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씁쓸하게…섬세한 음악·연기 돋보이는 ‘붉은 정원’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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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무대화한 창작뮤지컬 ‘붉은 정원’이 금일(29일) 무대에 오른다. ‘붉은 정원’ 제작진은 개막에 앞서 28일 프레스콜을 열고 작품의 주요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낸 음악과 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장미꽃이 피어난 ‘붉은 정원’을 구현한 아담하고 고풍스러운 무대가 본공연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붉은 정원’은 지난해 CJ문화재단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스테이지 업’ 최우수작품에 선정된 창작뮤지컬로, 지난해 리딩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난 바 있다. 정은비 작가와 김드리 작곡가가 함께 만들었고, ‘신과 함께-저승편’의 성재준 연출과 ‘존 도우’의 이진욱 음악감독이 합류해 공연을 완성했다.
 
원작 ‘첫사랑’은 투르게네프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낸 자전적 소설로 알려져 있다. 뮤지컬은 이를 바탕으로 퇴역한 장교이자 작가인 빅토르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도도한 여성 지나, 빅토르의 아들이자 지나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 18세 소년 이반의 미묘한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이날 배우들은 ‘여름의 시작’을 비롯해 ‘장미의 세계’, ‘오래된 시계’, ‘자유롭게 춤을’ 등 일곱 곡의 넘버와 해당 장면을 선보였다. 첫사랑에 빠진 이반의 풋풋한 떨림, 아름답고 당돌한 모습 뒤에 감춰진 지나의 외로움, 변함없는 삶에 지친 빅토르의 쓸쓸함 등 다앙한 감정들이 아름다운 선율과 어울려 객석에 짙게 전해졌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사랑의 고통, 아름다움, 이타심 등 여러 모습을 고전적인 음악과 텍스트로 마음껏 살려보고 싶었다.”(정은비 작가)
 
제작진은 주인공들의 서로 엇갈리고 흔들리는 다양한 시선과 감정을 생생하게 담고자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반과 지나, 빅토르의 서로 다른 시선을 잘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성재준 연출은 1830년대 러시아의 분위기를 소극장 무대에 구현하는 데도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붉은 정원’의 음악은 피아노와 플룻, 바이올린과 첼로 등 4개의 악기로 구성됐다. 이진욱 음악감독은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음악의 톤을 만들고자 했다“며 “음악과 드라마가 억지로 만나기보다 서로 잘 붙어서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다가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공들여 완성한 음악과 드라마에 대해 배우들도 만족감과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정상윤과 함께 빅토르로 분하는 에녹은 “대본을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 잘 짜인 가사의 라임과 대사의 톤을 보며 정말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음악을 들었을 때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잘 만들어진 현악 4중주를 듣는 느낌이었다. 음악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만큼 다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라 공연이 아주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나 역을 맡은 이정화와 김금나는 새로운 연기 변신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했다. 이정화는 “지금까지 헌신적인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이번엔 이기적인 면모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지 기대된다”고 했고, 김금나 역시 “처음으로 이기적이고 적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다.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서 큰 공부가 된다. 새로운 도전이다”라며 본공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송유택과 함께 이반 역을 맡은 박정원은 “20대 때와는 또 다르게 30대에 10대 역할을 맡으니 쉽지 않다”고 웃으며 “고전 작품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돼서 너무 좋다. (나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여서 잘 표현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좋은 분들과 좋은 작품을 하게 되어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전했다.
 
‘붉은 정원’은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한 달간 CJ아지트 대학로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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