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무대, 아프리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게 될 것” ‘라이온 킹’ 주역 4인방
- 2018.11.01
- 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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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 킹’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큰 기대를 이미 알고 있는 듯, 1일 오전에 만난 ‘라이온 킹’의 주역 4인방은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이틀 전 한국에 도착한 남아프리카 출신의 캘빈 그랜들링(심바 역), 조슬린 시옌티(날라 역),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무파사 역), 그리고 영국 출신의 안토니 로렌스(스카 역) 모두 이번이 첫 내한이다. 부쩍 추워진 한국의 날씨와 시차에 아직 적응하지 못했을 텐데도, 이들은 ‘라이온 킹’에 대해 얘기하는 데 거침이 없었다. 저마다 눈을 반짝이며 전한 이야기에는 ‘라이온 킹’이라는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가득했다.
Q 모두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
조슬린 시옌티(Josslynn Hlenti): 한국의 첫인상은 색채가 굉장히 화려하다는 것이었다. 사람들도 굉장히 친절하다. 남아공 출신이라 추위가 익숙지 않지만, 한국의 도시환경은 추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티켓 판매율이 높아서 그런지 프로덕션 사람들도 굉장히 신나 있고(웃음), 나도 흥분된다.
캘빈 그랜들링(Calvyn Grandling): 한국에 와서 처음 인상적이었던 건 다리가 많다는 것이다. 다리는 비유하자면 다른 사람에게 손을 뻗는 의미의 건축물이지 않나. 그만큼 다른 공간이나 사람들과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날씨가 춥긴 하지만 그만큼 신선해서 좋다. 난 독일에서 10년간 공연을 했기 때문에 추위에 단련돼 있다(웃음).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Mthokozisi Emkay): 난 요하네스버그 출신인데, 요하네스버그의 친구들이 이미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K팝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 온다고 자랑하면서 왔다(웃음). 도착하자마자 첫날 쇼핑몰도 가고 도시를 구경했는데 좋았다. 춥긴 하지만 아직 눈에 파묻히지 않아서 다행이다(웃음).
캘빈 그랜들링: 난 마닐라에서 10년 전에 ‘라이온 킹’에 출연한 적이 있다. 오랜만의 공연이라 다시 적응을 해야 했지만, 관객 반응이 좋아서 어려움 없이 잘 할 수 있었다.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마닐라 관객들은 공연에 굉장히 열정적으로 호응해줬다. 싱가포르 관객들은 상대적으로 차분해서, 한 곡이 끝난 다음에야 박수를 쳐줬다. 난 아프리카 출신의 퍼포머라서 관객들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거나 박수치면서 함께 반응해주는 것도 좋아한다.
Q 나라마다 관객들의 문화적 배경이 다른데, ‘라이온 킹’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있어 장벽이 되는 것은 없나.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라이온 킹’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가족, 사랑, 질투,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메시지가 잘 담겨 있고, 무대와 의상, 조명 등도 스토리텔링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 어느 언어로 공연을 하든 작품이 가진 메시지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는 것 같다. 런던에서 자폐아동들을 대상으로 공연한 적이 있는데, 그들은 정보를 습득하는데 있어 제한이 있는데도 공연을 많이 좋아하고 감동을 받더라.
Q 네 사람 모두 극 중 사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한다. 동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 연구한 것들이 있다면. 특수 제작된 의상과 분장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조슬린 시옌티: 실제 사자들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서 어깨의 움직임 등 디테일한 동작들을 많이 참고했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공연에서 동물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형태도 유지해야 한다. 이 작품이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최대한 가깝게 연결하는 방법도 많이 연구했다.
안토니 로렌스(Antony Lawrence): 아마 내 역할(스카)이 제일 분장이 많고 의상도 두꺼울 것이다. 의상의 무게가 20kg 정도다. 분장하는데 40분이 걸리는데, 분장을 하고 나면 원래 내 모습은 사라진다. 거울을 보고 스스로 ‘누구야?’할 정도다. 그만큼 의상과 분장으로 캐릭터의 많은 부분을 채우고 무대에 올라간다.
내가 쓰는 마스크의 조종기도 갖고 무대에 올라간다. 나와 마스크의 움직임을 일치시켜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쓴 상태로 거울 앞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단지 내 몸만이 아니라 퍼펫의 일부로서 움직여야 한다는 게 이 공연의 특별한 점이다.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내 마스크도 꽤 크다. 그래도 가벼운 탄소 소재로 만들어져서 크게 무겁지는 않다. 의상은 15kg 정도다.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분장은 30~40분쯤 걸린다. 큰 도전이다. 그런데 20년 전 처음 디자인된 분장과 의상인데도 마치 나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처럼 내 몸에 딱 맞는 느낌이 든다. 스텝들이 각 배우의 특성에 맞춰서 분장을 해준다. 난 특히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파우더를 더 많이 발라준다(웃음). 내가 이 작품의 일부인 것처럼 다 맞춰서 해주기 때문에, 분장과 의상 착용만 마쳐도 무대에 올라갈 준비가 완벽히 끝난 기분이 든다.
캘빈 그랜들링: 난 몰랐는데, 분장 스텝이 내가 목에 빨간 분장을 하는 순간 사자처럼 목을 돌린다고 하더라. 그만큼 분장을 받고 나면 무의식적으로 그냥 심바가 된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심바 의상의 한 가지 특징은, 마스크가 다른 캐릭터와 달리 반쪽짜리라는 것이다. 심바는 아직 젊고 인생 여정이 많이 남은 캐릭터라서 그런 것 같다.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라이온 킹’이 롱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이야기가 워낙 보편적인 메시지와 감동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심바가 시련을 통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고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분장과 의상을 다 걷어내고 이 스토리만 전해도 감동적일 것 같다. 세계 어디를 가도 이해되고 전달될 수 있는 이야기다.
게다가 볼거리도 많다. 특히 배우들이 퍼펫을 작동하는 과정이 숨겨지지 않고 다 보여지기 때문에 관객들이 더 공감하며 보시는 것 같다. 내 친구들도 공연을 보고 나서 실제 크기로 만들어진 동물 모양의 퍼펫이 정말 최고라고 하더라.
조슬린 시옌티: 기본적으로 워낙 스펙터클한 공연이다. 관객이 뭘 보고 싶어하든 다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호주에서 날라 역으로 ‘라이온 킹’에 처음 출연했는데, 거기서 배우자를 만났다. 내게 ‘라이온 킹’은 사랑과 가족까지 가져다 준 특별한 공연이다.
Q 심바 역의 캘빈 그랜들링이 가장 오랫동안 ‘라이온 킹’에 출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인생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캘빈 그랜들링: 이 공연은 내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꿨다. 특히 더 큰 꿈을 꿔도 된다는 것을 알려줬다. 처음 남아공에서 ‘라이온 킹’을 보고 여기 출연하는 걸 꿈꿨는데 정말로 하게 됐다. 이후 언더스터디로 공연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심바 역 배우들을 지켜봤고, 그들을 보면서 나만의 심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그 꿈을 이룬 셈이다.
나는 성인이 되면서부터 ‘라이온 킹’ 투어에 참여했기 때문에, 가족에게 배우지 못한 것들을 동료 배우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19살 때 무파사 역의 배우에게 면도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고, 몸을 잘 쓰는 심바 역의 배우에게 신체 움직임을 배우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여전히 배우고 있다.
안토니 로렌스: 스카는 아마 디즈니 역사상 최고로 가장 잘 만들어진 악역일 것이다(웃음).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왜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지, 왜 형을 죽인 건지. 그런데 결국 그 답은 ‘질투’ 더라. 질투라는 감정은 누구나 느껴본 적이 있지 않나. 부모를 향해서든 친구나 형제를 향해서든, 크고 작은 일로 인간은 질투를 느낀다. 나도 그런 감정을 가져왔고, 극에서는 더욱 증폭시켜서 연기를 한다.
Q ‘라이온 킹’은 아프리카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작품인데, 이번 투어에는 아프리카 출신의 배우들이 특히 많이 참여한 것 같다.
조슬린 시옌티: ‘라이온 킹’의 음악 대부분은, 특히 앙상블들의 넘버는 대부분 남아공 출신의 음악가 레보 엠이 쓴 것이다. 그래서 아무래도 남아공 출신의 배우들이 그 음악을 더 쉽게 이해하고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다른 나라에서 온 배우들이 항상 신기해하는 것이, 우리가 모든 상황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거다. 카페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조바꿈을 하면서 노래를 하기도 한다(웃음). 남아공은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축하나 애도의 자리에서 항상 함께 노래하며 감정을 나누는 관습이 있다. ‘라이온 킹’의 음악은 한스 짐머, 레보 엠 등 훌륭한 작곡가들이 만든 음악인데, 남아공 배우들이 아무래도 더 익숙하게 음악을 받아들이고 노래하는 것 같다.
캘빈 그랜들링: 이번 투어 팀에 특히 남아공 출신 배우들이 많아서 소리의 합이 더 특별할 것 같다. 첫 음만 들어도 정글의 리듬을 느끼고 극에 빠져드실 것이다.
안토니 로렌스: 난 아프리카 출신이 아니라 이들이 하는 것을 잘 이해 못할 때도 있다(웃음). 이렇게 재능있고 훌륭한 배우들을 보면서 나도 함께 동화된다.
Q 안토니 로렌스는 ‘라이온 킹’에 처음 참여하는데, 이 작품의 음악적 매력을 꼽는다면.
안토니 로렌스: 이 작품의 음악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있다. 여기서 음악은 아프리카로 향하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 처음 ‘라이온 킹’의 음악을 들었을 때의 느낌은 그 소리가 완전히 ‘날 것’이고, 심장과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라는 것이었다. 특히 ‘서클 오브 라이프(The Circle of life)’가 나오는 장면에서 관객들이 우는 것을 많이 봤다. 슬픈 곡이 아닌데도 그만큼 압도적인 음악이기 때문이다. 첫 소절만 들어도 아프리카의 심장 소리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내가 느낀 것을 여러분도 곧 느끼게 되실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 만나게 될 한국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안토니 로렌스: 한국에 오기를 6개월간 꼬박 기다렸다. 우선 티켓 예매율이 높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관객들이 없다면 우리도 여기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기대하신 만큼 좋은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또 한국에 있는 동안 이 나라의 여러 곳들을 여행해보고 싶다.
음토코지시 엠케이 카니이레: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정말 특별한 무대를 준비하고 있고, 한국 관객들이 실망하시지 않도록 잊지 못할 공연을 하겠다.
조슬린 시옌티: 이번 인터내셔널 투어에서는 처음으로 날라를 연기하는 것이라서 매우 기대된다. 티켓 판매율을 보면 관객 분들이 우리를 만나실 준비가 되어있는 것 같다(웃음). 우리도 그 준비가 되어있다.
캘빈 그랜들링: 먼저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번 겨울은 춥겠지만, ‘라이온킹’이 있어서 특별한 겨울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 한국 공연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고,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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