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톡톡 ‘엘리자벳’, 눈여겨 볼 4가지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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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의 네번째 시즌이 개막했다. 줄곧 흥행에 성공해 온 이름값 높은 작품인 만큼 기대가 컸지만 한편으로는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이 극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걱정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개막일 공연은 이런 걱정들이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시켜줬다. 배우들의 호흡은 탄탄했고 넘버와 무대는 명불허전이었다.

소녀부터 중년까지
김소현의 톤 변화

 
엘리자벳을 연기하는 김소현은 2013년 시즌 이후 5년 만에 다시 이 배역을 맡았다. 그만큼 소녀시절의 엘리자벳을 연기하는 데에는 부담이 생겼을 터. 하지만 김소현의 톤 변화는 나이대별로 적확하게 맞아떨어졌고 발랄한 소녀 엘리자벳도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참새처럼 통통 뛰어다니던 소녀가 세월이 남긴 상흔들에 지쳐 황혼기를 맞이할 때까지 연기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성악적 색채가 짙은 그녀의 발성도 락, 팝의 비중이 적지 않은 이 뮤지컬에 맞춰 섬세하게 조율됐다.
 
충분히 매혹적, 기본기도 무난
새 ‘죽음’ 박형식

 
죽음은 보컬, 연기 실력 외에도 시각적인 매력이 필요한 배역이다. 엘리자벳이 오죽하면 죽음에게 반했을까 싶을 정도의 매혹적 분위기가 전해져야 관객들도 수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식은 이런 지점에서 관객들을 만족시킨다. 무대에서 어떻게 움직여야 멋있어 보이는지 아는 듯한 그의 몸짓은 루돌프의 침대 뒤에 불쑥 나타나거나, 밧줄에 매달려 허공을 휘저을 때조차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2011년부터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서며 다져온 뮤지컬 발성도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에 대한 우려를 덜어준다. 저음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미성이, 고음으로 갈수록 탁성이 섞이는데 다소 성량이 부족한 부분을 눈감아준다면 음색도 극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절정부 고음을 일부러 몇 음 높여 부르던 이전 배우들의 노련함과 굳이 비교하지만 않는다면 노래도 연기도 무난히 합격점이다.
 
묵직한 에너지로 기선제압
‘루케니’ 강홍석

 
사람이나 작품이나 첫인상은 매우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다. 극의 시작을 알리는 ‘루케니’역 강홍석은 ‘엘리자벳’에 처음 합류했지만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홍석은 등장하자마자 특유의 묵직한 에너지로 관객을 기선제압한다. 큰 체격 덕분에 같은 동작도 더 크게 느껴지는 그는 격렬하게 몸을 떨며 교수대에 목이 매달린 암살자 루케니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표현해낸다.

강홍석은 음역대도 넓지만 음색의 조절도 자유로운 편이다. 음산한 장면에서는 쇳소리를 섞어 분위기를 잡다가도 비트가 빠르거나 신나는 넘버에서는 본인만의 소울풀한 목소리로 샤우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로서 루케니는 엘리자벳의 연대기를 압축하면서 툭툭 끊어진 이야기들을 연결 짓는 해설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관객들에게 또다른 재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승화된다.
 
눈을 떼기 힘든 화려한 무대

한편 합스부르크 왕궁를 재현한 화려하기 그지 없는 무대도 눈여겨 볼 부분 중 하나다. 엘리자벳이 국내 초연됐던 2012년에 비하면 우리나라 공연계의 무대기술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더불어 관객들의 보는 눈도 높아진 만큼 ‘엘리자벳’의 무대가 주는 감흥이 초연만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구동방식이 새로워진 이중 턴테이블 무대와 교체된 대도구 등 미술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지점들이 적지 않은 만큼 ‘엘리자벳’에 대해 줄줄 꿰고 있는 관객들도 새로운 시선으로 감상할 만하다.
 
글 : 김대열 (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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