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행복의 의미를 찾아서, <키다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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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시선이 이끄는 성장 이야기

“삶은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의 시선이 필요하다. 이 작품은 따뜻한 시선이 한 사람을 얼마나 성장시키는지 보여준다.”

지난 7월 19일 개막한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존 그리어 고아원에서 자라던 제루샤에게 수수께끼의 후원자가 나타나고, 제루샤는 대학 공부를 지원받는 대신 한 달에 한 번 후원자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 원작 소설에서는 이 편지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뮤지컬에서는 편지를 쓰는 제루샤와 편지를 읽으며 변화하는 키다리 아저씨(제르비스)의 모습이 교차하는 2인극 형태로 구성된다.
 

뮤지컬은 <레미제라블> 오리지널 연출가이자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명예 연출가인 존 캐어드가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웅장함의 집결체인 <레미제라블>과 달리, <키다리 아저씨>는 원작 소설의 따뜻함과 섬세함을 그대로 살렸다.
 

이번 한국 초연 무대 역시 작품 특유의 감성을 중시했다. 지난 7월 29일 DCF대명문화공장 1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 참석한 박소영 협력 연출은 “오리지널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부분을 훼손하지 않고 잘 전하는데 집중했다. 대사가 많다 보니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의도가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많은 회의를 거쳤다. <키다리 아저씨>는 제르비스와 제르샤의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인생이란 긴 여정을 함께하는 성장이야기다.”라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박소영 협력연출 / 주소연 음악감독)
 
뮤지컬 속 섬세한 넘버 역시 작품의 따뜻함을 더욱 빛나게 했다. 뮤지컬 <제인 에어>에서 연출 존 캐어드와 함께 했던 폴 고든의 음악은 담백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이야기를 이끈다. 주소연 음악감독은 “런타임에 비해 음악이 많은 편이다. 멜로디 위주로 쓰여 연기로 풀어내야 하는 곡들이 있다 보니 배우들의 호흡을 맞추며 가야하는 부분이 많다. 원래 6인조 밴드로 편성되어 있던 공연이 3인조 밴드로 변형되면서 어쿠스틱 느낌이 강해졌다. 따뜻함을 많이 느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사는 것

<키다리 아저씨>가 전하는 또다른 이야기는 바로 ‘행복의 비밀’이다. 넘버 속 가사로, 그리고 작품의 흐름으로 전하는 ‘행복’은 바로 ‘지금 살아 있는 이 순간을 느끼면서 사는 것’. 이 비밀은 관객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마음도 바꾸어놓았다.

신성록은 “이 작품을 통해 잊고 살았던 행복을 느낀다. 여러 친구들과, 가족들과 소소한 대화도 나누고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고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게 행복인 것 같다.”며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고, 송원근은 “행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제르샤가 ‘행복의 비밀’을 부를 때, 뒤에 앉아 많은 생각을 했다. 행복이 무어냐에 답하는 것보다, 여유를 즐기고 서두르지 않는 것이 행복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리아는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이 굉장한 행운인 것 같다. 연습하면서 너무 힘들었지만 행복했고, 큰 기회가 와서 영광스러웠다. 매번 정말 행복했고, 앞으로도 많이 행복할 것 같다. 저와 비슷한 점이 많은 제르샤를 만나게 해주어 감사하다.”며 이 작품 자체가 하나의 행복이라고 전했다.
 

물론 배우 두 명이 2시간이 넘는 무대를 채우는 2인극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있었다.
 

강동호는 “작품 자체가 짜임새가 좋고 (매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대사를 틀리지 않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작품에 임하는 마음을 전했다.
 

이지숙은 “2인극이라 대사와 가사의 양이 정말 많다. 그래서 대사, 가사, 정서가 완벽하게 맞는 ‘클리어’를 해본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관객분들께서 대사를 틀리는데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어떤 정서와 마음을 전달하는지에 더 집중해주시는 것 같다. 대사가 틀리더라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웃음)”고 말했다.
 

이에 신성록은 “틀리지 말아달라. (웃음) 사실은 제가 어제 틀렸다. 분량이 많아 힘들지만, 공연을 할 때마다 작품에서 전하는 정서를 배우들도 느낄 수 있다. 2인극은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내용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밀도 높은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행복의 비밀을 전하는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는 오는 10월 3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경은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kejo@interpark.com)
사진: 배경훈 (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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