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가 유려한 선율을 만났을 때… 서정적 넘버의 힘, 뮤지컬 '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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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평생에 써볼 수 있을까 싶은 멋진 시어들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창작뮤지컬 ‘랭보’를 쓴 윤희경 작가는 랭보의 시구들을 가사와 대사로 바꾸는 작업이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즐거웠다고 말했다. 천재 시인이 남긴 단어 하나하나가 그만큼 작가에게 문학적 즐거움을 남겼다는 의미다. 지난 13일 프레스콜을 통해 공개된 ‘랭보’는 넘버의 힘이 돋보이는 뮤지컬이었다. 과감하고도 섬세한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명문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각적인 무대 미술을 만나 또다른 울림을 준다.

 

이날 행사는 넘버 ‘내 마음에 내리는 눈물’의 시연으로 시작됐다. 극은 베를렌느와 들라에가 랭보가 죽은 후 그가 남긴 마지막 시를 찾아 떠나면서 시작되는데 플래시백 기법으로 분위기를 전환시켜 가면서 랭보와 베를렌느, 그리고 들라에의 관계를 보여준다.
 

“문학 잘 몰라도 쉽게 이해”
랭보의 면모를 균형 있게 다뤄

 
랭보 역의 손승원은 랭보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이 뮤지컬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내용을 어떻게 하면 친절히 전달해 관객들이 잘 이해하게 만들까 고민했다. 랭보의 삶을 다룬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서 랭보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악동 같은 이미지였는데, 그런 면만 너무 강조되면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질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작품이 랭보라는 인물의 여러 면모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음을 시사하는 말이다.   
 
이어진 시연 넘버 ‘취한 배’, ‘모음들’은 랭보가 어떤 시인인지 또렷하게 보여줬다. ‘취한 배’는 세상의 인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꿋꿋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젊은 랭보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음들’은 정형미를 추구하던 기존 프랑스 시풍에 반기를 들었던 랭보가 왜 혁신적인 시인으로 꼽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보이지 않는 언어에 색을 부여해 공감각적 심상을 빚어낸 랭보의 천재성이 가사에 잘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모음들’의 시구는 랭보 역의 박영수와 들라에 역의 강은일이 주고 받는 대화 형식으로 나뉘어 편곡돼 발랄한 멜로디와 어우러진다.  
 
아름다운 시어 살린 가사
4인조 라이브 밴드 음악에 어우러져

슬럼프에 빠져 좌절하는 베를렌느를 위로하기 위해 랭보가 부르기 시작하는 ‘하얀 달’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별들이 달빛에 젖어 드넓고 따뜻한 고요가 창공을 뒤덮는 아름답고 찬란한 순간’과 같은 베를렌느의 따뜻한 시구는 가사로 그대로 쓰여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선율과 유려하게 어우러진다.
 
대사나 가사가 전하지 못하는 뉘앙스까지 음악으로 전달하고자 했다는 민찬홍 작곡가의 노력은 위의 넘버들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민찬홍 작곡가는 윤희경 작가와는 달리 작품에 임하는 순간들이 다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곡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시의 매력에 빠지기도 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1세기 우리보다 진보적인 시인들”
치열한 랭보의 삶 통해 힐링받기도

 
이날 행사를 통해 창작진과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감상포인트를 귀띔했다. 성종완 연출은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랭보의 사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훨씬 진보적”이라며 인물들의 혁신성을 눈여겨봐 달라고 당부했다. 베를렌느를 연기하는 에녹은 “시인들의 치열함, 처절함이 보여지는 극이다. 그 처절함에 집중하는 것이 관람포인트다. 이들이 왜 치열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면서 힐링하고 돌아가는 관객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관객들의 반응도 전했다.
 
창작뮤지컬 ‘랭보’는 중국 남경해소문화유한회사와 일본 아뮤즈 그룹이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한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 작품이다. 남경해소문화유한회사의 왕해소 프로듀서는 “’랭보’의 넘버들은 중국어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고 중국 노래 같다는 평을 받았다. 중국관객들도 잘 받아들이리라고 생각한다.”며 오는 12월 ‘랭보’의 상하이 개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아름다운 넘버의 힘이 돋보이는 뮤지컬 ‘랭보’는 2019년 1월 13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 김대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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