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즐기는 배우 박강현,“‘웃는 남자’와 함께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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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는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화려한 무대와 아름다운 노래 그리고 박효신을 비롯한 스타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연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박강현은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지 이제 3년 차가 된 무서운 신인으로 데뷔하던 해부터 주목받았으며 최근에 연이어 대극장 작품의 주인공을 꿰 차고 있다. 그는 '웃는 남자'에서 박효신·수호와 더불어 찢어진 입을 가졌지만 관능적인 매력을 지닌 청년 그윈플렌 역에 캐스팅됐다. 
 
지난 23일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강현은 말갛고 하얀 얼굴과 서글서글한 눈웃음으로 매력을 발산했다. 어떤 캐릭터든 "나로부터 시작한다"는 박강현은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고야 마는 재주를 지녔다. 기자가 본 '웃는 남자'의 박강현은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그윈플렌이 가진 순수함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공연을 보길 바라며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Q. 첫 공을 올리고 몇 주가 흘렀네요. 무대에 선 소감이 어떤가요?
우리 작품이 월드프리미어 초연인 데다가 저는 프리뷰 첫날, 첫 공연을 했어요.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 엄청 떨리기만 해서, 저는 오히려 그런 생각을 안 했어요. 사실 생각이란 걸 해 봤자, 더 떨리기만 하고요. 최대한 머리를 비우고 연습실에서 하던 것처럼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떨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 해낸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시작부터 다른 배우들이랑 같이 등장하면 좋은데 1막 시작하고 40분 정도 후에 나오거든요. 혼자 있는 그 시간이 좀 외로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시간을 즐기면서 마음의 준비도 하고요.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Q. 피가 섞이지 않은 우르수스, 데아와 가족이 됩니다.
그윈플렌은 어릴 적 입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버려지죠. 아마 끔찍했을 거예요. 찢어진 입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을 거고요. 부모님도 잃고, 홀로 그런 시절을 버텨야 했을 테니까요. 다행히 우르수스가 그와 데아를 거둬 가족이 됐어요. 우르수스와 데아와 지내면서 그도 점차 안정과 행복을 찾았을거에요.
 
그윈플렌이 자기도 아이고, 혼자인데도 우는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꼭 안아주고 이름도 지어줘요. 비록 그윈플렌의 입은 찢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괴물이라고 부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아이인 것 같아요.
 
우르수스는 이미 세상을 등진 사람인데, 길에 버려진 두 아이를 거둔다는 게 참 아이러니해요. 약자가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그 약자들을 또 다른 약자가 거둬준다는 점이 가슴 뭉클한 것 같아요. 그렇게 셋이 살면서 절대로 떨어질 수 없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기고요. 
 
Q. 그윈플렌은 어떻게 해석했어요?
저로부터 시작했어요. 저는 모든 역할을 저로부터 시작해요. 나와 교집합이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이었을 때 내가 하는 선택은 어떤 것일까? 박강현이 겪어보지 못한 것도 있지만 나의 모습과 그윈플렌을 섞어서 점점 살을 붙여서 접근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항상 타인의 삶을 살고 있지만 제 생각에 완전한 타인이 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결국 박강현 안에 있는 그윈플렌을 끄집어 내는 거죠. 그윈플렌을 처음 만났을 때, 때 묻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거기서부터 저로 확장시켰어요.

Q. 그윈플렌을 포함하여 ‘웃는 남자’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결핍이 있어요.
그윈플렌에게 있어서 찢어진 입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지만, 우르수스를 만난 이후에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아요. 유랑극단에서 자신의 입을 소재로 한 공연도 하잖아요. 자신의 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자신의 내면을 점점 파고들었을 것 같아요. 그윈플렌은 그 결핍을 통해서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누구나가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결핍을 안고 살아가요. 결핍이 있어야 사람이 그걸 딛고 일어나서 성장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꼭 그런 결핍이 있어야 하냐’라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배우를 하는 사람에게는 그 결핍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Q. 연습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2막에서 조시아나 여공작이 침실에서 저를 유혹하는 신이 있어요. 그 신을 만들 때 너무 웃기고 재미있었어요. (신)영숙 누나랑 (정)선아 누나가 어디 가서 대놓고 그런 걸 해보겠어요. 저는 침대에 누워 있고 두 분이 미친 사람처럼 이것저것 해보는데, 누나들이 힘들어하면서도 너무 잘하고요. 지금은 두 분 모두 선수가 됐어요(웃음).
 
아무래도 우리 작품이 창작 뮤지컬이다 보니 함께 만들어가는 재미가 컸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좀 더 이렇게 참여하는 것이 의미도 있고 공부도 되고요. 이렇게 진지하지만 웃음이 나는 장면도 있고, 어떤 신은 너무 슬퍼서 다들 눈물바다가 되기도 하고요. 이게 이야기의 힘, 그걸 실제로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힘이 아닌가 싶어요.
 
Q. 그윈플렌은 박효신과 수호가 함께 캐스팅됐고, 나머지 역할들도 더블 캐스트인데요.
효신이 형과 수호는 정말 슈퍼스타라 저랑은 너무 달라요. 효신이 형은 보기에는 날카롭고 차가울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귀여운 면이 있어요. 수호는 원래 너무 귀엽고요(웃음).
 
성화 형님과 준모 형님은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노래하는 거 듣고는 구별이 안 되었어요. 성화 형님은 특유의 재미있는 호흡이 있어요. 장난치고 싶은 아버지고요. 준모 형님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장난기는 별로 없지만 따뜻한 아버지. 겉으로는 틱틱거리는 속은 엄청 따뜻한, 츤데레 같은 아버지예요.
 
데아 역의 수빈이는 이십 대 초반인데, 보기에도 진짜 어려 보여서 정말 여동생 같은 느낌이 있어요. 경아는 수빈이보다 나이도 좀 있고 원래 친했던 친구라서 하면서 좀 더 친구 같은 느낌이 있고요. 조시아나의 차이점은 영숙 누나가 좀 더 카리스마 있고 도도한 느낌이라면, 선아 누나는 좀 더 통통 튀는 말괄량이 같은 느낌이예요.
 
Q. 아무래도 관객들은 2막 피날레 신에 대해서 가장 궁금해할 것 같아요.
데아가 아기였을 때 혼자 남은 데아를 구한 게 그윈플렌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때부터 데아랑 그윈플렌은 영혼의 한 쌍으로 묶여 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데아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나도 데아 곁으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래야 그 사랑을 이루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데아와 조시아나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미안함도 있고요.
 
Q. ‘웃는 남자’는 이후에 강현 씨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박강현을 배우로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준 작품. 저도 '웃는 남자'와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월드프리미어로 초연했으니, 세계 시장에서 사랑받는 날이 얼른 왔으면 좋겠어요.
 
Q. 중·소극장, 대극장, 라이선스, 창작 뮤지컬, 그리고 방송 경연 프로그램까지 두루두루 경험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하고 싶은 게 그때그때마다 달라요. 그 시기의 제 바이오리듬, 관심사, 확 하고 꽂히는 무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도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없어요. 오히려 제가 처음 하는 것. 그리고 새롭게 시도하는 걸 좋아해요. 은근히 그런 걸 즐기는 편이에요. 안정적인 것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자극을 갈구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전 쾌락주의자인 것 같아요(웃음).
 
그동안은 마음만 있었는데, 영화를 하고 싶어요. 제가 원래는 영화를 하고 싶어서 연기를 전공했거든요. 영화 일에 제대로 부딪혀 본 적이 없어서 이번에 기회를 한번 만들어 보려고 해요.
 
Q. 이제 데뷔한지 3년이란 시간이 흘렀어요. 대극장 공연의 주인공을 맡게 될 정도로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오늘이 데뷔한지 딱 천 일 이래요. 지난 21일 공연 때 팬들이 미리 챙겨주셔서 알았어요(웃음). 돌이켜보면 많은 것들이 변하고, 많은 경험을 했어요. 3년 전과 비교해보면 달라진 것도 있지만 제 안의 단단한 기둥은 그대로인 것 같아요.
 
박강현이란 사람이 가지고 있는 뿌리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그 뿌리는 옳고 그름을 아는 거예요. 사람들은 누구나 어떤 게 옳은 선택인지 잘 알아요. 그렇지만 가끔 다른 선택을 하는데요. 저도 그럴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다른 길로 가고자 하는 마음의 관성을 바로잡으면서, 조급해하지 않으려고요.

그럴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 아니에요. 스스로 그렇게 보잘 것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겸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짜요. 뭔가 특별히 남들보다 잘나지 않았는데 ‘나는 해낼 수 있다’라는 믿음. 그걸 가슴 안에 품고 사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요?
딱 1년 됐네요. 작년에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 2’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팬텀싱어 2’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억이 많이 남아요. 힘들었던 기억도 많지만, 많이 배웠고,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만났어요. 지금 김주택, 정필립, 한태인과 미라클라스 앨범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다음 달 초에 녹음에 들어가요. 곧 멋진 앨범 들고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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