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대 위 연주자들 (feat. ‘인터뷰’·‘웃는 남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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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웃는 남자'와 '판'까지. 이들 뮤지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무대 위에서 연주자들이 배우들의 감정과 호흡을 함께 느끼며 연주한다는 점이다. 뮤지컬 ‘시카고’나 '오케피'처럼 연주자를 무대 위 중앙에 내세운 작품도 있지만, 다수의 뮤지컬은 연주자 공간을 무대 아래에 두기 때문에 연주자 개개인의 모습은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앞의 세 공연의 연주자들은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객석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연주자들에게 공연에 대한 소감과 몸풀기 방법 등 이모저모에 대해 물었다.
 
<연주자에게 전하는 질문 9>

1.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는데, 그 소감이 궁금합니다.
2. 무대에 오르기 전, 본인만의 몸풀기 방법이 있다면요?
3. 총 몇 곡을 소화하고 있나요?
4. 가장 좋아하는 곡과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5. 이 작품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곡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6. 공연 중 가장 기억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7. 2시간 넘게 진행되는 뮤지컬에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8. 기존 전공했던 작업과 달리 뮤지컬 무대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9. 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뮤지컬 '인터뷰' 강수영 피아니스트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 두 남자의 이야기 '인터뷰'에는 단 한 대의 피아노가 등장한다. 피아노는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때로는 섬세하고 때로는 거칠게 무대 위를 질주한다.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과 내면의 고통이 고스란히 객석의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공연은 9월 30일까지 드림아트센터 1관에서)

1.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뿐입니다. 늘 그렇듯, 사고 없이 공연이 잘 흘러가길 바라고요.
2. 어둡고 조용한 구석을 미리 찜해두었다가 공연 직전 늘 그 자리에서 숨 고르기를 합니다.
3. 'Curtain call'과 'Exit music'까지 스물두 곡 혼자 연주합니다.
4. ‘유서 reprise’를 가장 좋아합니다. ‘가정’에 대한 이 작품의 아픈 주제가 잘 녹아있습니다.
5. ‘맷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극 중 등장하는 다중인격자의 모든 인격들이 총출동합니다.
6. 유난히 힘든 공연을 하고 핸드폰을 딱 봤더니 입금문자가 와 있었을 때가 기억에 남습니다.
7. 허리가 좀 아픕니다. 특별히 힘든 점은 없습니다.
8. 오페라와 비교했을 때 훨씬 세부적입니다. 작품의 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9. 체력관리 잘해서 마지막 공연까지 실수 없이 잘하겠습니다. 무더위 잘 이겨내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고예일 바이올리니스트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한 '웃는 남자' 음악에 특별함을 더한 것이 있다. 바로 '바이올린'이다. 실제로 무대 위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등장. 주인공의 다양한 정서를 표현하며 극의 분위기를 리드하고 스토리에도 깊이 관여한다. 주인공 그윈플렌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구슬픈 바이올린 선율이 가슴을 파고든다. (공연은 8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9월 5일부터 10월 28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1. 매 공연마다 말 그대로 '짜릿한' 순간의 연속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클래식 연주와는 다르게 뮤지컬 '웃는남자' 에서는 무대 왼쪽, 오른쪽, 계단 위, 또는 무대 정중앙 등 이곳저곳을 종횡무진하며 등장하는데요. 제가 연주하는 각 넘버마다 전혀 다른 세트와 조명. 그리고 관객분들의 눈빛과 표정을 느낄 수 있는 정말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가슴 뛰는 순간입니다.
 
2. 배우분들이 목을 풀고 몸을 풀듯이 악기 연주자들은 손을 풉니다. 본격적인 연주 전, 악기와 더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한데요. 저는 우선 스케일(음계) 연습을 천천히 반복하면서 제 손가락의 감각과 소리에 집중하고 뒤이어 제가 작품에서 선보이는 모든 곡들을 맨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로 연주하듯이 차례로 연습합니다. 5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리는 이 과정을 매 공연 전 반드시 거쳐야만이 비로소 무대 위에 오를 준비가 되는 거지요.

3. 총 18곡을 연주합니다. 바이올린은 독주적인 성격이 큰 악기로서 풍부하면서도 화려한 음색이 특징입니다. 등장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한 악기라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동시에 걷거나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작품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4. 1막 초반의 '일단 와'라는 넘버입니다. 깜깜한 무대 위에서 바이올린이 '웃는 남자'의 메인 테마 선율을 기타 반주에 맞춰 집시풍으로 느리게 연주하며 시작되는데요. 세트로 이루어진 막이 걷힘과 동시에 바이올리니스트가 무대 중앙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연주하는 게 특징입니다. 조명이 조금씩 밝아지며 개성 만점의 카니발 사람들이 바이올리니스트를 중심으로 함께 걸어 나오는 그 모습은 어느 다른 뮤지컬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정말 숨 막히게 멋진 순간이거든요.
 
5. 2막 후반부의 그윈플렌이 부르는 '웃는 남자' 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깨달음을 얻은 그윈플렌이 상원 의원들과 조시아나 앞에서 귀족을 나타내는 의상과 가발을 모두 벗어던지며 부르는 이 곡이 저는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극 중 그윈플렌의 감정선 또한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6. 커튼콜 때 관객분들 앞에 나아가 인사를 하고 또 박수를 받는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제게 이렇게 큰 박수와 환호를 주실 줄은, 처음에는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매 공연 커튼콜 때마다, 관객분들께서 저의 연주를, 극 중 악기 연주자를 이렇게 극의 하나로 봐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크게 벅차오르는 순간입니다.
 
7. 각 넘버를 연주할 때마다 저의 기준에 흡족하게 연주되지 않으면 그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넘버 사이사이에 많은 생각에 잠기곤 해요. '이번 곡은 소리의 톤이 불안정했던 것 같은데, 다음 곡은 소리에 더 집중해봐야겠다'라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연주하고 있는 그 순간에는 잡념을 버리고 극에 완전히 집중하여 감정을 담는 것입니다. 더 좋은 연주를 위해서라면 힘들더라도 당연히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 다른 뮤지컬 작품에서도 클래식 연주자로 참여한 적이 있지만 이번 '웃는 남자'는 아무래도 실제 무대 위에서 연주한다는 것이 가장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9. 항상 객석을 채워주시고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박수 속에서 '웃는 남자'도, 그리고 함께하는 배우들, 모든 스태프들의 노고 또한 크게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판' 산받이 역 신광희
 
 
조선시대 이야기꾼 전기수의 낭독의 기술을 전하는 '판'은 야외에서 즐기던 전통연희 방식과 서양음악의 결합이라는 독특한 시도로 주목 받았다.  이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산받이라는 존재이다. 산받이는 배우와 악사의 경계에서 극을 이끌어 가기도 하고, 연기도 하고, 흥을 돋우며 연주와 효과음까지. 작품에서는 없어서는 약방의 감초 같은 존재이다. (공연은 8월 11일 안산을 시작으로 영광, 무안, 고흥, 충주 등 지방투어가 계속된다.)
 
1.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캐스팅보드에 이름을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뜻 깊고 영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좋은 배우들 덕분에 저 또한 악사이면서 배우 신광희로 불릴 수 있었고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은 것 같아 너무 벅찼던 공연입니다.
 
2. 저 같은 경우는 공연 내내 앉아있으니, 몸을 많이 풀기보다는 오히려 ‘무대 위에 오를’ 준비를 했습니다. 특히 무대 오르기 전 하루도 빠짐 없이 공연 5분 전 화장실을 다녀와야만 했어요. 2시간 동안 한자리에 앉아 있어야 해서 화장실 갈 수가 없었으니까요.

3. 추임새와 악기연주 그리고 전자패드 연주까지 하고 연주가 없을 때는 제 나름대로 안무도 따라 추었으니 모든 곡을 참여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산받이가 중점적으로 연주하는 것은 장구이지만,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백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북소리입니다. 북소리는 MR이 아니라 직접 전자패드로 연주하는 것이고요. 저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음악감독님의 리드에 따라 함께 호흡을 맞추고 눈빛을 주고 받으며 2시간 동안 연주를 진행합니다.
 
4. '줄 위에 설 때면'이 가장 좋습니다. 줄타기 소녀에 대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덕이의 상황과 마음을 담고 있는 것 같아 항상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아요. 노래 덕분에 저는 덕덕이(덕이 덕후)가 됐습니다. 관람 팁을 하나 드리자면 달수가 인형 놀이를 할 때 그걸 바라보는 덕이의 모습을 보는 것도 곡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랍니다.
 
5. 아무래도 국악적 요소가 많이 곁들여진 ‘새가 날아든다’를 손꼽을 수 있습니다. 뮤지컬이라고 하지만 특히 ‘새가 날아든다’는 연희의 양식을 차용해서 극을 클라이맥스까지 다다르게 하는데 그것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 같아요. 특히 전통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 곡에서는 남다른 뿌듯함이 있습니다.
 
6. 지난번 끝난 서울 마지막 공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마지막 공연이라고 해서 무대에서 우는 성격이 아닌데 그날 이상하게 많이 울었거든요. 아마도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울컥하는 모습에 저도 마지막 대사를 못 할 만큼 마음이 동요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는 울컥이 아니라 펑펑 울었습니다.
 
7. 앞서 말했듯이 자리에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조명 때문에 덥고 땀도 많이 나고, 목이 마르니 물을 마시게 되고. 그런데 화장실은 갈 수 없으니 그 상황이 제일 힘들었어요.
 
8. 뮤지컬은 배우, 춤, 노래, 음악이 있는 복합예술이라는 것. 거기에 좋은 ‘작’이 더해진다면 가장 생동감 있고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르라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런 장점 때문에 관객들 역시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9. 좋은 공연과 좋은 배우도 관객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회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들이 들어가도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뼉 쳐주실 때 항상 감동이었습니다. 많이 부족했지만, 신광희라는 산받이를 많이 예뻐해 주시고 관심 가져주신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합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인스타그램 jiiieun__223, EMK뮤지컬컴퍼니, 정동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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