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인간의 삶은 동물보다 나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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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길을 잃은 소녀가 곰의 아이를 낳고, 곰의 아내가 되었다. 그러다 사냥꾼에게 발견되어 곰의 아이는 죽임을 당하고, 자신도 인간 세계로 끌려와 곰 남편과 이별을 맞았다.
 

그러다 그녀가 우연히 목숨을 구해준 남자는 자살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셈이 되었고, “다시 살아난 게 좋은지도 모르겠으니 딱히 생명의 은인인 줄도 모르겠다.”고 한다. 이 남자와 함께 곰 남편을 찾으러 떠났다가 외려 남자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같이 살다 보니 둘 사이에 아이가 셋이나 됐다.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여자를 이해할 수 없고, 여자는 여전히 곰의 습성을 잊을 수 없다.

고연옥 원작, 고선웅 각색/연출의 신작 <곰의 아내> 줄거리다.
 

제5회 벽산희곡상 수상작 <처()의 아내>를 원작으로 한 연극 <곰의 아내>는 작품 속에서 무엇이 ‘인간다운 삶’인지, 과연 인간의 삶이 짐승보다 나은 삶인지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자기 것을 지킬 때는 무섭지만, 아닐 때는 곰살가운’ 곰의 모습과 ‘짐승이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이 교차하고, 냄새와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떠난 곰의 행동과 상대방이 남긴 담배꽁초 하나까지도 모아두는 인간의 행동이 비교된다.
 

<곰의 아내>가 흥미로운 또 다른 이유는 원작 <처의 감각>과 이번 무대가 ‘인간다운 삶’이라는 동일한 질문에 대해 비슷한 듯 다른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과 연극 간의 시선 차는 무한한 해석이 가능한 대본이 무대 위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비교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인이 오셨다><칼 집 속의 아버지> 등을 집필한 극작가 고연옥은 <처의 감각>에서 삼국유사 속 웅녀 신화를 모티브로 신화적 요소에 현실적인 무게를 더했다. 이를 통해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숨은 무의식과 원형성을 찾아내고자 했다.
 

한편 <한국인의 초상><조씨고아> 등 작품에서 고유의 색깔을 담는 고선웅 연출은 ‘회귀’라는 반복적 모티브와 함께 좀 더 대중이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직접적인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했다.

각색된 <곰의 아내>는 세로가 강조된 간결한 무대 디자인을 통해 극의 집중도를 높이고, 고선웅 연출작 특유의 과장된 연극투와 느릿한 동작이 가미됐다. 굿을 하는 장면에서 팝송이 흘러나오거나, 간이역에서 만난 친구가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부르는 등 적재적소에 활용한 음악도 작품 속 묘미다.

 

연극 <곰의 아내>는 오는 7월 17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고연옥작가의 원작 희곡집은 제5회 벽산희곡상 수상 당시의 원제인 <처의 감각>으로 발간된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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