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만든 우아함’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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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키다리 아저씨>가 지난 4일 서울 롯데카드 아트센터에서 열린 열다섯번째 인터파크 월요쇼케이스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미국 소설가 진 웹스터(Jean Webster)가 1912년 발표한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이 뮤지컬은 익명의 신사로부터 후원을 받게 된 한 고아 소녀가 꿋꿋하게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혼성 2인극이다.

 

쇼케이스에는 제르비스 펜들턴 역의 송원근, 강동호와 제루샤 에봇 역의 이지숙, 유리아가 참석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남자 배우들의 훤칠한 키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신성록까지 제르비스 역을 맡은 배우들 모두 185센티미터 전후의 ‘키다리’들이다. 외모부터 캐릭터에 잘 맞았다.
 

배우들은 원작소설을 낭독하고, 대목에 맞는 넘버를 부르며 40여분 동안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배우 유리아는 첫 시연곡 ‘존 그리어 고아원의 큰 언니’를 부르며 맑고 단단한 음색을 들려줬다. 고아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소녀인 제루샤가 좀 더 넓은 세상에 나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다. 성인기의 문턱을 코 앞에 둔 소녀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가사가 돋보였다.
 
“이 작품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제루샤가 편지를 읽는 과정을 통해 여성의 감성이 잘 그려져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여배우분들이 많이 우시기도 했고요.”(송원근)

“제게 <키다리 아저씨>는 한마디로 ‘행복한 슬픔’이에요. 가끔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오는 순간이 있잖아요? 연습하다가 (상황에 몰입하면서) 그런 순간이 종종 있었어요. 많은 관객분들이 저희배우들이 웃고 있을 때 울고 계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유리아)
 
쇼케이스를 통해 보여준 8곡의 넘버는 모두 아날로그 감성이 짙게 묻어났다. 첼로와 어쿠스틱 기타, 신디사이저가 어우러져 편안한 멜로디의 연주를 이어갔고 사랑에 빠져가는 남녀의 감정을 그려내기 위해 두 배우의 화음이 어우러지는 대목이 많았다. 점차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제루샤가 뉴욕을 처음 방문해 설레는 감정을 표현하는 넘버 ‘나의 맨하튼’은 제르비스와의 화음이 가장 경쾌하게 어우러지는 곡이다.

“<키다리아저씨>는 외유내강형 작품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차분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두드러지지만 실제로 연습하는 과정은 제가 했던 작품 중 제일 힘들었어요. 장치도 많고 대사도 많고 준비할 게 많았거든요. 백조가 우아하게 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물 속에서 발버둥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강동호)

“ 한국배우들은 정말 재능도 많고 노력도 열심히 해요. 싱글캐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미국과는 제작방식이 다른데, 배우들이 앙상블처럼 하나되어 아이디어를 모아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넬 발라반 연출)
 

2009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의 오리지널 연출은 토니 어워즈 최고 연출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존 캐어드(John Caird)다. 작곡은 뮤지컬 <제인 에어>로 토니 어워즈 베스트 작곡상을 포함한 다섯 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폴 고든(Paul Gordon)이 맡았다.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무대연출과 서정성 짙은 멜로디가 만나 섬세한 감성의 뮤지컬이 만들어진 셈이다.

 

“전 ‘행복의 비밀’이란 넘버가 제일 가슴에 남아요. 제루샤가 제르비스와 마주보면서 그 순간에 느끼는 행복에 대해 얘기 나누는 장면인데요, 별다른 무대장치나 설정 없이 그냥 앉아서 부르는 노래예요. 그런데 그 노래를 부를 때면 머릿속에 많은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아마 관객분들도 작품을 보시면서 많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지숙)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 서정성 짙은 멜로디,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까지 삼박자가 갖춰진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오는 7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서울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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