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인 12역’ 연극적 상상력 극대화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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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이 아닌, 총체적 난'극’입니다”(웃음)(오용)
 
다섯 명의 배우가 러시아, 미국, 스페인, 프랑스, 인도네시아 등을 오가며 각 나라의 춤을 추고, 각 나라의 언어로 건배를 외치며, 1초 사이에 풍채 좋은 정치인이 되었다가, 100세 노인이 되었다가, 여자가 되었다가, 다음 순간엔 또 동물로 변한다. 때로는 한 배우의 상·하반신이 각기 다른 캐릭터가 되고, 저글링과 접시 돌리기, 마술, 아크로바틱, 무술도 펼쳐진다. 그야말로 정신없는 극이다. 그런데 숨가쁘게 펼쳐지는 이 극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뭉클한 온기가 차오른다. 오는 12일 개막하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야기다.
 
연극열전이 올해 ‘킬롤로지’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이 신작은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 쓴 동명의 인기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더 헬멧’ ‘카포네 트릴로지’ 등을 함께 했던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원작을 발랄하면서도 따스한 감성이 담긴 연극으로 재탄생시켰다.
 
플레이디비가 연습실을 방문한 지난 4일,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배우들은 2막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미 극 속에 푹 빠져든 배우들은 쉴새 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선을 집중시켰고, 동시에 능청스런 연기로 웃음을 자아냈다.
 
극은 100세 생일날 양로원에서 도망친 주인공 알란이 자신이 태어난 1905년부터 100년간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관통하며 벌이는 모험기를 그린다. 워낙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극이라 5명의 배우가 총 60여 명의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그만큼 시시각각 표정과 자세, 어조를 바꿔가며 다른 인물로 변신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소화하고 있다”며 웃음 지은 손지윤 배우는 “각 캐릭터의 신체적인 특징, 포인트를 잡아서 표현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100년에 걸친 방대한 이야기를 압축한 만큼, 속도감 있는 장면 구성도 특징이다. 주인공 알란은 마오쩌둥, 스탈린, 드골, 장칭, 김일성, 김정일 등의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며 역사적 사건에 개입한다. 현대사를 형성해온 굵직한 사건들을 알란이라는 엉뚱한 소시민의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롭다. 원작에 대해 “세계사의 야사를 보는 듯한 유쾌한 이야기”라고 말한 김태형 연출은 “어쩌면 알란 같은 보통 사람들이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일으켰을 수도 있다는 상상력이 재미있다. 그런 상상력도 공연에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따스한 감성이다. 특히 노인이 된 알란이 고양이 ‘몰로토프’와 나누는 우정이 연극에선 보다 확대되어 보여진다. 지이선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을 넘어 존재와 존재 사이에 오가는 진실한 소통과 위로를 말하고자 했다고. 배우들 역시 작품에 담긴 따스한 감성을 매력으로 꼽았다.
 
“정신 없다가 마지막에는 눈물이 펑펑 나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 눈물이 나요.”(김도빈)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작품이 될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세상은 늘 똑같고 또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으니, 당신들도 지금처럼 움직이면 된다고 말해주는 작품이에요.”(오용)
 
무대에 대한 김태형 연출의 설명도 기대를 높였다. 배우들이 세계지도를 형상화한 장식장 사이를 오가며 각 나라의 소품을 꺼내 활용할 예정이다. 주민진 배우는 곧 공연장에서 만날 관객들에게 “우리가 무대 위에 많은 단서를 둘 테니 마음껏 함께 상상하고 즐기시면 좋겠다”는 당부를 전했다.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오는 6월 12일부터 9월 2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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