고 연기를 하는데, 연습 중간에 대현이를 보면서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거에요. 그만큼 대현이에겐 어려워도 캐릭터를 진심으로 믿고 가는 진정성이 있어요. 내가 무대에서 좀 다른 걸 시도했을 때도 대현이의 눈을 보면 이 캐릭터를 진짜 믿고 간다는 게 느껴져서 편안했어요. 그 때 이런저런 속 얘기를 하다가 이번에 또 같이 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공연을 할 때 같은 배역을 맡은 사람과 마음을 맞춰서 원하는 색깔로 연기까지 한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이건 내 일이자 꿈인데, 거기서 친구까지 얻는다는 게요.
 
경수는 제가 ‘혐오스런 마츠코’를 하면서 (정)원영이한테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노래도 워낙 잘하고, 저도 ‘또라이’지만(웃음) 얘도 한참 또라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원영이랑 다 같이 친해지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같이 해보니까 경수가 긍정의 에너지를 발산해서 분위기를 즐겁게 띄우고, 또 자신을 믿으면서 거침없이 해나가는 걸 보고 ‘잘한다, 난 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두 명이 너무 좋아서 많이 보고 배우고 있어요. 서로 좋은 작용을 받아서 공연 때 더 깊고 진한 것들이 나올 것 같아요. 그게 기대돼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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