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작품” 기발한 상상력 & 따스한 감성 어울린 ‘마틸다’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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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객들이 만나고 싶어했던 웨스트엔드의 화제작, 뮤지컬 ‘마틸다’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지난 12일, 프리뷰 공연을 마치고 본공연 무대를 앞둔 뮤지컬 ‘마틸다’의 배우들은 이날 오후 LG아트센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꿈에 그리던 작품에 오르게 되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쁘다”며 입을 모았다.

뮤지컬 ‘마틸다’는 로알드 달의 동명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 RSC)가 뮤지컬 '레미제라블' 이후 25년 만에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7년의 연구와 개발 작업 끝에 201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된 이 뮤지컬은 올리비에상에서 베스트 뮤지컬상 등 7개 부문을 석권했고, 이어 브로드웨이에도 진출, 토니상 극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간 영국, 미국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에서 공연됐던 뮤지컬 ‘마틸다’는 이번 서울 공연으로 처음 비영어권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이번 공연은 그간 뮤지컬 ‘시카고’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와 연극 ‘레드’ 등 탄탄한 작품들을 선보여온 신시컴퍼니가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선보이는 무대이기도 하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이날 프레스콜에서 창단 30주년 기념작으로 ‘마틸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연극적 형식이 굉장히 특이하고 강렬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아역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작품인데, 다행히 ‘빌리 엘리어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게 작업했다”고 전했다.
 
이날 마틸다 역의 아역배우 4명을 포함한 전 출연진은 ‘미라클(Miracle)’ ‘노티(Naughty)’ 등 여섯 곡의 넘버와 해당 장면을 선보였다. 지혜롭고 용감한 소녀 마틸다는 자신을 ‘독서충’이라 부르며 구박하는 부모와 아이들을 괴롭히는 못된 교장 트런치불에게 맞서 조금씩 주변 세상을 바꿔나간다. 마틸다 역 배우들은 긴장한 기색 없이 야무진 모습으로 무대를 이어갔고, 트런치불 역의 김우형과 최재림, 마틸다의 엄마 역 최정원 등 성인 배우들이 펼치는 익살스런 연기도 극을 탄탄히 뒷받침했다. 가사와 무대, 음악 곳곳에 넘치는 발랄하고 동화적인 감성이 공연 내내 보는 이의 따스한 미소를 이끌어냈다.
 
“아역배우들이 굉장히 혹독한 연습 기간을 거쳤다. 노래, 춤, 연기 연습과 함께 발성과 발음을 지도받았고, 러시아어, 아크로바틱, 대본 수업도 받았다. 아이들이 그 과정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600여 명이 참가한 오디션에서 최종 선발된 ‘마틸다’의 아역 배우들은 8개월에 걸친 오디션을 시작으로 10주간의 연습과 5주간의 무대 리허설, 4주간의 무대 셋업 등을 통해 완벽한 무대를 준비했다. 해외 협력 연출 닉 애쉬튼(Nik Ashton)과 함께 그간의 연습을 이끌어온 국내 협력 연출 이지영은 아역 배우들의 연습 과정을 위와 같이 설명하며 “그 모든 과정을 다 견디고 이 자리까지 와준 아이들 모두가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황예영, 안소명, 이지나, 설가은 등 마틸다 역 배우들은 그간 느꼈던 긴장과 걱정을 토로하면서도 앞으로의 무대에 대한 당찬 각오를 밝혔다. 러시아어 수업이 가장 어려웠다는 안소명은 “성인 배우들이 연습실에서보다 무대에서 더 잘 하셔서 많이 놀랐다. 우리가 실수했을 때 하트도 날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힘이 났다. 앞으로도 같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후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황예영은 "다른 친구들은 뮤지컬을 해봤거나 학원을 다녔거나 여러 대회를 나가봤는데, 나는 하나도 해보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친구들이 잘한다고, 괜찮다고 해줘서 처음에 ‘0’이었던 자신감이 많이 채워졌다”며 뜻깊었던 연습 과정을 전했고, “처음 '미라클' 넘버를 부를 때 많이 떨렸는데 그 다음부터는 자신감이 붙어서 생각보다 많이 안 떨고 잘 한 것 같다”고 프리뷰 공연을 돌아본 이지나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네 명중 가장 막내인 설가은은 프리뷰 공연에 대해 “무대에 첫 발을 올렸을 때 발이 달달 떨리면서 ‘잘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마구 뒤엉켰다. 막상 무대에 오르니까 젠가 게임을 할 때 조각이 하나씩 빠지는 것처럼 아무 생각이 안 났다”는 생생한 표현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악독한 교장 트런치불 역의 김우형과 최재림, 마틸다의 엄마 미세스 웜우드 역의 최정원과 강웅곤, 미스터 웜우드 역의 현순철과 문성혁, 어른들 중 유일하게 마틸다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도우려 애쓰는 교사 허니 역의 방진의와 박혜미 등 성인 배우들의 연기도 ‘마틸다’의 빼놓을 수 없는 기대 요소다.
 
최재림은 아역 배우들과의 연기에 대해 “애드립이나 실수 없이 항상 같은 연기를 해야 해서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아역 배우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내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한다”고 전했고, 김우형은 “아이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빠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역할이기 때문에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일부러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웃음을 지었다. 
 
“꿈에 그리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무대에서 하고 있어 행복하다”는 최정원은 “소풍을 앞둔 소녀처럼 빨리 공연을 하고 싶은 작품이다. 위트와 감동이 있는 블랙코미디이고,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게 되는 작품이라 내가 도리어 공연을 하면서 치유를 받는다. 많이들 오셔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을 받아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끝으로 해외 협력 연출 닉 애쉬튼은 이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짚었다.
 

"마틸다의 노래 가사 중에 '쪼끄맣고 힘이 없다고 해도 조금만 힘을 내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의 ‘쪼끄맣다'는 것은 나이가 어리거나, 사회적 계급이 낮거나, 자존감이 낮거나 등 다양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쪼끄만 사람이라고 해도 아주 많은 걸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닉 애쉬튼은 “’마틸다’는 우리의 삶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우리 모두가 각자의 인생 이야기를 스스로 바꿀 수 있고 써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이 메시지는 전세계 어느 관객들도 공감할 것”이라며 작품이 가진 보편적인 힘을 강조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따스한 응원과 감동을 주는 작품, 기발하고 재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뮤지컬 '마틸다'는 내년 2월 1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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