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알앤제이’ 리뷰, 배우들의 에너지와 역동적인 무대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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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인기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화제에 올랐던 연극 ‘알앤제이’가 지난 17일, 본 공연의 막을 올렸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네 남학생들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고전의 새로운 변주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나다!


댕댕댕 종이 울리면, 네 명의 남학생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네 명의 학생들은 가면을 쓴 것 같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의자에 앉아 발을 구른다. 가톨릭 남학교에 다니는 그들은 엄격한 규율에 갇혀 라틴어 수업과 성경 학습, 고해성사로 일상을 보낸다. 규율에 짓눌려 있는 이들의 모습은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강렬한 음악과 배우들의 움직임을 통해 고스란히 객석에 전달된다.
 
네 명의 학생들은 늦은 밤이 되면 비밀의 장소에 모여 붉은 천으로 감싸 놓은 금단의 책 ‘로미오와 줄리엣’을 차례로 낭독한다. 네 명의 남학생은 금기된 책을 만나면서 혈기 왕성한 10대 소년들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는다.
 
이들은 원수 가문 연인들의 금지된 사랑과 가문의 복수, 자유, 죽음 등 강렬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낭독하면서 점점 역할에 빠져들게 된다. 극의 절정에 다다르면 네 명의 남학생들은 이 역할극을 통해 자유로운 해방감을 맛본다. 엄격한 규율을 지키던 단정하고 바른 모습에서 거추장스러운 교복 상의를 벗어버리는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배우는 물론 객석의 관객들도 묘한 희열을 느끼게 된다.  
 
눈여겨 보자!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와 붉은 천


극장에 들어서면 확 트인 무대가 일단 눈에 띈다. 무대 양옆으로 빼곡히 들어찬 책상과 의자는 무대 소품인 동시에 무대석으로 활용된다. 관객들은 기존 객석 이외에도 배우들이 메인으로 연기하는 무대 뒤쪽에 자리해 최소한의 거리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볼 수 있다. 네 명의 배우들은 시종일관 무대 위아래와 객석 사이를 뛰어다니며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일반적인 공연장과 작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과 배우들의 호흡이 생생히 전달되는 순간이다. 

이 작품에서 유일한 소품으로 나오는 붉은 천은 배우들이 몸에 둘둘 감거나, 양 끝에서 서로 잡아당기거나, 넓게 펼치거나 다양하게 모습을 바꿔가며 칼로, 드레스로, 독약으로, 침실의 장식으로 활용된다.
 
고전을 변주한 흥미로운 극과 참신한 소품, 역동적인 무대 사용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다. 하지만 배우들이 연기하는 학생과 학생들이 연기하는 극중 ‘로미오와 줄리엣’ 역할의 구분이 모호해서 이 부분은 다소 불친절하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공연계에 다양한 여성의 캐릭터를 원하는 요즘의 흐름에 '기존 여성 배우의 역할까지 굳이 남자 배우가 했어야 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공연은 오는 9월 30일까지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플레이디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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