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면은 놓칠 수 없어! 안무가 돋보이는 뮤지컬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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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연기, 안무, 무대, 의상 등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뮤지컬. 그중에서 안무는 대단한 볼거리 중의 하나다. 안무가들이 작품의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의 춤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안무는 배우들이 오랜 시간 연습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낸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안무는 작품에서 드라마와 넘버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극적인 요소를 담당한다. 최근 공연되는 작품 중, 극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안무가 돋보이는 뮤지컬 4편을 소개한다.
 
① '미인' ~7/22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1970~80년대에 탄생한 신중현의 명곡들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에서 총 23곡의 노래와 함께 눈에 띄는 요소는 안무다. 1930년대 경성 시대가 배경인 만큼, 안무 스타일도 그 당시 유행했던 스윙 스타일의 춤이 주를 이룬다. 여기에 1970년대 신중현의 음악과 함께 했던 고고 댄스, 현재의 뮤지컬 댄스까지 다양하게 혼합되어 있다. ‘미인’의 안무를 담당한 서병구 안무가는 "안무의 쇼적인 이미지를 강조하면서 스토리텔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안무의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서 안무가는 이 작품에 애정을 듬뿍 쏟아내며 “어렸을 때부터 신중현 선생님의 노래를 듣고 자랐으며 또한 그의 광팬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 ‘미인’의 안무를 섭외 받았을 때 이 작품은 그냥 내가 무조건 해야 한다는 어떤 필연성을 느꼈다. 40년이 지난 그의 노래들은 아직도 세련되고 앞서가 있으며 지나간 추억을 끄집어내 나의 가슴을 요동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 이 장면, 놓치지 마!
서병구 안무가는 "2막을 중점적으로 봐 달라. 나뭇잎이 떨어져서’, ‘빗속의 여인’, ‘님아, ‘인형’, ‘리듬 속에 그 춤을’, ‘늦기 전에’, ‘아름다운 강산’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안무가 드라마와 어우러지면서 극적인 감동을 전한다. 시대성을 배제하고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현대적인 안무 동작을 많이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마사오가 강산의 죽음에 괴로워하며 흘러나오는 곡 '인형'은 빨간 조명 아래서 펼쳐지는 앙상블의 군무가 인상적이다. 발레로 다져진 스테파니의 아름다운 춤을 감상할 수 있는 ‘빗속의 여인’과 ‘리듬 속에 그 춤을'도 놓치지 말 것. 안무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고 밝힌 스테파니는 “극이 바뀔 때마다 감정을 어떻게 쓰며 춤을 춰야 하는지가 힘든 점이었다”고 작업 과정에 관해 설명했다.  
 
 
② '시카고' ~8/5까지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시카고’는 돈만 있으면 뭐든지 가능하던 1920년대 시카고를 배경으로 두 여죄수가 언론의 관심을 받고 대중의 스타로 떠오르면서 겪는 일들을 담았다. 이 작품은 미국의 전설적인 안무가이자 연출가인 밥 파시에 의해 탄생했으며, 세련된 재즈 선율과 밥 파시의 심플하면서도 섹시한 안무의 진수를 보여준다.
 
‘시카고’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전개보다는 등장인물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카고'의 김준태 조안무가는 "안무도 이러한 작품의 특징에 맞추었다. 각 장면에 필요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표현되어 있다. 다만 음악이 재즈가 기본이다 보니 비트가 화려하거나 강하진 않다. 그래서 안무가 오히려 물 흐르는 듯 하고 굉장히 쉬워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 강렬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밥 파시 안무의 특이한 점은 그가 안짱다리인 자신의 결점을 이용하여 크고 시원시원한 동작보다는 구부정하면서도 소소한 근육들의 움직임을 시각화하는 스타일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또한 대머리였던 자신의 머리를 감추기 위해 이용했던 검은색 모자는 이제 그의 춤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소품이 되었다.  
 
* 이 장면, 놓치지 마!
‘시카고’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올댓재즈(All That Jazz)'와 ‘핫허니래그(Hot Honey Rag)’다. 작품의 오프닝 곡인 ‘올댓재즈’는 공연을 보지 않은 사람도 들으면 알 수 있는 곡으로 관능적인 재즈 선율에 벨마와 앙상블의 춤으로 흥겨움을 더한다. 피날레 장면인 ‘핫허니래그’는 무죄 판결을 받은 록시가 벨마와 함께하는 장면으로 둘의 호흡이 돋보이는 무대다. 특히 이 장면은 밥 파시의 1975년 초연의 안무를 그대로 가져온 것으로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2000년 ‘시카고’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올해 14번째 출연 중인 배우 최정원은 “밥 파시의 안무는 드라마를 몸으로 정확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배우로서 그의 안무를 추는 것은 행복하다. 그의 안무는 몸을 구부리기도 하고, 펴기도 하면서 몸의 근육을 다 쓰게 만든다. 실제로는 쉬워 보이지만 보기보다 많이 디테일하고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③ '노트르담 드 파리' ~8/5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댄서와 배우의 구분이 명확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안무가 마르티노 뮐러가 이 작품의 음악과 스토리를 먼저 듣고 그 신에서 표현하고 싶은 감정을 움직임으로 만들었냈다. 그는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브레이크 댄스가 접목된 안무를 만들었고, 댄서들이 이 안무를 통해 감정을 극대화하여 전달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댄서들은 춤으로 배우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댄서와, 성벽과 성당의 종을 자유자재로 타고 오르며 서커스에 가까운 아크로바틱을 보여주는 아크로밧, 그리고 무대 곳곳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고난도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브레이커로 구성된다. 벽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거대한 종을 타고 오르기도 하는 등 이 작품에는 매우 역동적인 안무가 많다. 격한 안무 때문에 댄서들이 늘 부상에 노출되기 쉬워서일까? 무대 앞 열에서는 시작부터 댄스팀의 파스 냄새가 진동한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 이 장면, 놓치지 마!
우연히 에스메랄다를 쫓아갔다가 이방인들의 궁전에 흘러 들어간 그랭구와르에게 클로팽이 교수형을 명하는 '기적의 궁전'. 이 장면은 군무와 화려한 퍼포먼스가 돋보이는 무대로, 17명의 댄서가 다양한 소품들을 이용하여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이 장면에 대해서 댄서 박성률은 격한 축제 분위기를 여러 가지 세트 및 도구를 활용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로 채워 넣기 때문에 강력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극 중 근위 대장 페뷔스가 두 여자 사이에서 괴로워하며 몸부림치는 ‘괴로워’도 빠트릴 수 없는 장면이다. 세 명의 댄서들이 어두운 무대 위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며 온몸을 이용하여 추는 춤은 넓은 무대를 꽉 채울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④ '브로드웨이 42번가' ~8/19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소녀 페기 소여가 뮤지컬 배우의 꿈을 이뤄가는 성장스토리로, 30여명의 앙상블이 공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경쾌한 탭댄스로 관객의 눈과 귀를 자극하는 작품이다. 재즈풍의 경쾌한 스윙 음악 등 다양한 음악에 맞춰 펼쳐지는 탭댄스와 화려한 단체 군무는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그래서 배우들의 탭 트레이닝 기간도 긴 편이며, 앙상블의 에너지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권오환 안무가는 "탭댄스를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반면 접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브로드웨이 42번가'에는 다양한 음악과 함께 탭댄스가 표현되어 관객에게 탭에 대한 갈증을 해소 시켜준다"라고 전했다. 

빌리 로러로 출연 중인 배우 정민은 탭댄스에 대해서 “10센티 하이힐을 처음 신어보는 사람이 춤까지 추는 느낌이다. 그만큼 어려운 안무다. 하지만 앙상블 모두와 함께 군무를 할 때, 각자의 소리가 합쳐져 탭 소리들이 하나로 만들어지는 순간의 희열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 이 장면, 놓치지 마!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경쾌한 탭댄스 장면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다. 관객들에게 시원한 청량감과 칼 군무의 쾌감을 선사한다. 전체 앙상블과 페기 소여, 빌리 로러가 대형 계단 세트를 오르내리며 탭군무를 하는 계단 신, 피아노 위에서 펼쳐지는 페기 소여의 고난도 솔로 탭이 인상적인 피아노 신, 3층 높이의 거대한 분장실 세트에서 선보이는 분장실 신, 대형 동전 소품을 활용해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머니 신 등 쇼뮤지컬답게 화려한 장면들이 많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쇼온컴퍼니, 신시컴퍼니, 샘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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