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첫 도전 나선 강타 “왕관의 무게, 무겁지 않냐고요? 묵직함이 주는 기쁨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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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캐스팅 공개 당시 강타의 합류 소식은 많은 화제를 모았다. 1세대의 전설적인 아이돌 H.O.T의 리드보컬로서 20여 년째 연예계 생활을 하고 있는 강타지만, 정작 뮤지컬 분야와는 큰 인연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강타가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동시대에 함께 활발히 활동하다가 뮤지컬 배우로 자리매김한 옥주현·바다·이지훈 등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었고, 실제로 다수의 뮤지컬 작품 출연제의를 받기도 했었던 것.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장르일까?’라는 우려 때문에 수년간 뮤지컬 출연을 고사했던 강타는 마침내 평범한 중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신을 향한 기대감에 부담이 될 법도 한데 “뮤지컬 계에선 신인도 아닌 연습생이잖아요”라며 웃어 보이는 그. 왕관의 무게마저도 묵직함이 주는 기쁨으로 받아들이며 뮤지컬 연습에 한창인 강타를 지난 23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예계에 발을 들인 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의외로 뮤지컬과는 인연이 없었다. 이전에도 제의가 많이 들어왔었지만 매번 거절했었다고 들었다.
물론 나 역시 무대 예술을 하는 사람이지만, 뮤지컬은 다른 무기가 필요한 분야라고 느꼈다. 대중음악은 내 얘기를 내 매력과 함께 들려주는 장르지만, 뮤지컬은 어떤 한 인물의 이야기를 나를 통해 전달해줘야 하지 않나. 목소리의 톤부터 전달력, 에너지 등 디테일적인 완성도를 높이지 않으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많이 보다 보니 ‘너무 하고 싶다’는 마음과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는데, 여태까진 후자의 마음이 더 컸었다. 과연 나는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런 강렬한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2008년 군 복무 당시 ‘마인’이란 뮤지컬도 한 적이 있지 않나.
그때는 군인정신으로 했던 것 같다. (웃음) 돌이켜보면 작품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느낌이 컸었고,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또 열심히 하고 나면 휴가도 준다고 하니 여러 동기부여가 있었다. (웃음) 하지만 밖에서는 오롯이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 하다 보니 더욱 조심스러웠다.

오랜 고민 끝에 결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첫 뮤지컬 데뷔작으로 택했다. 이 작품을 하기까지도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
일단 뮤지컬치고는 자연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상황이 많았던 점이 좋았다. 또한 넘버 자체가 너무 좋더라. 하지만 한편으론 작품을 떠나 여전히 뮤지컬 출연에 대한 고민이 앞섰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 완전 다른 시스템 속에서 멋진 결과물을 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정적으로는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절친 이지훈의 도움이 컸다. 나를 20년 넘게 본 친구가 “작품이 좋고, 캐릭터가 너랑 잘 맞잖아. 이 두 가지면 도전할만한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봐. 다른 건 생각하지 말고 ‘도전’”이라고 얘기하는데 생각이 정리되더라.
 
어렵게 결정을 내리고, 연습에 막상 들어가 보니 어떻던가.
계속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처음 연습에 들어가고 5일 정도 됐을 때는 ‘괜찮다. 재밌다. 생각보다 잘 되는데?’ 싶었다. 그런데 조금 더 지나니깐 ‘어 왜 안 늘지?’ 하면서 좌절감이 들더라. 역시 난 준비가 안 됐나 이런 생각도 들고. 그다음이 지금 이 시기인데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 매일 런 스루를 돌고 디테일을 잡고 하는데, 적응이 잘 안됐다. 가수로서 서는 무대도 약속이란 건 있지만 상황에 따라 무대에서 감정을 더 폭발시키는 등의 여지가 있는데, 뮤지컬 무대는 완전한 약속이 필요하더라. 지금은 감정의 디테일을 잡아가고 있는데 옆에서 은태 씨를 비롯한 동료들이 걱정들을 덜 수 있게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게 참 도움이 된다.

이전에 작품을 접했던 적은 있나?
영화를 봤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의 나이가 더 많다 보니 와 닿는 게 달랐던 것 같다. 영화에서 백발의 로버트가 보여주는 순수한 열정, 사랑은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 뮤지컬에선 한층 더 젊은 나이의 로버트로 그 감성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담이 됐다. 연령대는 실제 내 나이와 비슷할지 몰라도 로버트는 나보다 더욱 성숙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잘 소화하기 위해선 내 자신을 어느 정도 포장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었다.

실제 나와 로버트와의 접점은 없었나? 이미지상으로 비슷한 느낌도 있는 것 같다.
로버트를 보면 항상 상대에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도록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약간 엉뚱하고 수줍은 면, 한편으로는 허점이 느껴지는, ‘풉’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허점이라고 보기에는 귀여운 느낌이랄까? 그런 부분들이 비슷한 것 같다. 특히 친한 사람들한테 더 그러는 것 같다. 엉뚱한 아재개그 같은 것도 많이 하다 보니 ‘아시아 노잼’이라는 별명도 있고. (웃음) 그런 부분들이 확실히 은태 씨랑은 느낌이 다른 부분인 것 같다.

안 그래도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 강타가 보기엔 어떻게 다른 것 같나?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로버트의 맥락은 가져가지만, 둘을 비교하자면 강타가 연기하는 로버트가 조금 더 수줍고 풋풋한 느낌이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아직 결혼하지도 않았고, 또 실제 성격을 녹여내다 보니 그런 듯 하다. 젠틀하고 능숙하면서도 따뜻한 박은태의 로버트와 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로버트는 프란체스카를 보고 첫눈에 반해 폭풍 같은 사랑에 빠진다. 그런 사랑을 믿나?
거창하게 운명적인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첫눈에 반할 수 있다는 건 믿는다. 실제로도 첫 느낌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그 느낌은 항상 틀리지 않더라. 비단 남녀관계뿐만이 아니라 친구 관계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로버트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그 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사람인데, 이 여자를 보는 순간 온 세포가 온몸으로 이 여자와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반응한 것 아닌가. 나 역시 이 세상 어딘가에는 분명 그런 사람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김태형 연출이 이 작품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선택’이더라. 선택의 순간에 놓인 한 사람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 선택을 했고 그 결과를 오롯이 감당하는 프란체스카의 인생 말이다. 강타는 이제까지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무언가를 선택할 때 가장 최우선에 뒀던 가치는 무엇인가?
살아오면서 한 여러 선택들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기쁨’이었다. 물론 돈, 인기, 명예 다 중요하다. 그런데 무언가를 얻더라도 하는 일 자체에 대한 기쁨을 얻지 못하면 정작 행복하지 않더라. 나의 ‘기쁨’을 기준으로 선택을 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돈, 명예 등 부가적인 것들이 따라올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다.

이번에 뮤지컬 출연을 결심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은 계속 두려웠지만, 결정할 때는 ‘기쁨’에 대한 기대였다. 새로운 도전을 잘 해냈을 때의 성취감이랄까. 물론 준비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안하던 걸 잘 해냈을 때 사람들에게서 오는 좋은 반응, 그로 인한 기쁨이 벌써 기대된다.

얘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것 같다.
그런 것 같다. 일을 열심히 했더니 인정을 받고, 거기에 나아가 사랑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 이게 사실 얼마나 행운인가.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 대중에게 알려진 사람들의 경우는 일을 할 때 노력과 함께 행운도 함께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기쁨과 감사함을 갖고 살아가야 하고. 사실 그래서 평소에 스트레스라는 말을 쓰는 것 자체도 별로 안 좋아한다. 정말 힘들 때는 ‘오늘 좀 피곤하네, 예민하네’ 이런 식으로 순화해서 표현하려고 한다. 이 일이 아무한테나 주어진 기회가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이 넘게 연예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왕관을 견디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스타였기에 쏟아졌던 대중의 관심, 그에 따른 부담 등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물론 좋은 명언이지만 ‘무게를 견뎌라’는 말은 좀 불행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오히려 왕관을 쓰는 행운을 얻은 거 아닐까? 왕관을 쓰는 행운을 얻었고 그 기쁨을 원동력으로 새로운 걸 도전해 나갈 수 있다면 더없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도 사실 많은 실패를 겪기도 하고, 연예계를 떠날까 수없이 고민했던 적도 많았다. 그런데 좀만 다르게 생각해보니 그 왕관의 무게가 주는 묵직함이 더 기분이 좋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 무대에 서는 사람으로서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알기에 부담이 될 때도 있지만, 해냈을 때의 기쁨을 생각하며 일하려 한다.

그렇다면 강타에겐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했던 선택 중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
제일 잘한 선택은 아무래도 가수가 되겠다는 확신을 갖고 무작정 오디션을 보러 다녔던 게 아닐까 싶다. 데뷔할 당시만 해도 아역 연기자를 제외하곤 다들 성인이 되고 나서 데뷔를 했었기에 중학생이 오디션을 보러 다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선생님도, 집안 어르신들, 동네 어르신들도 다들 내게 손가락질만 했었다. 여러 기획사에서도 오디션장에 들어가면 나이를 듣고 다들 집에 가라고 했었고. 그런데도 그때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아무리 뭐라 해도 난 가수를 할 거야’라는 생각으로 지치지 않고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돌이켜보면 어린 꼬마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웃음)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뮤지컬도 강타의 인생에 있어 잘한 선택 중 하나가 될까?
물론 좋은 선택이길 기대하고 있다. ‘기쁨’을 바라보고 선택을 했으니깐. 하지만 아직은 첫 공연도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 건 시기상조인 것 같다. 우선은 최대한 집중해서 첫 공연을 무사히 무대에 올리고, 석 달 동안 공연을 잘 마무리한 뒤에 판단하고 싶다.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을지는 관객들의 평가에 달린 것 같다. (웃음)
 

글 : 이우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wowo0@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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