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 리뷰,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유준상의 바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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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사기꾼이니까요”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스스럼없이 소개하는 이 남자는 바로 쇼 비즈니스에 능하다고 알려진 실존 인물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이다. 지난 7일 개막한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은 휴 잭맨 주연의 동명 영화의 원작 작품이라는 점과 실존 인물의 부정적인 평가, 뮤지컬과 서커스의 만남, 수중 포스터 촬영, 주연 배우의 군 입대 등 개막 전부터 여러모로 화제에 올랐다.

이 작품은 훗날 자신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젊은 사업가 아모스 스커더에게 공연 제안서를 들고 찾아가는 바넘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쇼가 삶의 전부인 바넘은 “모든 쇼 비즈니스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법이야" 같은 극 중 대사처럼 철저히 사업가의 마인드로 아모스와 함께 아메리칸 뮤지엄을 운영한다. 바넘의 독특한 사업 수완 덕분에 서커스 공연은 성공하고 그는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

단순한 배경으로 쓰인 서커스, 단편적인 캐릭터는 아쉬워
뮤지컬 ‘바넘’은 본격적인 뮤지컬과 서커스의 만남을 다뤘지만, 서커스는 단순한 배경으로 쓰여 아쉬움이 남았다. 불 쇼, 앵무새를 이용한 쇼, 천장에 매달린 채 줄에 의지해 내려는 묘기는 그 자체로 화려한 볼거리이지만 그 장면이 눈에 띄게 연출되지 않았다. 쇼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2층 회전무대만으로 대극장을 채운 것도 빈약한 모습을 주었다.

또한 주인공 바넘의 말장난 같은 대사는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보다는 한없이 가벼움의 연속이었다. 사업가로서의 진지한 고민이나 성찰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2막에서 사업을 그만두고 정치가로 변신하는 그의 모습이 맥락없이 진행된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와 찰떡궁합 유준상, 신델라, 김유남
올해 나이로 쉰 살의 유준상은 바넘 역에 잘 맞은 옷을 입은 것처럼 찰떡궁합이다. 언제나 긍정적이며 열정이 넘치는 바넘은 실존 인물이 아니라면 그를 주인공의 롤모델로 쓰지 않았을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또한 최근 뮤지컬 무대에 오페라 스타들이 무대에 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극 중 미국 순회 공연을 펼치는 오페라 가수 제니 린드 역의 신델라 또한 실제 인기 성악가다. 그녀는 풍부한 성량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좌중을 압도하고, 비중 있는 역할로 바넘과 아모스 사이에서 사랑을 노래하며 깨알 같은 연기로 객석에 웃음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키가 작은 남자로 바넘에 의해 무대에 오르게 되는 톰 썸 역의 김유남은 일반 배우와 다를 것 같다는 편견을 깨며 퍼포머로 충실히 제 역할을 해내 눈길을 끌었다.

대중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쇼맨이란 직업을 가졌던 바넘이 훗날 그의 실화를 가지고 공연이 제작될 것을 알았다면 그는 자신을 어떻게 포장하고 광고했을까?  "사기는 나쁜 것이 아니야" 라며 유려한 말솜씨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공연을 보고 나오며 내내 그런 궁금증이 들었다.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은 오는 10월 2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스토리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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