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불가능은 없다! 1인 다역 배우들의 속마음 토크(feat. 박혜나, 손유동, 손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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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에서 자신이 맡은 캐릭터로 완벽하게 몰입해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건 관객이 공연을 즐기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현실과 다른 극 속 세계의 인물에 몰입해 작품 속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공연에서 한 작품 속 여러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관객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배우들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인물을 넘어 여러 인물을 완벽하게 분석하며 따뜻한 여인에서 팜므파탈 여인으로, 남자에서 여자로, 사람에서 동물로 시시각각 변신하는 이들. 쉽지 않은 도전을 받아들이며 용감하게 무대에 오른 배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봤다.
 
<질문>
1. 총 몇 개의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는가, 각 인물의 이름은?
2. 여러 배역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와 그 이유는?
3. 상대적으로 더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와 그 이유는?
4. 일인다역 연기를 위해 참고한 캐릭터 혹은 배우가 있다면?
5. 여러 배역을 잘 소화하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는?
6. 일인다역 연기를 하다가 무대에서 당황했던 순간은?
7. 연출 혹은 작가님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박혜나 (총 1인 2역)
 
전 배우들이 1인 2역 연기를 선보여 화제를 모은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그중에서도 1막과 2막, 가장 상반된 캐릭터 변신으로 눈길을 끄는 배우가 있다. 바로 박혜나다. 특히 2막, 격투장 주인 '에바'로 변신해 선보이는 넘버 '남자의 세계'는 박혜나가 기존에 보여줬던 무게감 있으면서도 따뜻한 캐릭터와 상반된 팜므파탈 여인의 모습으로 새로운 매력을 더한다.
 
1. 현재 빅터의 누나 ‘엘렌’ 그리고 격투장 여주인 ‘에바’ 이렇게 두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2. 두 배역 모두 애착이 가서 하나를 고르기 어려울 것 같아요. 엘렌의 깊은 슬픔은 감싸주고 이해해 주고 싶고요. 에바의 삶은 너무나 자유롭고 스릴있다 보니 평상시 겪어보지 못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요. 두 배역 다 무대 위에서 정말 즐겁게 하고 있답니다.
3. 조금 더 집중해서 연기하는 건 엘렌인 것 같아요. 엘렌의 삶의 무게가 저에게 너무 크고 무겁고, 가슴 아프게 다가와서요. 엘렌을 더 이해해주고 싶으면서도, 또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해요..
4. 다른 캐릭터나 배우를 참고하기보다는 매일 무대 위에서 공연하고 있는 지금, 그 순간에 살아있으려 집중해요. 오늘의 공연은 제가 처음 만나는 순간들이니 전에 했던 것들에 갇히지 않도록 조심하고 집중해서 만들어 나가려고 합니다.
5. 4번 질문의 답과도 같을 것 같아요. 지금 이 무대에 집중하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죠.
6. 2막에서 에바로 변신할 땐 속눈썹으로 캐릭터 변화를 주는데요.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속눈썹이 가끔 떨어져요. 커튼콜 때 인사를 드리러 무대에 나가는데 빨갛고 독특하게 생긴 그 속눈썹이 정말 무대의 센터 앞쪽에 딱 떨어져 있는 거예요. 혼자 속으로 엄청나게 웃었답니다.
7.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한국을 뛰어넘어 세계로 또 세월이 흘러도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기억되고 사랑받는 작품이 되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힘내시길! 파이팅이요^^
 
연극 ‘알앤제이’ 손유동(총 1인 6역)
 
보수적인 가톨릭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금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알앤제이'.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배역을 맡으며 활약하는 캐릭터는 바로 '학생 3'역일 것이다. 물론 극 중 극이라는 작품 특성상 일인 다역 연기는 배우 본인이 아닌 학생3이 선보이는 연기지만, 손유동은 그 미세한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1. 학생3 / 머큐쇼 / 캐풀렛 부인 / 로렌스 수사 / 영주 / 아버지(캐풀렛)요. 대표적으로 알려진 캐릭터는 4개의 역할이지만 극 중에서는 총 6개의 역할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2. 모든 배역이 소중하고 애착이 가죠. 그러나 꼭 하나를 꼽으라면 ‘학생3’이지 않을까 싶어요. 연극 ‘알앤제이(R&J)’는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학생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거든요. 이 연극에서 배우들은 단순히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에요. 역할극을 통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완성해가는 학생들을 연기하고 있어요. 머큐쇼, 캐풀렛 부인, 로렌스 수사 등 ‘로미오와 줄리엣’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구현하는 것은 결국 ‘학생3’인거죠. ‘학생3’과 셰익스피어의 희곡 속 캐릭터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들, 그 순간 ‘학생3’이 느끼는 감정, 에너지, 충동이 흥미롭고 의미 있게 느껴져요.
3. 머큐쇼요. 머큐쇼는 활발하고 쾌활한 성격의 캐릭터거든요. 매우~매우 외향적인 성격의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저와는 조금 거리가 먼 부분이 있어서 어려움이 있었죠.
4. 다역 연기를 위해 특별히 참고한 캐릭터나 배우는 없었어요. 이미 완성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3’이 바라보고 느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기존의 배우나 캐릭터를 참고하기보다는 ‘학생3’이 느꼈을 감정, 상황 등을 고려하여 캐릭터를 구축해갔어요. 또한 함께 연기하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고민하고 호흡하며 캐릭터를 완성했죠.
5. 맡은 배역이 가진 각각의 목표를 찾고자 해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최대한 표현하고자 합니다.
6. 다역을 연기하면서 당황했던 순간은 없었어요. 다만, 극 중에서 당황한 일은 있었죠. 저희 작품에는 네 명의 학생 외에 또 다른 배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천이 등장하는데요. 붉은 천은 공연 전반에 매우 중요하고 상징적인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한 번은 공연 중간에 천이 매우 심하게 꼬인 적이 있었거든요. 티를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꼬인 천을 풀면서 대사를 하느라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7. 김동연 연출님과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한 말씀 드리고 싶네요. “김동연 연출님! 좋은 작품으로 만나게 되어 기쁘고,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면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다음에 좋은 작품으로 또 만나요!”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손지윤(총 1인 14역)
 
'캐릭터 저글링'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전면에 일인다역 표방극이 될 것임을 예고했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혼성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해, 조직 보스는 물론 코끼리까지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는 배우 손지윤이다. 특히 숨을 헐떡이면서도 명찰을 쉴새없이 바꿔가며 순발력 넘치는 캐릭터 전환을 선보이는 작품 후반부 손지윤의 열연은 놓치지 말아야 할 명장면.  
 
1. 알란 아빠 / 에스테반 / 오펜하이머 / 알리스 원장 / 기자 / 청년 알란 / 소냐 / 경비병 / 예르딘 / 마오쩌뚱 / 강습생 / 대통령 / 부스터 / 라리사까지 총 14개입니다.
2. 코끼리 소냐요. 제가 언제 무대에서 코끼리를 해보겠어요. 여러 역할을 해봤지만 코끼리는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코끼리를 연기할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매번 할 때마다 재미있게, 또 소중하게 하고 있습니다.
3. 알란 아빠. 연습 기간 중에 가장 많은 시도를 했던 캐릭터 같아요. 제 역할 중 대사가 가장 많이 바뀌기도 했죠. 초반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만큼 아빠를 봤을 때 흥미는 있어야 하지만 가볍진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란과 알란 엄마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니까요. 그 밸런스를 맞추려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4. 김태형 연출님이 마오쩌뚱 캐릭터를 딱히 고증할 필요 없이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내내 강조하시던 젠더 프리에 어울리는 방법으로 살려보고 싶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중에 TV에 김수미 선생님이 나오시더라고요. ‘저걸 한번 적용해 보면 좋겠다’ 싶어서 연습 중에 한 번 김수미 마오쩌뚱을 해버렸죠. 그게 반응이 좋아서 본 공연까지 그대로 하고 있어요.
5. 노하우?라고 할 건 없고 그냥 저에게 있는 모습 중 하나씩을 자유롭게 툭툭 꺼내놓는 게 제 방법인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잖아요. 연습 기간 동안 그 여러 가지 중 하나를 어울리는 장면에 하나씩 적용시켜 연습하고 만들어 나간 것 같아요.
6. 여러가지가 있지만 웃음을 참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김도빈 배우의 아인슈타인을 만날 때마다 ‘언젠간 익숙해지겠지’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볼 때마다 웃음이 나와서 너무 힘듭니다.
7. 앞으로 얼마나 더 고생스럽고 힘든 공연을 만드실지 기대됩니다. 걱정 마시오, 다 해낼 테니!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쇼온컴퍼니, 쇼노트, 연극열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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