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박이 꼽은 '찌질했던 추억'은? <망원동 브라더스> 배우와의 만남!
- 2016.07.25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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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대학로 CGV 6층 옥탑에서 진행된 <망원동 브라더스> 배우와의 만남은 바로 그런 시간이었다. 이날 얼굴을 마주한 세 배우와 30여명의 관객은 저마다 숨겨왔던 ‘찌질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한바탕 웃고 떠들고 서로에게 따스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이날의 현장을 들여다보자.
2014년부터 벌써 다섯 차례 무대에 오른 <망원동 브라더스>는 김호연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으로, 8평짜리 옥탑 방에서 함께 살게 된 네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만년고시생, 무명의 만화가, 기러기 아빠, 황혼 이혼남 등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찌질한’ 남자들이 벌이는 소소한 사건들이 정겹고 따스한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다.
이날 만남에는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분주히 활동하다 2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오는 윤박과 함께 연극 <죄와 벌>, 드라마 <퍽!> 등에서 활약한 황규인, 그리고 <늘근도둑 이야기>에 이어 <망원동 브라더스>에 출연하는 이형구가 참여했다. 윤박은 데뷔 후 별다른 작품활동을 못하고 있는 무명의 만화가 오영준을, 황규인과 이형구는 공무원 시험 준비만 몇 년째 하고 있는 삼동이를 맡았다. 황규인 배우의 작품 소개를 들어보면, 역시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날의 자리와 딱 어울리는 연극이다.
“저희 <망원동 브라더스>는 어딘지 찌질하지만 그만큼 친근한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어디론가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연극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같은 이야기라 보시면 많이 힐링받고 가실 수 있을 거에요.”(황규인)
“사실 이런 경우는 쪼잔하거나 찌질한 게 아니에요. 친구 사이에도 ‘기브 앤 테이크’가 있어야죠. 일방적으로 얻어먹기만 하는 건 그 친구가 잘못한 것 같습니다. 나에게 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뭘 주지 마세요.”(황규인)
“어떤 기분인지 저도 알 것 같아요. 얼마 전 연습실 가는 길에 형구가 문자를 보내왔어요. 미안한데 오는 길에 에너지드링크랑 담배 좀 사다 주면 안되냐고. 그래서 사다 줬어요. 근데 얘가 돈을 안주는 거에요(일동웃음). 이걸 신경 쓰는 내가 쪼잔한 건가? 이상한데? 그런 기분을 저도 비슷하게 느낀 것 같아요”(윤박)
“제가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있고요, 언젠가 입신양명하면 시원하게 한번 쏘겠습니다(웃음).”(이형구)
참가자들에 이어 이번에는 배우들도 한밤중 ‘이불킥’을 날렸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불킥했던 적이 상당히 많죠. 고등학생이었을 때 미모의 서울대생을 사귀게 됐어요. 근데 고등학생은 대학생과 계층적 차이가 있잖아요(웃음). 여러 차이가 있어서 그 여자분이 결국 바람을 피웠어요. 그래서 전 상처를 받았고, 성적은 떨어졌죠. 당시 얼마나 폐인이었냐면, 지금 제가 운동을 많이 해서 73~74kg인데 그땐 운동도 하나도 안 하고 76kg에, 머리는 장발에, 수능을 망친 불효자니 부모님께 용돈을 달라고 할 수도 없었어요.
그 와중에 돈이 없는데 게임기를 너무 사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차인 후 몇 개월 만에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했어요. 정말 미안한데 커플링을 좀 달라고(일동웃음). 그래서 받았어요. 추하죠?(일동웃음) 근데 커플링 값어치가 터무니 없게 낮아서 결국 게임기도 못 사고 제 상태는 더욱 안 좋아졌던 경험이 있습니다.”(이형구)
“저는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한테 항상 많이 혼나요. 제가 한평생 연애에 별로 신경을 안 쓰고 피도 눈물도 없이 살아왔는데 요즘은 혼나면 자꾸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은 나고,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그럴 때 제가 찌질하다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황규인)
“어렸을 때 돈을 많이 뺏겼어요. 회수권 산 날 회수권을 다 뺏기고, 수학여행 가서 ‘나중에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하고 돈을 남겨왔는데 집에 오다가 뺏기고. 형들한테 빼앗겼으면 괜찮은데 동갑내기 덩치 큰 친구들한테 빼앗겨서(웃음). 찌질했다기보다 좀 슬픈 사연이네요(웃음).”(윤박)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약간 염세주의가 있는데, 염세주의를 장착하고 있으면 사람들한테 기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좀 덜 받아요. 하지만 염세주의보다 더 좋은 건 ‘내가 꼭 안 힘들고 상처를 안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모두 존귀한 존재니까 항상 서로 존중하면서 살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이형구)
“공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희가 공연 안에서도 음주를 많이 해요. 저는 딱히 다른 방법보다 친구들과 음주를 하며 즐겁고 힘들었던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윤박 씨가 그런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줘서 좋은 친구죠. 저의 힐링 포인트는 윤박, 술, 음식, 담소에요.”(황규인)
“찌질했던 순간은 자존감이 낮아지는 순간이잖아요. 그걸 높여주는 사람,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 예를 들어 강아지랑 같이 놀면서 강아지들이 나를 핥아주면 ‘아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 느끼기도 하고(일동웃음). 그러면서 힘을 얻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할 때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윤박)
관객이 꼽은 <망원동 브라더스>의 매력은? “리얼한 찌질함!”
윤박과 황규인은 실제로 망원동에서 태어나 함께 자란 절친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을 함께 한 친구, 그리고 후배(한국예술종합학교) 이형구와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이들에게 매우 각별한 무대일 것이다. 그만큼 연습 기간도 즐거웠다고.
“선배님들 몰래 저희끼리 술을 먹고 싶어서 연습 끝나고 집에 가면서 셋이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연습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까 아무리 힘들어도 다음날 연습실에선 티를 내지 말자고 갔는데 규인이가 피를 토해서(웃음).”(윤박)
“연습은 정말 잘 해냈어요. 근데 끝날 때쯤에 눈앞이 핑핑 돌고 너무 힘든 거에요. 그래서 화장실로 막 뛰어가서 토하는데 피가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박이 말을 듣는 게 아니었는데’ 하고 후회를 했죠(웃음).”(황규인)
절친한 친구, 동생과 종일 함께하며 연습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지만, 무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관객과 바로 가까이서 교감을 나누는 기쁨은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 중인 세 배우가 <망원동 브라더스>에 출연하게 된 또 하나의 이유다.
“아무래도 화면으로 보게 되면 뭔가 한번 거르고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근데 연극을 할 때는 현장에서 숨결도 냄새도 같이 느낄 수 있고 손 뻗으면 닿을 것 같고, 뭔가를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황규인)
“연극만을 찬양하거나 연극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근데 <망원동 브라더스>같은 연극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과 쭉 같이 간다는 거에요. 매 순간 좋을 수는 없어요. 때로는 지루할 수도 있어요. 1시간 40분을 재미만을 위해 달려가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동, 그리고 살아있는 순간들을 와서 같이 느끼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이형구)
여기에 한 관객이 직접 보고 온 <망원동 브라더스>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며 배우들의 말에 힘을 실었다. “<망원동 브라더스>만의 매력은 ‘리얼한 찌질함’이에요. 그리고 윤박 배우의 신비주의가 다 벗겨지는 연극!(웃음)”
꼭 우리 자신처럼 찌질하고 정겹고 친근한 네 남자들의 이야기, 윤박·황규인·이형구가 출연 중인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는 8월 21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 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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