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어린이 뮤지컬 성공 비결 1편 - 캐리와 번개맨

  • like5
  • like5
  • share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이 ‘뽀통령’ 신드롬을 일으킬 즈음이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어린이 콘텐츠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에만 열광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카봇, 터닝메카드, 번개맨, 캐리 등 국산 캐릭터들의 전성시대가 되었다. 국산 캐릭터들의 인기는 다른 장르의 콘텐츠 사업으로도 이어져 인기 캐릭터를 앞세운 어린이 뮤지컬들이 제작됐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벌써 다섯번째 시즌으로 공연 중인 뮤지컬 <번개맨>시리즈는 지난 2012년 초연 이후 만 4년 만에 누적관객 70만명을 돌파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터닝메카드>, <헬로 카봇>등의 어린이 뮤지컬도 인터파크 티켓 예매 랭킹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처럼 '대박'이 난 어린이 콘텐츠와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뮤지컬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 나름의 치밀한 시장 분석과 아동발달학적 접근이 성공의 밑바탕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원작의 성공 키워드 #아이컨택 #신뢰 #새 장난감 로망

만 0세에서 5세까지의 우리나라 영유아들은 하루 평균 3시간 동안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언가를 '보면서' 노는 시간이 길다는 것은 부모, 혹은 친구와의 상호 작용 대신 혼자 노는 시간이 길다는 의미와 같다고도 볼 수 있다.

맞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혼자 놀게 되었든, 스스로 원했든 요즘 아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혼자 노는 시간이 길어진 셈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유튜브 영상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속 '캐리'는 매력적인 친구다.

 

먼저 캐리는 아이들과 안정적인 구도 속에서 아이컨택을 유지한다. 제작사 캐리소프트의 설명에 따르면 아이들이 캐리가 자신을 직접 쳐다보고 있다고 느끼게 되는 구도와 눈높이를 수 차례 실험 끝에 찾았다고 한다. 아이들이 TV를 볼 때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경우가 많지만, 스마트 기기는 내려다보는 경우가 많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내려다볼 때의 각도에서 가장 편안한 느낌으로 촬영됐다. 이렇게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은 캐리와 단 둘이 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캐릭터에 대해 호감을 갖기 시작한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매일 업로드 되며, 매회 새로운 장난감이 등장한다. 방금 사 준 장난감에도 쉽게 질리는 아이들에게 새 장난감을 들고 나타나 조립도 척척 해주고 다정하게 말 걸어주는 캐리는 스타가 될 수밖에 없다. 
 
뮤지컬의 성공 키워드 #캐리 #쇼 중심 #관객 참여

뮤지컬로 만들어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는 마법사에게 납치당한 캐리를 장난감 친구들과 어린이 관객이 힘을 합쳐 구해낸다는, 유튜브 영상시리즈와는 관련 없는 스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가 달라지고 컨셉이 상이해도 큰 지장은 없다. 이미 아이들이 푹 빠진 캐리의 등장 자체가 가장 큰 흥행요소이기 때문이다. 화면으로만 만나던 스타를 직접 만나는 것은 어른에게나 어린이에게나 짜릿한 경험이다.

뮤지컬 제작사 유진엠 측은 “연령별 발달 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스토리를 잘못 설정하면 영아에게는 어려운 공연, 어린이에게는 유치한 공연이 될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공연은 스토리 중심보다 쇼 중심으로 기획됐다. 화려한 의상과 안무, 따라 하기 좋은 쉬운 멜로디, 대형 LED 배경까지 뮤지컬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은 볼거리 많은 쇼 뮤지컬의 면모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체험성도 이 뮤지컬의 중요한 성공요소다. 캐리를 구하려면 꼭 해결해야 하는 ‘미션’을 어린이 관객들에게 부여해 참여도를 높였고, ‘객석 중계’ 코너로 아이들이 캐리와 직접 대화하게 했다. 뮤지컬을 통해 강화된 캐리와의 유대감은 원작 영상에 대한 지속적인 시청으로 이어진다. 선순환 구조인 셈이다.
 
원작의 성공 키워드 #실사판 #꾸준한 팬덤 구축 #교육적 메시지

어린이 콘텐츠 시장에는 수많은 인기 캐릭터가 있지만 의외로 실사판 영웅물은 많지 않다. 코코몽, 폴리, 카봇, 또봇 등 최근 인기를 끈 캐릭터 중 영웅 컨셉을 가진 캐릭터는 많다. 하지만 모두 애니메이션이다. 번개맨의 강점 중 하나는 실사판 영웅이란 점이다. 제작사 힘컨텐츠의 윤현진 대표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처럼 직접 만지고 대화하고 응원할 수 있는 살아있는 영웅에 더욱 애정을 갖는 경향이 있다”며 실사판 영웅의 강점을 분석했다. 

번개맨은 지난 2000년 E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의 한 코너로 출발한 캐릭터다. 어린이들만을 위한 영웅 번개맨은 벌써 16년째 악당 나잘난과 더잘난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주고 있다. <뽀뽀뽀>의 뽀미언니나 < TV유치원 하나 둘 셋>의 하나 언니 같은 장수 캐릭터가 사라진 자리를 번개맨 혼자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누군가와 친해지는 데에 꾸준히 곁을 지키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드물다. 번개맨이 누리는 지금의 인기는 16년 동안 어린이들에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폭력적인 장면이 난무하는 일본 영웅물들과는 달리 번개맨은 EBS 프로그램 특유의 ‘올바른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모든 대사에 정확한 표준어를 사용하고 악을 응징할 때도 싸움을 최소화 한다. 아이들이 보는 콘텐츠들에 대한 선택권을 쥐고 있는 부모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다. 번개맨의 인기는 해외로도 뻗어나가 베트남, 중국에 포맷 수출이 완료된 상태다.
 
뮤지컬 성공 키워드 #압도적 오프닝 #라이브 실력

뮤지컬 <번개맨>시리즈에는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 수식어가 허풍 섞인 홍보문구에 그쳤다면 번개맨이 다섯 번째 시즌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을 것이다. 제작사 힘컨텐츠는 “제작비 중에 시각효과, 영상, 세트 제작에 투자되는 예산의 비중이 가장 크다”며 매 시즌 공연마다 무대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첫 번째 시즌 <번개맨의 비밀>은 화려한 레이저 쇼로 출발했다. 세 번째 시즌 <스페이스 번개맨>에서는 거대한 우주선이 나왔고 그 다음 시즌 <번개맨과 비밀의 문>에서는 무대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비밀의 문’이 등장해 아이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 공연을 앞둔 <번개맨과 신비의 섬>에는 열기구 형태의 배가 등장한다. 하늘을 나는 배를 타고 신비의 섬으로 향하는 장면으로 오프닝을 장식하면서 어린이 관객들을 압도한다는 계획이다. 성인대상 공연이나 어린이 공연이나 초반에 관객을 압도하는 ‘한 방’은 극에 대한 인상을 크게 좌우하기 마련이다.
 

<번개맨>도 엄연한 뮤지컬인 만큼 배우의 가창력과 안무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초대 번개맨으로서 13년 동안 ‘번개 파워!’를 외쳤던 서주성은 물론, 2대 번개맨 서지훈도 실력파 뮤지컬 배우다. <내사랑 내곁에>, <원효>, <잭 더 리퍼>등에 출연하며 10여 년 동안 성인 뮤지컬에 출연해 온 서지훈은 절도 있는 안무와 흔들리지 않는 가창력으로 어린이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2014년 번개걸이 등장한 후부터는 여자 어린이들도 번개맨의 팬 층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번개맨의 팬덤은 지금도 성장 중인 셈이다.
 

오는 7월 23일 개막하는 <번개맨과 신비의 섬>은 이번 달 내내 인터파크 티켓 예매 랭킹(아동 가족부문) 1,2위를 다투고 있다. 번개맨은 현재 우리나라 어린이 공연계의 명실상부한 최강자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글: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캐리소프트, 힘컨텐츠 제공


▶ 대박 난 어린이 뮤지컬 성공 비결 2편 - - 카봇과 터닝메카드, <아빠! 사랑해요> 보러 가기 ◀
 

[ⓒ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공연

#다른 콘텐츠 보기

가장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