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알앤제이’ 동성애 아닌, 강렬한 끌림의 감정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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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가 아닌, 금기와 억압에서 벗어난 학생들의 이야기다”

지난 17일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알앤제이’ 프레스콜에서 김동연 연출이 남긴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남성 4인극 형식으로 변주했지만, 결코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워서 다루지는 않았다는 것.

연극 ‘알앤제이’는 엄격한 규율이 가득한 가톨릭 학교를 배경으로, 네 남학생이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낭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극 중 극 형식으로 담았다. 1997년 뉴욕 초연 이후 영국,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된 바 있으며,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작품은 네 명의 남학생이 셰익스피어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역을 모두 소화하는 새로운 형식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날 프레스콜에서는 학생1 역을 맡은 문성일·손승원을 비롯해 학생2 역의 윤소호·강승호, 학생3 역의 손유동·강은일, 학생4 역의 송광일이 시연에 나서 작품의 전반부 장면을 선보였다. (학생4 역의 이강우는 기자간담회에만 참석했다) 가톨릭 학교 내 규율에 맞춰 다소 딱딱한 걸음걸이로 등장한 네 학생들이 금서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며 억압에서 벗어나 일탈을 경험하는 모습이 격정적으로 펼쳐졌다. 배우들은 작품 속 인물들로 쉴새 없이 변신하며, 학생들이 희곡 속 인물에 자신들을 투영하는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김동연 연출은 “이 작품에서는 주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어느 순간 관객들이 학생들의 감정에 집중해주기를 바랐다”면서 “책 속에서 펼쳐지는 금지된 사랑, 폭력과 욕망, 죽음 등을 통해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의 에너지를 작품 속에 표현하고자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이 작품을 기획하면서 제가 학창시절에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를 훔쳐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작품 속 시대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그런 작품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관념적으로만 배웠던 사랑과 죽음 등의 개념을 작품 속에서 직접 접했을 때 얼마나 큰 감정을 느꼈을지 생각했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은 이날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솔직한 소감을 밝혔다. 특히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고. 작품 자체가 많은 은유와 상징을 담고 있는 것은 물론, 극 중 극 형식으로 이뤄진 만큼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의 실제 감정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학생2/줄리엣 역의 윤소호는 “처음에 작품의 대본을 받았을 때 ‘로미오 역할을 맡은 학생1에 대한 감정을 어디까지 가져가야 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대본 제일 첫 장에 작가가 써준 말을 보고 바로 이해가 됐다.

‘이 작품은 결코 동성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성애를 혐오하는 식으로 보여서도 안됩니다. 단지 이 작품은 소년들의 치열하고 열정적인 이야기입니다’라는 얘기였다. ‘학생들이 왜 이 작품을 그토록 열망했을까?’라는 원초적인 상황에 집중하다 보니 이해가 쉬워졌다”고 밝혔다.

학생1/로미오 역의 손승원 역시 “작가님이 써준 말을 통해 힌트를 얻어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최대한 줄이고 연기하고자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작품을 통해 갇혀 있던 억압과 금기를 풀어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소품과 무대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시종일관 무대에서 칼과 피, 옷 등으로 활용되는 붉은 천은 작품의 세련미를 더했고, 2013년 동아연극상 시청각상 수상자 박상봉 디자이너가 만든 이 무대는 책상과 의자가 가득한 단순한 무대를 중심으로 양면에 객석을 배치해 새로움을 더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액자식 구조인 프로시니엄 무대와 달리 무대를 중앙에 배치한 아레나 형식의 무대를 사용한 건 이 안에서 벌어지는 환상 속에 관객들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대신 무대 전체를 배우들이 뛰어다니고 몸부림치는 등 신체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객들에게 온전히 감정을 전달하고자 했다. 배우들의 에너지로 관객들을 감동시키겠다”고 밝혔다.

연극 ‘알앤제이’는 오는 9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공연되며,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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