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 “난 평범한 사람…녹초 될 때까지 움직이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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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2년 전 <싱잉인더레인> 연습실에 취재차 갔을 때 봤던 그의 모습이다. 그날 누군가가 그의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고 귀띔했던 것 같은데, 규현은 얼핏 봐도 창백한 얼굴로 그야말로 온 힘을 다해 안무를 연습하고 있었다. 좀 적당히 움직여도 될 법한데, 누가 카메라로 찍고 있는 것도 아닌데, 온 몸이 안쓰러울 만큼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때의 기억은 소위 ‘아이돌 출신’에 대한 편견을 상당부분 덜어주었고, 최근 <베르테르><모차르트!>로 이어지는 행보에도 별다른 걱정 없이 그의 무대를 기대하게 해주었다.
 
지난 11일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규현에게 당시의 기억을 이야기하자 그는 “그냥 땀이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게 쏟아지는 엄격한 눈초리 속에서 벌써 5년째 나날이 성장해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대답은 그저 겸손의 말일 것이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라 말하는 규현은 그렇듯 꾸준하고 끈질긴 노력으로 그토록 꿈꾸었던 <모차르트!> 무대에 올라 있었다.

Q 예전 <그날들> 공연할 때 인터뷰에서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작품 두 개가 있다”고 했어요. 혹시 <모차르트!>가 그 중 하나였나요?
네, 맞아요. <모차르트!>를 아마 재연 때 처음 봤던 것 같아요. 그리고 2014년에도 봤는데, 그때 작품에 너무 흠뻑 빠져버리게 됐어요. 처음엔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까지는 아니었는데 2014년 공연을 보고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거든요. 어디서 이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모차르트!> 넘버를 4천 번을 넘게 들었다는 얘기가 있던데 그건 모르겠고(웃음) 2년 동안 매일 들었으니까 많이 듣긴 했죠. 올해 <모차르트!>가 올라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좋았어요. 공연을 보러 갈 생각에. 근데 직접 하게 돼서 너무 좋았죠.

Q 어떤 노래가 특히 좋았나요?
일단 <모차르트!> 주요 넘버 세 곡이 있잖아요. 그 노래들, 특히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가 가장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게 좋아서 듣기 시작했다가 골고루 다 들었고, 모차르트의 넘버 외에도 난넬의 노래나 워낙 유명한 ‘황금별’도 좋고. 전체를 다 좋아하게 돼서 꼭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Q 출연하고 싶던 작품인데 막상 연습해보니 어땠어요.
제가 알고 있는 주요 넘버 외에도 할 게 많아서 그 부분이 힘들기도 했어요. 워낙 모차르트 캐릭터 자체가 까불까불하고 조금 정신이 없는 인물이잖아요(웃음). 제가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고 그런 성향도 아니라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게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만 부르고 사라지고 싶은데 그 외에도 너무나도 할게 많았어요. 

Q 그런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일 것 같아요. 
네. 진짜 막 다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는데, 같이 모차르트 역을 맡은 배우들이 하나가 돼서 서로 도와줘서 참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4월부터 해외 투어를 도느라고 계속 한국과 일본을 왔다 갔다 했는데, 일본에서 투어를 하고 돌아오면 어느새 진도가 이만큼 나가있는 거에요. 그땐 너무 걱정이 많이 됐어요. 분량이 방대하다 보니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게 목 관리인데, 투어도 하고 연습도 하다 보니 목이 너무 많이 상하고 안 좋아지는 거에요. 그런 부분도 힘들었는데 다행히 동석이랑 지훈이 형이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잘 할 수 있었죠.

Q <싱잉인더레인> 때 땀을 엄청 흘리면서 연습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냥 땀이 많아요(웃음). 그리고 평소에 운동을 안 해서 그럴 때 일부러 되게 격렬하게 움직여요. 설렁설렁 안 하고. 공연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여기서 내가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좀 오버해서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야 살도 빠지니까(웃음). 녹초가 되긴 하는데, 그런 게 좋아요. 녹초가 되는 게.
 
Q 코이케 슈이치로 연출이 “규현의 모차르트는 멜랑콜리하고 신비로운 인물”이라고 말했어요. 규현 씨가 표현하려고 했던 모차르트는 어떤 인물인가요?
연출님은 저한테 계속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2막 후반부, 절정으로 향해 가면서 고뇌하고 죽어가는 천재 모차르트의 모습은 너무 괜찮다, 그런데 1막 초반 모차르트의 개구쟁이 같은 모습, 천방지축에 아이 같은, 천재들이 갖고 있는 알 수 없는 움직임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천재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어요. 사실 연예인들 중에 그렇게 독특한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은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하나를 많이 연구했어요. 우리 멤버들(슈퍼주니어)도 큰 도움이 됐고요.

Q 어느 멤버의 어떤 모습을 참고했나요.
헨리(슈퍼주니어-M)라는 친구가 있잖아요. 옆에서 봤을 때 언어적, 음악적 재능이 되게 뛰어난 친구인데, 아마도 모차르트와 가장 흡사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안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여성들과도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자유분방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헨리 생각을 많이 하면서 참고했어요.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최대한 표현해내려고 했죠.

Q <모차르트!>에는 모차르트와 여러 인물의 갈등관계가 있잖아요. 대주교, 아버지, 콘스탄체 등. 어떤 상황에서 가장 감정이 괴로운가요.
공연을 보는 입장이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 모차르트가 무너져 내려가는 과정이 가장 많이 가슴에 와 닿는 것 같아요. 눈물도 정말 많이 나고. 개인적으로 그렇게 무너져 내리고 죽음으로 치달을 정도의 고통에 휩싸여 가는 상황이나 감정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특히 <베르테르> 이후로 그렇게 약간 우울하고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더 좋아진 것 같아요. 

Q 그런 감정에 빠져 있으면 무척 힘들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좋은 거에요?
제가 밝은 작품을 많이 하다가 <베르테르>를 하면서부터 감정이 많이 슬퍼졌는데, 그때 여러 가지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연기적으로도 조광화 연출님께 굉장히 많은 걸 배웠거든요. 지금은 아니지만 그 당시 많이 우울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무대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에 희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극중 울어야 하는 장면에서 과거에 내가 슬펐던 일을 떠올리면서 울었다면, <베르테르> 이후부터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누군가를 가질 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정말 그 상황 속에서 우는 거에요. <모차르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요. 예전의 저였다면 극중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서 그 상황 때문에 우는 게 아니라, 내 옛날 슬픈 일들을 생각하면서 울었을 거에요. 울어야 하니까. 근데 요즘에는 정말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에 대한 슬픔을 느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 게 재미있어요.

Q 연기에 접근하는 방법 자체가 달라진 거네요.
네. <그날들>을 할 때부터도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는데 <베르테르> 때 가장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그때 같이 했던 선배님들이 엄기준, 조승우 선배님이어서 보고 배운 것도 워낙 많았고.
 
Q <베르테르>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규현이 이렇게 잘했어?’하는 평이 종종 들려와요. 스스로도 전보다 나아졌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끼나요.
그런 뿌듯함은 없고, 이제 와서 <모차르트!>라는 작품을 하게 되길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만약 아무것도 몰랐을 때 이걸 했다면 그때만의 풋풋함 같은걸 잘 표현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하게 되길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여러 가지를 많이 배우고 경험한 이후에 하게 돼서.

Q 뮤지컬은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이잖아요. 그런데도 이렇게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데, 규현에게 뮤지컬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여러 가지 활동을 병행하면서 활동하다 보니 힘든 부분이 있긴 해요. 그래도 제일 좋은 건 공연할 때 무대에서 정말 재미있거든요. 처음 보는 작품이든, 제가 출연했던 작품이든 공연을 보러 다니면 ‘아, 나도 무대에 올라가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커요. 무대에서 공연할 때 느끼는 희열이 좋아서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들이 공연하고 있으면 ‘아, 언젠가 나도 저거 해야지’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거든요.

Q 뮤지컬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되게 큰 목표일 수도 있는데, 캐스팅 보드에 규현이라는 사람이 있을 때 ‘아, 이건 봐도 돼, 볼만 해’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무조건 봐야겠다’까지는 아니라도 ‘이 배우는 피해가지 않아도 돼, 괜찮은 배우야’하는 생각까지는 하게 만드는 배우요. 아직 거기까지는 다다르지 못한 것 같아서, 계속 노력해나가야죠. 제가 후기 같은 걸 많이 찾아보는 편이에요. 안 좋은 평도 찾아보고. 근데 그런 평이 있더라고요. 뮤지컬을 많이 보시는 분 같은데, 제가 캐스팅에 들어가 있으면 ‘아이돌이야, 너무 싫어’하고 한 번도 안 보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게 좀 속상하죠. 보시고 욕을 하시면 괜찮은데 안 보고 욕을 하시는 게 좀 아쉬워요. 그런 상황에서 관객 분들이 피해가지 않을 수 있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험이 가수로서 감정을 표현하거나 앨범 방향을 기획하는 데도 영향을 주나요?
큰 영향은 없는데요, 이렇게 뮤지컬을 하면서 몰랐던 감정들도 알게 되고, 그런 경험이 노래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데는 좋죠. 어떻게 보면 슬플 때 더 슬퍼지는 법을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는 것 같아서, 그런 면을 이용하기도 해요.

Q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와 가수로서 노래를 할 때 창법도 다르죠? 
저는 잘 몰랐어요. 근데 이번에 늘 녹음하던 녹음실에서 <모차르트!> 넘버를 부르는데 저를 10년 가까이 봐오셨던 분이 제가 가요 부를 때랑 너무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네가 아닌 줄 알았다고. 아예 창법 자체가 바뀌는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바뀌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냥 부르는 거니까. 그 분이 저한테 다행이라고 하더라고요. 뮤지컬을 하면서 창법이 바뀌는 가수 분들이 많은데, 저는 가요 부를 때와 뮤지컬을 할 때 전혀 달라서 다행이라고.

Q 작년에 슈퍼주니어 멤버 려욱 씨가 뮤지컬에 이어서 연극(<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에도 도전했어요.
네. 공연을 봤는데 너무 좋았어요. 려욱도 어떻게 보면 특이한 아이거든요. 그래서 그 역할과 잘 어울렸어요. 천재적이고 독특한 면이 있는 인물이라서.

Q 나중에 연극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어요?
아뇨(웃음). 전 노래하는 게 좋아요. 연극을 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쯤 저기서 노래 한 곡 해주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아, 저쯤에서 저 울분을 노래하면서 나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난 뮤지컬이 더 맞는구나 싶고. 제가 대학로에서 하는 코믹 연극을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몰래 예매해서 뒷자리 가서 보곤 하는데, 그런 연극을 볼 때도 갈등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러면 ‘아 저기서 노래 하나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웃음). 전 연극보다 음악이 있는 게 좋아요.
 
Q <라디오 스타>에선 독설을 던지는 역할도 맡고 있지만, 그래도 규현, 하면 기본적으로 예의바르고 부드러운 남자라는 이미지가 있어요.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는지.  
전 그냥 10년째 밀고 있는 ‘훈남 선배’ 이미지가 좋아요. 작품에서 다른 시도는 많이 해보니까요. <모차르트!>만 해도 제 팬들은 ‘내가 알던 그 규현이 맞아?’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저렇게 훈내만 날 것 같은 애가 양아치 같은 행동도 하네’하고 많이 놀라시더라고요. 뮤지컬 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으니까 딱히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예를 들면 서현(소녀시대) 같은 아이는 정말 아침에 명상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요. 책만 보고, 고구마 좋아하고 그런 이미지. 그 아이는 정말 깨고 싶을 것 같은데(웃음) 사실 저는 그렇게 갇혀 있는 이미지도 아니고, 은근 사람들이 저를 반듯하게만 보고 있지는 않아서 큰 부담은 없어요.
 
Q <모차르트!> 프레스콜 때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주위 천재들의 모습을 참고했다”고 했어요. 자신은 그냥 평범하다고 생각하나요. 
원래 제가 회사(SM엔터테인먼트)를 대학 들어간 다음에 들어갔거든요.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가 되게 특별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학교에서 밴드 보컬도 했고, 반 회장도 했고, 리더를 맡아서 애들을 이끌고, 유명했으니까요. 그래서 내가 특별한 사람인가 생각했는데, 연예계에 들어와서 저희 멤버들과 다른 사람들을 보니까 저는 그냥 너무 평범한 사람인 거에요. 연예계에서 만나게 된 배우나 가수들, 개그맨들을 보면 정말 특출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그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더라고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요.
 
예전에 저희 멤버들끼리 우스개소리로 ‘미친놈 순위’를 매긴 적이 있어요. 거기서 제가 꼴등을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제일 평범하다는 얘기죠. 저는 제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이 엄청난 천재들이 있는 곳에서 잘 해나가려면 진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도 어떤 걸 하든지 그렇게 임하고 있고요.
 
Q 반대로 이건 나만의 것,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재능이나 자산을 꼽는다면요.  
흔히 옆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흔한 남자 같은 모습? 뭐라고 해야 하지? 예를 들면 저는 정말 평범하게 살거든요. 지금도 친구들이랑 맛집 찾아가고, 매니저랑도 <삼대천왕> 같은데 나오는 음식점 가서 줄 서서 먹고 ‘맛있어~’ 하면서 지내요. 너무 평범하죠. 다른 연예인들처럼 안 살고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요. 그런 친근함? 이걸 친근함이라고 할 수 있나? 모르겠어요. 굳이 꼽는다면 평범함? 장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Q 앞으로 그리는 30~40대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제 올해로 서른이 됐는데, 한 10년 뒤의 일을 생각해보면…결혼은 왠지 2년 전쯤 서른 여덟 살에 했을 것 같고, 그때도 열심히 뮤지컬을 하면서 하고 싶은 노래를 하는 사람이 돼있지 않을까요. 전 그냥 보통 남자입니다(웃음).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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