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아리' 집사의 정체는 11년차 배우! 유튜브 스타 남기형 인터뷰
- 2018.11.19
- 김대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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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형 : 유튜브 시청자들의 도움이 크다. 극단 측에서도 많이 감사해하고 있다. 제 유튜브를 통해 공연을 홍보하는 것을 망설여오긴 했다. 고양이를 좋아해서 오는 분들에게 연극 얘기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였다. 그래도 다행히 제 영상을 보고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 주셨다. 한편으론 작품과 극단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유튜브를 보고 온 분들도 공연 보고 나면 극 자체에 만족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니나다를까 저 보러 왔다가 ‘공연이 너무 재밌었다’, ‘다른 배우가 더 잘생겼다’ 같은 후기를 남기더라(웃음). 그런 반응 보고 많이 안도했다.
‘호외’는 어떤 작품인가?
송근욱 연출 : 언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일제강점기 당시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1923년 관동대지진 당시 어수선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조선인들이 방화를 하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가짜 뉴스를 신문을 통해 퍼뜨린다. 이 때문에 수많은 조선인들이 학살당했다. 자료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이렇게 잔인하고 강렬한 사건이 왜 잘 안 알려졌을까 싶어서 연극 무대에 올리게 됐다.
친일 신문사 건물 지하에 숨어 몰래 항일 신문을 발간하는 ‘만이’ 역할이다. 올곧은 심지를 가진 독립투사가 아니라 인간적인 욕망과 고통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현실적이다. 캐릭터 정립은 어떻게 했나?
남기형 :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이 확고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의 매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충동들이 원인이더라. 진영을 쉽게 옮기는 정치인 같은 사람들이 그 예다.
극단 리셋은 어떤 극단인가?
송근욱 : 2013년 부산에서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만든 극단이다. 기성 극단에서 채울 수 없는 갈증이 있어서 만들었는데 단합이 잘됐다. 부산에서 꾸준히 공연하다가 올해 3월에 서울로 올라왔다. 수많은 연극인들이 모인다는 서울로 와서 우리가 그동안 해온 작업들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남기형 : 극단이 부산에서 마지막으로 올렸던 공연부터 합류했다. 약 1년 전이다. 송근욱 연출과 동갑이다. 한국나이로 서른. 그 전에도 알고 지내긴 했는데, 극단에 들어오면서 나이가 비교적 많은 덕분인지(웃음) 배우장도 맡고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꿈꿔온 배우
이탈리아 활동 경험도 있어
연출이 보기엔 남기형은 어떤 배우인가?
송근욱 : 자기관리에 엄청난 노력과 근성을 발휘한다. 원래 살집이 좀 있었는데 끊는 것들이 많았다. 근육질 몸매도 그 결과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언제인가?
남기형 :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계속 배우만 꿈꿨다. 초등학생 때는 지금보다 더 까불이였는데 학예회 때 선생님들이 ‘그 까부는 애 주인공시켜라’ 했다. 그래서 연극의 주인공을 처음 해보게 됐다. 흔히 연극을 마치고 박수 받을 때 기분이 좋다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아니었다. 학교 끝나고 다른 친구들이 모두 하교한 후에 연극하는 친구들만 남아서 연습하는 느낌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금도 단원들에게 ‘나는 연습하는 게 좋아서 공연한다’고 얘기하곤 한다.
배우 첫 데뷔는 언제인가?
남기형 : 대학교 전공도 연극영화과였다. 1학년으로 입학하자마자 외부 극단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부산에서 그때 당시에도 새롭게 출발하는 극단들이 좀 있었다. 아는 배우 분이 함께 하자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데뷔하게 됐다.
해외 극단 활동 경험도 있다던데?
남기형 : 이탈리아 배우 두 명을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국제적인 극단을 만들고 싶다며 나를 초청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극단에서 8개월 정도 활동했다. 유럽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언어보다는 신체를 활용한 공연들이 많다. 그 때부터 신체를 잘 단련해 놔야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에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유튜버 전향? 내 주업은 배우"
아리와의 첫 만남은?
2010년 아리가 아주 아기일 때 부산에서 분양 받았다. 꼭 고양이를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어느 날 새벽에 문득 인터넷에 고양이 분양을 검색해보고 싶더라. 마침 한 카페에 ‘1분 전’이라고 쓰여 있는 분양 글이 있었고 글쓴이와 연락이 잘되어 다음날 바로 아리를 데려왔다.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로 데려왔기에 아리를 집에 모셔두고 바로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을 사왔던 기억이 난다. 벌써 아리는 8살이다.
연습, 운동 바쁜 일상이다. 집에 늦게 들어가면 아리가 반겨주나?
남기형 : 내가 올 때를 알고 있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근데 반기는 게 아니라 짜증내는 것 같기도 하다. 왜 이렇게 집을 오래 비웠냐고, 왜 얼른 와서 밥을 채워주지 않았냐고 짜증내는 것 같다. (웃음)
아리와의 영상이 무척 재밌다. 대본이 있나?
남기형 : 미리 기획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상의 거의 대부분은 일상을 찍어놓고 그 안에서 주제를 찾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얼굴 공개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남기형 : 유튜브에서 얼굴을 공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 주업은 배우라고 생각하기에 유튜브 활동이 배우활동에 영향을 끼칠까 싶어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흐름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원래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유튜브를 많이 하는 환경이 조성 됐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내 모습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유튜버를 제 공식 직업으로 삼기에는 여전히 배우라는 직업을 너무 좋아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튜버와 배우활동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다.
글/영상 : 김대열 (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제공 : 극단 리셋 (인스타그램 reset__official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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