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공연계 여성파워? 여성 배우들의 활약 기대되는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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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에서 ‘여성 파워’가 커지고 있다. 남성 중심 서사가 다수 작품을 차지해온 데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한 편으로 치우친 지형을 바로잡는 시도이니, 엄밀히 말하면 ‘여성 파워가 커진다’기보다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하는 것은 물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유한 여성 배우들의 존재다. 올 겨울, 여성 배우들의 활약이 특히 기대되는 작품들을 모아봤다. 

오직 여성 배우들이 이끄는 무대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

성수동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우란문화재단이 개관 후 첫 작품으로 선보이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10.24~11.12 우란문화재단)’는 여자 배우들만 등장하는 공연이다.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뮤지컬은 1930년대 스페인 안달루시아를 배경으로 권위적인 여성 가장 베르나르다 알바가 이끄는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겉보기에 완벽히 통제되는 듯한 이 집안은 저마다 다른 욕망을 품은 다섯 딸과 정신병을 가진 할머니, 속을 알 수 없는 집사와 하녀들의 은밀한 동요 끝에 서서히 파국으로 치닫는다.
 
특히 이 작품은 다양한 무대를 오가며 든든한 신뢰를 쌓아온 실력파 여배우들의 참여 소식으로 관객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정영주, 황석정, 이영미, 정인지, 김국희, 김환희, 김히어라, 전성민, 백은혜, 오소연 등 10명의 여성 배우가 모두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이들은 앞서 공개된 캐릭터 포스터에서 저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기대를 높였다.
 
남녀 배우가 한 역할을? ‘젠더 프리’ 캐릭터 주목
뮤지컬 ‘광화문연가’, ‘더 데빌’

올해 공연계에서는 ‘젠더 프리(Gender-free)’ 캐릭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배우가 자신의 성별에 관계없이 맡을 수 있는 캐릭터로, 연극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뮤지컬 ‘트레이스 유’, 창극 ‘적벽’ 등에서 남녀 배우가 같은 역할을 맡거나, 기존에 남성 배우들이 연기해온 역할을 여성 배우가 맡아 소화하며 영역을 넓혔다. 

내달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광화문연가’(11.2~2019.1.20 디큐브아트센터)와 ‘더 데빌’(11.7~2019.3.17 두산아트센터 연강홀)도 다시금 그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2015년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헤롯왕 역에 여성 배우를 캐스팅해 ‘젠더 프리’를 시도했던 이지나 연출은 지난해 ‘광화문연가’ 초연 당시 인연을 관장하는 신 월하 역에 남녀 배우를 함께 캐스팅했고, 이는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올해는 지난 시즌 지방투어에서 합류했던 구원영이 김호영, 이석훈과 함께 월하 역을 맡아 색다른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지나 연출이 이끄는 또 다른 뮤지컬 ‘더 데빌’도 세 번째 무대로 돌아오며 혼성 캐릭터를 시도한다. 초·재연에서 남성 배우들이 연기했던 ‘X’ 캐릭터에 차지연이 남성 배우들과 함께 캐스팅된 것이다. 이 공연에서 ‘X’ 캐릭터는 빛을 상징하는 ‘X화이트’와 어둠을 상징하는 ‘X블랙’ 등 두 명인데, 차지연은 두 캐릭터를 모두 맡아 회차별로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차지연은 “여배우이기 때문에 선보일 수 있는 새로운 매력을 찾겠다”는 당당한 포부를 밝히며 차별화된 무대를 예고했다.  
 

여성 캐릭터의 삶에 초점 맞춘
연극 ‘인형의 집’과 뮤지컬 ‘엘리자벳’도

페미니즘 희곡의 효시로 꼽히는 헨릭 입센의 대표작 ‘인형의 집’(11.6~25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개막을 앞두고 있다. 아내이자 주부로서의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던 주인공 노라가 자신이 남편의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집을 나가는 과정을 그린 이 희곡은 여성해방 운동에 큰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 오늘날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큰 울림을 전할 전망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킬 미 나우’ 등에 출연했던 정운선이 주인공 노라를 맡아 이기돈, 김도완, 우정원 등과 호흡을 맞춘다. 
 

내달 중순 무대로 돌아오는 뮤지컬 인기작 ‘엘리자벳’(11.17~2019.2.10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도 여성 캐릭터의 삶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의 삶을 재조명한 이 공연은 엘리자벳이 발랄한 유년기를 거쳐 불행한 결혼생활과 궁정의 암투, 비운의 사고를 겪으며 죽음의 유혹과 싸우는 과정을 오롯이 그려낸다. 올해는 옥주현, 김소현과 함께 새 엘리자벳 신영숙이 무대로 나선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프로스랩, 로네뜨, 클립서비스, 예술의전당,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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