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아의 만나고 싶은 사람] 다작요정 배성우"전성기? 아직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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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봤던 배우를 TV나 영화에서 보게 되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마치 나만 아는 동네 형, 오빠, 동생, 친구가 '이제 저런 데에 나오는 사람이 됐구나' 하는 흥분된 마음이겠지요. '이렇게 매력적인 사람을 난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고!'하는 자부심도 포함되었고요.
 
배성우는 제게 그런 배우였습니다. 2005년 작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를 통해 처음 제게 강렬하게 각인된 이후 <클로져> <아시안 스위트> <트루웨스트> 등의 작품을 지켜보며, 단편적이지 않은 오묘한 눈빛과 '무얼 하지 않는 듯 하지만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 연기, 본인의 뚜렷한 색으로 다채로운 배역을 빚어내는 매력 등에 더욱 사로잡혀왔었거든요.
 
그런 그가 이제는 천만 관객이 찾는 영화에 등장하고 칸 영화제의 레드 카펫도 밟고 있습니다. 만날 날을 정하기까지 두 달이 걸린 것도 한창 영화 촬영으로 밤낮이 없었고, 또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 연습과 공연까지 더해져 도무지 자투리 시간을 미리 내어 둘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난 날은 공교롭게도 영화 마지막 촬영을 아침에 끝내고 난 늦지 않은 오후. 피곤한 기색도, 첫 만남의 어색함도, 오프 더 레코드도 없던, 친근하기 그지 없었던 오랜 대화는 정말 마치 '동네 아는 오빠' 같은 편안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렇게 상대방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가 갑자기 허를 찌르는 반전 카드를 내놓는 그의 모습. 작품 속 배성우가 만드는 배역들은 실제 그가 지닌 만 가지 매력이 차례로 등장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영화 <더 킹> 촬영이 다 끝났다고요.
상반기에 이거 하나 찍었어요. 원래 작년에 들어가려다가 조금 미뤄진 영화거든요. 거의 10개월 동안 이것만 한 것 같아요. 찍는 건 다섯 달 꽉 채웠고요.
 
Q. 적어도 올해는 '다작 요정'이 아니네요.
작년, 재작년엔 약간 그런 게 있었거든요. 같이 촬영하고. 이번에도 병행해보려 했었는데 잘못하면 다른 영화 쪽에도 제가 민폐를 끼치게 되잖아요. 그리고 친한 선배들도, 그 정도 분량이면 다른 배우들을 기다리는 걸 해야 한다고 했고, 그게 맞는 말 같더라고요.
 
Q. 영화도 끝났고 이제 좀 여유가 생겼을 것 같은데, 하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네요. 이런 날씨 좋아하세요?
저는 맑은 게 좋더라고요. 드라이한 거. 예전엔 눈도 좋아하고 비도 좋아했는데. 특히 비 올 때 집에서 라면 끓여먹고 만화 가게에서 만화책 보고. 비를 맞는 것보다 어디 탁 앉아서. (웃음) 근데 요즘은 축축하고 싫어요. 나이가 들었나 봐. 더 나이 먹으면 습기 차서 무릎 시리다고 하던데 (웃음) 아직은 안 그런 것 같아요.

Q. 최근 공연계에 남자들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많은데, <트루웨스트>처럼 진한 사나이들 이야기, 형제를 담은 작품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이 작품의 개성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 같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되게 재미있고,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뭔가 화끈하니까. 그리고 복잡한 면들, 아주 감정이 끝까지 올라간 상태에서부터 아주 조용한데 긴장감 넘치는 상태까지, 다 대본 안에 들어있고요. 그걸 표현하려면 정서도 많이 움직여야 하고 호르몬도 분비가 많이 되어야 하고. 하고 나면 기분이 좀 시원했어요. 특히 공연이 잘 가고 딱 끝나서 앉아 있으면 몸이 오히려 되게 후련했어요, 건강해지는 느낌. 건강해질 수 없는 작품인데. 계속 (극 중에서) 술 먹고, 상처도 많이 나고 그랬거든요.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 중

Q. '격투'까진 아니지만 극중 격렬하게 동생 오스틴과 부딪히는 장면도 있고, 소리를 지르는 등 표현을 과격하게 하는 부분이 많잖아요. 그런데도 공연 후에 지치는 게 아니라 '시원하다'고요?
예전에 <이제는 애처가>라는 작품을 한 적이 있거든요. 일본 작품인데, 고급 신파 멜로? 전 신파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고급스럽게, 세련되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그 정서를 잘 따라와 준다면, 원래 비극이 맛깔나잖아요. 그 작품이 그랬는데, 마지막 20분을 배우가 계속 울어야 됐는데 그렇게 울고 나오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트루웨스트> 같은 경우도 육체적으로 많은 기운을 소진해야 하는데, 오히려 끝나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더 많아요. EBS에서 하는 <지식채널 e>인가? 웃으면 엔돌핀도 나오고 몸에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잖아요. 울 때도 몸이 진짜 좋아진대요. 몸의 면역력이 증가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연극할 때는 관객과 같이 감정이 가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감정을 발산하고 나면 진짜 몸이 좀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Q. 실제로 형제 중 형이라 극중 리와 오스틴의 이야기에 좀 더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네. 아무래도 그렇죠. 제가 형이고 또 작품에서도 형 역할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까지 싸우진 않아요. 저희 집안이 되게 지적인 집안이라. (웃음)
 
Q. 그러고 보니 극중 거칠고 자유분방한, 자유로운 영혼의 형 '리'와 엘리트, 모범생 동생 '오스틴'의 모습이 실제 배성우 형제의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요. (웃음)
겉으로는 약간 그래 보이죠, 속으로는 개판인데. (웃음) 딱 (작품하고) 비슷한 거에요. (웃음) 근데 인물은 진짜 달라요. 전 진짜 (동생한테) 손 하나 대 본 적이 없어요, 심부름도 거의 안 시켰고. 나이 먹었다고 왜 심부름을 시키냐, 엄마가 항상 저희한테 그러셨어요. 그러고는 나한테는 시키고. 나는 무슨 죈가. (웃음)
 
얘기했듯이 저희 집안이 지적이고 진보적인 분위기라. 부모님이 되게 그런 부분을 조심하셨어요. 그거는 제가 느껴요. 첫째니까, 둘째니까, 그렇게 되는 부분이 있을 거긴 하지만 그걸 되게 많이 조심하셨어요.
 
Q. 2010년 이후 5년 만에 <트루웨스트>에 다시 출연하고 계시잖아요. 그때 같은 역을 맡았던 오만석씨를 지금은 동료 배우이자 연출로 만나고 있습니다.
만석이가 본인 연출 라인이 있을 텐데, 옛날에 같이 했었고, 또 형이 연습을 하러 왔으니까, 약간 불편한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전 최대한 맞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는데, '이러면 어떨까?' 그렇게 이야기는 하죠. 되게 유연하게 잘 받아주고, 어떤 부분은 설득을 해 주고. 만석이도 배우니까 그런 부분의 장점이 있어요. 재미있게 연습했어요.
 
Q. 연습실이나 촬영장에서 작품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신가요?
특히 연극할 때는 그런 편이에요. 연극은 배우가 다 해야 하잖아요. 굳이 영화로 치자면 편집, 인물간의 호흡, 템포, 사운드까지 배우가 해야 하는 것이고, 앞 모습 보여주고 싶으면 앞으로 돌아야 하고 옆 모습 보여주고 싶으면 옆으로 돌아서야 하고. 어떻게 보면 촬영까지 배우가 하는 거죠. 극 전체는 여러 배우들이 다같이 잘 가야 하는 거지만, 내 배역은 내 감과 내 호흡으로 잘 분석이 되어서 내가 끌고 가지 않으면 관객들도 뭔가, 빈 곳이 있는 걸 보게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편이에요.
 
또 이번 극장(예그린씨어터)이 깊이가 좀 없어요. 그 전에 했던 극장은 약간 더 깊이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움직임이 정말 다르죠. 아쉬움이 있는데, 제 경험상 깊이가 좀 없는, 납작한 형태의 극장은 관객친화적인 부분이 더 있는 것 같아요. 장단점은 있는 것 같지만, <트루웨스트> 같은 경우는 좀 더 깊이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사실은 좀 있죠.
 
Q. 예그린씨어터는 새롭게 리모델링한 공간이잖아요.
제겐 좀 기억에 남는 극장이에요. 예전에 학전그린 소극장이었잖아요.(1996년 개관한 학전그린 소극장은 새 건물주가 매입 후 2013년 3월 문을 닫았다. 이후 예그린씨어터로 변경됨) 제가 학전 배우였으니까. 거기서 9개월 동안 <지하철 1호선>을 했어요, 다 원캐(원 캐스팅)로. 그러다 보니까 기억에 더 남는 극장이고, 극장명이 바뀌었다는 데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있죠.
 
Q. 과거 극장에 대한 추억이 많으실 듯 해요.
그때도 학전 뮤지컬은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끼고 하는데, 대사를 할 때는 꺼버려요. 김민기 선생님이 "왜 말을 하는데, 대사를 하는 데 관객이 그걸 마이크로 들어야 해?"라고. 노래는 라이브 밴드 연주가 있으니까 마이크를 대고 하는데, 그렇게 노래 소리가 나오다 대사를 마이크 없이 하면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잖아요. 그걸 이기고 가야 했죠.
 
그래서 그땐 대사 들리게 하는 게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전 뮤지컬 같은 경우는 되게 라이브한 연기를 해야 해서, 그 연기 특성상 공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가 있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공간을 채워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하는 게 일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바뀐 극장은 뮤지컬 위주의 극장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흡음재를 벽에 해놨더라고요. 배우들 노래할 때 울리면 안 되니까 (소리를) 쫙 먹으라고. 어느 객석에 앉아도 잘 들린다고 하는데, 이번에 공연할 때 아무래도 신경이 더 쓰이더라고요. "야!"라고 소릴 쳤을 때 관객들이 '헉!'해야 하는데, '아, 소리를 지르는구나'하면 안 되니까. 관객들이 배우를 구경하게 만드는 게 싫거든요. 같이 몰입해야지. 같이 호흡해야지 연극이잖아요.
 
Q. 관객을 극에 몰입하게 하기 위해 배우가 관객보다 먼저 격한 감정을 쏟아낼 때도 있어요. 그러면 '아, 울리려고 하는구나, 웃기려고 하는구나'하고 관객입장에서 눈치채게도 되고요.
저도 관객입장에서 공연 볼 때 그러면 안 유쾌하죠. 약간 자기 검열의 느낌도 있고요.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 어떡하지?' 공연할 때도 그런 느낌이 들면 그날은 진짜 창피하고, 커튼콜도 못 나갈 것 같고 그래요.
 
영화에서도 한방 맞은 게 <어둠 속의 댄서>라는 뮤지컬 영화가 있는데, 뮤지컬의 어떤 문법을 파괴하는, 감독이 되게 이질감을 많이 주면서도 리얼한 장면을 보여주다 갑자기 뮤지컬 장면으로 바뀌고. 굉장히 독특했어요. 너무 재미있게 봤죠.
 
나중에 여자 주인공이 죽게 되는데 사형장까지 가면서 "죽기 싫어!" 그러니까 영화관에 있던 사람들이 막 울더라고요. 전 '하아, 나 참. 우네.' 그러고 웃음이 나왔어요. '아, 이렇게 해서 우는구나', 하면서요.
 
그런데 그 여자가 죽는 이유가, 아들도 자기처럼 눈이 멀게 되요. 그걸 막아주는 수술을 시키려고 돈을 모았는데 그걸 이웃이 가져가려고 하고 그걸 말리다가 그를 죽이게 됐거든요. 그래서 사형 선고를 받고요. 그렇게 죽기 직전에 친구가 오는데, 친구한테 아들 수술 어떻게 됐냐고 물어봐요. 잘 됐다고,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하아~"하더니 갑자기 노래를 해요. 그 장면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졌죠. 소리 내서 펑펑 울었어요. 나와서도 극장 앞 벤치에 앉아서 막 울고.
 
저도 남과 감정 패턴이 비슷하긴 한데, 아무래도 직업이 배우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는 게 있어요. 근데 그게 해제됐을 때는, 한꺼번에 무너지죠. 책이든 연극이든 영화든 재미 있으려고 보거든요. 더 잘 보려고 하고. 야구를 많이 해 본 사람이 야구경기를 보면 더 재미있듯, 제가 배우라 극을 더 재미있게 본다고 생각해요.
 
문근영과 함께 호흡을 맞췄던 2010년 연극 <클로져>
 
Q. 거의 매년 꾸준히 연극 <클로져>의 의사 래리 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어요.
많은 분들이 <클로져>에 나오는 네 명을 다 또라이라고 생각을 많이 하세요. 전 그렇지 않다고, 아주 일상적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내면 안에는 많은 어그러짐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남녀 관계만 해도 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그 안에 찌질함과 상처와, 또 사랑이 있고. 이성을 만나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사는 사람 안에도 많은 욕망과 갈등이 있을 거고, 그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오히려 보편적이지 않은 사람 아닐까요.

그래서 <클로져>는 보편적인 사람들이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연극을 분석할 때 인물을 또라이로 분석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클로져>는 인생의 그런 장면들만 모아 놓은 작품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게 보통 사람의 저런 날들이었구나,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Q. 많은 영화, 연극 작품에서 보여줬던 다양한 인물들 역시 보편성 안에서 출발한 것인가요?
네. 그렇지 않으면, 그야말로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정말 또라이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에요. 보편적으로 '왜 저 사람이 저랬지?'라는 생각이 들어야 하고, 그래야 그 사람의 행동 이유가 나올 수 있는 거죠. 그랬을 때 이상한 짓이 재밌건, 무섭건, 불쌍하건, 여러가지 감정으로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머리로만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러면 그 때부터 재미 없어지거든요. '웃기려고 저렇게 하는 구나, 울리려고 하는 구나' 이렇게 시작이 되면 안 되죠. 관객이 울었다 해도 그건 더 안 좋은 거고.
 
Q. 배성우의 연기를 보면, 본인은 심각한데 무척 웃기거나, 웃긴 상황에서 묘하게 슬프거나 아찔한 느낌이 퍼져나올 때가 많아요. 되게 오묘하달까요?
그게 연기의 기본이라고, 배우기도 그렇게 배웠고 저도 연기를 하면서 그렇게 습득이 됐어요. 학교에서 들은 말이 '비극은 희극같이, 희극은 비극같이 해라' 였거든요. "내가 진짜 웃긴 얘기 해줄게"라고 시작하면, 웃기기 되게 힘들잖아요.
 
제가 연기한 게 다 그런 건 아닌데, 어쨌거나 관객은 제3자의 눈으로 보는 건데, 영화는 프레임, 연극은 제4의 벽을 통해서 보는 거죠. 배우는 그 안의 어떤 상황에 몰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관객은 그걸 보는 거죠. 그게 웃길 수도, 슬플 수도, 무서울 수도 있는 건데 그걸 통틀어서 재미라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는 재미, 몰입되어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같이 장면의 목적에 몰입하는 거.
 
저는 맨날 농담처럼 "연기는 과학이야"(웃음) 라고 말해요. 필(feel)로 가는 게 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과학적으로 뭔가 성립이 됐을 때 그 안에서 새로운 필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잘 놀기(극 안에서) 위해서 과학적으로 더 잘 접목하고 계산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Q. 데뷔는 뮤지컬(<레미제라블>)로 하셨는데 최근엔 왜 뮤지컬을 안 하세요?
학교 다닐 땐 뮤지컬만 했거든요. 춤도 많이 추고 노래도 연습하고. 춤은 매일 해야 해요. 근육을 쓰는 거기 때문에. 노래 역시 근육을 쓰는 것이고요. 무용은 연습을 하루 안 하면 자기가 알고, 이틀 안 하면 코치가 알고, 삼일 안 하면 관객이 안다, 그런 말이 있거든요. 예전엔 그렇게 하면서 연기가 되게 재미있었어요. 거의 신인 때 <명성황후>에서 제법 괜찮은 역을 하기도 했는데도 연기가 하고 싶더라고요. 그 후에 한 뮤지컬은 학전 <의형제> <지하철 1호선> 정도에요.
 
<의형제>는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이에요. 그 때 혼자서 5개월 동안 했는데 지금도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제 이메일도 그 주인공 이름이에요.
 
Q. 학전에는 어떻게 들어가게 되셨나요?
그 당시에는 배우 모두가 들어가고 싶어 했어요. 작품도 너무 하고 싶은 작품이었고. 뮤지컬이기도 한데 연극도 해야 하고, 재미도 있고, 현실성도 있는 작품이고, 김민기고.
 
그리고 학전이 그 당시 퍼센트로 개런티를 줬어요. 한 달에 수입이 이만큼 들어왔다, 공개하고 거기서 이렇게 저렇게 쓰고, 이 배우는 몇 퍼센트, 저 배우는 몇 퍼센트. 미니엄 개런티도 책정해서, 한 달에 최소 얼마는 관객이 아무리 안 들어도 주는, 그런 게 있었어요. 그땐 그렇게 돈 받고 연극하기 쉽지 않았으니까.
 
Q.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전 대학로에서 10년 넘게 지냈어요. 소위 말하는 무명 시절을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맞아요. 그게 진짜 힘든 일이고 중요한 일이죠. 전 어렵지 않게, 재미있게 버틴 것 같아요. 집 밥 먹고 다닌 게 최소 50% 이상은 되요. 나머지는 작품이 너무 재미있어서. 운 좋게 학전도 들어갔고, 진짜 좋은 작품에 좋은 배역들도 만났고요. 창작한 것도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혼자 사는 남자 배성우> 같은 경우도 장단점이 있는 작품이지만 나중에 관객이 늘었고. 외국 작품 할 때도 공부가 되는 게 있고. 그리고 특별히 다른 거 좋아하는 게 없어요.
 
특별한 취미가 없어요. 약간, 연극이 취미랄까? 가령 회사원들은 좋아서 하기 보다 돈 벌려고 일 하는 게 더 크잖아요. 그런데 취미가 낚시인 회사원이 있다면, '빨리 일 끝내고 낚시하러 가야지', 이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을 거 아니에요. 골프 좋아하면 '내가 쉬는 날만 되면 나간다' 그럴 거고. 내게 연극은 그런 의미의 취미인 것 같아요. 재밌어요.
 
Q. 최근 끌리는 장르나 인물이 있다면요?
바람둥이 재벌 3세? (웃음) 아주 통속적이고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를 내가 하는 거야. (웃음) 결말도 해피엔딩. 그런데 왜 장르가 블랙 코미디가 되는 걸까요? 진짜 멜로도 하고 싶어요, 아주 달달한. 근데 그게 얼마나 허황되느냐. (웃음) 글쎄요. 딱히 생각나는 건 없네요. 정해둔 것도 없고요.
 
Q. 찾는 작품이 여전히 많은데,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시나요?
(매니저에게) 지금 전성기야, 나? 아직 아니지? 언제부터야? (웃음) 내년도 아니고요. 앞으로 더 잘해야 되요. (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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