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땡땡과 함께 자라…덕분에 한국도 오게 됐죠” ‘에르제: 땡땡’전 홍보대사 맡은 줄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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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만화 캐릭터 ‘땡땡’의 오리지널 페인팅을 비롯해 회화, 사진, 영상 등 총 477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에르제: 땡땡’전이 지난 21일 개막했다. 국내에서는 ‘틴틴’으로도 알려진 땡땡은 벨기에 작가 에르제가 그린 ‘땡땡의 모험’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세계 60여 개 나라에서 3억 5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리며 사랑받은 인기 캐릭터다.

그리고 이번 전시의 홍보대사로 땡땡과의 각별한 인연을 가진 방송인이 나섰다. 바로 ‘비정상회담’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의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었던 벨기에 출신의 방송인 줄리안이다. 애초 땡땡 덕분에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되어 한국에 오게 됐다는 그는 땡땡의 ‘덕후’ 답게 어떤 질문에도 땡땡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가 그토록 땡땡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이 만화를 통해 한국에 오게 됐는지 전시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어렸을 때부터 땡땡의 팬이었다고 들었어요. 한국에는 아직 땡땡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벨기에에서 땡땡은 어떤 존재인가요.
벨기에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에 땡땡 시리즈가 있어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요. 벨기에 사람들이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땡땡은 벨기에의 한 가지 문화에요. 우리나라에서 이 책을 ‘7세부터 77세까지 읽는 만화’라고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좋아하고, 아빠가 읽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만화에요.

벨기에 만화 중에서 ‘스머프’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벨기에 사람들은 땡땡을 더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껴요. 물론 스머프도 재미있지만, 땡땡은 좀 더 성숙하고 예술에 가까운 만화거든요. 책 하나를 만들기 위해 에르제가 들인 많은 노력이 묻어난 작품이에요. 그래서 아직까지도 계속 사랑받고 있죠. 제 조카가 곧 5살이 되는데, 저도 조카에게 땡땡을 사주고 싶어요.

Q 줄리안 씨의 유년기에 땡땡은 어떤 존재였나요.
오랜 기간 동안 땡땡과 함께 성장한 것 같아요. 특히 이 만화를 보고 우리와 너무나 다른 나라와 이국적인 문화가 있다는 걸 알았고, 그게 너무 신기하고 좋았어요. 여기서 땡땡이 중국인 친구 ‘창’이랑 친해지는 내용이 나오는데, 저도 유치원 때 중국인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땡땡이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제 강아지도 ‘밀루’(땡땡과 함께 다니는 강아지)랑 비슷하게 생겼었거든요(웃음). 그렇게 이 만화 덕분에 아시아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중에 고등학교 때는 한국인 혼혈 친구를 알게 돼서 세계지리 시간에 한국을 주제로 발표를 하기도 했어요. 어렸을 때는 제가 직접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으니까, 대신 땡땡을 보면서 세계여행을 한 셈이죠. 결국 한국에 와서 살게 됐고요. 

땡땡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꾸 다시 보고 싶어지는 만화에요. 5살 때 봤던 땡땡과 10살 때 봤던 땡땡이 다르거든요. 새롭게 느껴지는 내용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땡땡은 슈퍼히어로가 아니에요. 힘도 세지 않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만큼 인간적이어서 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Q 땡땡 시리즈 중에 특히 좋아했던 작품은 무엇인가요. 
각 시리즈마다 땡땡이 다양한 나라에 가서 모험을 해요. 해저나 우주에 가기도 하고요. 근데 ‘푸른 연꽃’부터 특히 내용이 많이 달라졌어요. 에르제가 그 전까지는 그냥 자기가 생각하는 해외의 모습을 그렸는데, ‘푸른 연꽃’을 그릴 때부터는 자신의 만화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깨달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중국인 친구를 만나서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 배우고 공부하면서 ‘푸른 연꽃’을 그렸어요. ‘푸른 연꽃’에 나오는 한자는 모두 정확한 한자에요. 당시 유럽에서는 일본이 중국을 침략했다는 걸 잘 모르고 있었는데, 에르제가 그런 내용까지 다 담아서 일본 대사관이 항의하기도 했대요.

사실 땡땡 시리즈의 초기작은 좀 비판을 받았어요. 작가가 (다른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렸으니까요. 근데 에르제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달라진 거죠. ‘푸른 연꽃’ 외에도 ‘유니콘호의 비밀’과 ‘라캄의 보물’도 정말 좋아해요. 말도 안 되는 작품이에요. ‘라캄의 보물’ 시리즈부터는 ‘아독 선장’이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해요. 땡땡이 에르제가 되고 싶었던 완벽한 모습을 반영하는 캐릭터라면, 아독 선장은 에르제가 화를 내거나 술을 먹고 실수할 때의 성격을 반영한 캐릭터래요. 인간의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습이 만화에 담기기 시작한 거죠.

‘달 탐험 계획’, ‘달나라에 간 땡땡’도 좋아했어요. 특히 달 탐험 시리즈에 나오는 우주선은 벨기에에서 엄청 상징적인 존재에요. 한국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존재가 세종대왕이라면, 우리한테는 땡땡과 여기 나오는 우주선이 그런 존재에요.
 
Q 그렇게 좋아했던 캐릭터의 전시전이 한국에서 열리는데다 직접 홍보대사까지 맡게 되어 신기할 것 같아요.
그렇죠. 한국에서 이런 전시가 열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으니까요. 만약 제가 지금처럼 홍보대사를 맡게 되지 않았더라도 저는 이 전시를 열심히 홍보했을 거에요. 땡땡을 정말 좋아하니까요.

만화라는 게 금방 읽히는 장르라, 자극적인 내용만 담은 것들도 있잖아요. 근데 이 만화는 그런 작품이 아니에요. 문화와 교양을 배울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아마 벨기에에 땡땡이 없었다면 만화라는 장르가 그렇게 멋지게 자리잡지 않았을 거에요. 그만큼 에르제는 벨기에 사람들이 거장으로 여기는 작가이고, 만화 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에요.

한국에서도 요즘은 웹툰이 굉장히 인기 있고 좋은 작품도 많이 나오잖아요. 이번 전시를 보시면서 다른 나라의 만화 문화는 어떤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만화를 어떻게 즐기고 소비하는지 만나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바빠서 여행을 잘 못 가시는 분들은 이 만화로 대신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기회가 될 수도 있고요. 특히 만화를 그리시는 분들이라면 다른 나라와 문화에 대한 작품을 그릴 때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반가운 작품은 뭐였나요?
전시 마지막 존에 땡땡의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 모여있는 큰 그림이 있어요. 팬으로서 그 모든 인물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죠. ‘와, 맞아, 저 사람도 있었지!’ 하면서. 에르제의 스케치나 드로잉 같은 것도 좋지만요.
 
Q 올해 6월 초쯤 방송을 잠시 멈추고 자신에게 집중하겠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나서 반 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을 하다 보니 좀 지쳐서 삶을 좀 즐기고 싶었어요. 건강을 위해 운동도 하고, 가족들도 만나면서요.

제가 한국에 오고 얼마 안 있어 방송에 나갔으니까 방송 활동을 한지 12년차가 됐는데, 특히 ‘비정상회담’은 저한테 너무 뜻 깊었던 프로그램이었어요. 요즘 사람들 사이에 세대차이가 많다 보니 서로 대화가 잘 안 이뤄지는데, ‘비정상회담’은 보시는 분들이 ‘엄마는 이거 어떻게 생각해?’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벨기에)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었고요. 그래서 너무 재미있게 했는데, 그걸 기반으로 나중에는 고정 프로그램 여섯 편에 다른 일까지 추가적으로 하다 보니 너무 정신이 없더라고요. 몸도 힘들고, 제가 제대로 하지를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잠시 제 개인적인 일에 더 집중하려고 방송을 쉬었죠. 

최근에 재미있게도 저희 어머니가 방송에 출연하게 되셨어요. KBS에서 하는 요리 프로그램 ‘삼청동 외할머니’인데, 거기 출연하신 다음 요리책 출간도 준비하고 계셔서 요즘은 그걸 도와드리고 있어요.

Q 2004년 처음 한국에 오셨는데, 그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났어요. 그동안 한국이 어떻게 달라진 것 같나요.
그동안 정말 많이 변했다고 느껴요. 처음 왔을 때는 솔직히 외국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전혀 몰랐는데, 지금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삼성이나 현대가 한국 기업이라는 것도 다들 알고, BTS나 한국 영화도 유명하고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도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예전에는 패션이나 헤어 쪽에서 일본 스타일을 따라하기도 했지만 요즘 누가 섀기컷을 해요(웃음). 여러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많이 가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한국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면서 훨씬 더 세계화되었다고 생각해요. 문화적으로도 세계에서 큰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 같고요.

또다른 변화도 있어요. 한국의 할아버지 세대는 배고팠고, 어머니 세대는 가난했잖아요. 그래서 첫째 목표가 부자가 되는 거였는데, 요즘 세대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사니까 자신을 찾는게 가장 중요해진 것 같아요. 예전엔 다른 걸 생각할 필요 없이 돈을 벌면 됐는데, 이제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를 찾아야 하는 거죠. 재미있는 시기 같아요. 물론 그만큼 힘들기도 하지만, 대신 자기 일을 찾아가며 멋진 일들을 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요.
 

Q 외국 생활에 도전해보고 싶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해외에 나간다는 건 정말 모험이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제 경우 누나가 해줬던 말이 되게 도움이 됐어요. ‘사람들이 너한테 먼저 다가갈 거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했었거든요. 해외에 나가면 자신이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된다는 것만 마음에 새기면 될 것 같아요.
 

전 해외에 나가는 건 무조건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자신에 대해서 많은 걸 배우게 되거든요. 겸손해지고요. 저도 한국에서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만약 한국에서 잘 살지 못했다면, 벨기에에서도 잘 살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네가 벨기에에서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행복하지 않은 것보다, 해외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한 게 더 낫다”는 거에요.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게 과연 잘 할 수 있을지, 언어를 잘 배울 수 있을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등인데, 막상 해보면 다 하게 돼요. 처음에만 무서운 거죠.
 

Q 만약 한국과 벨기에가 아닌 제 3국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다면, 어떤 나라에서 살고 싶으세요?
아시아에서 꼽는다면 대만이요. 대만에 갔을 때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해서 좋았거든요. 아시아가 아니라면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살고 싶고요. 유럽에선 비교적 안전한 도시고, 날씨도 너무 좋고, 도시 자체가 너무 예뻐요. 맛집도 많고. 살아보고 싶은 곳이에요.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은요.
저는 사실 미래의 계획을 잘 그리지 않아요. 내가 알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건 현재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도 바람을 꼽는다면, 가족들을 좀 더 자주 보고 싶어요. 언젠가 스페인에 집을 마련해서 1년에 3개월은 스페인에서 살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살면서 왔다 갔다 하면 좋겠어요. 조카도 스페인에 있고, 친형도 스페인에 살고 있거든요. 벨기에와도 가깝고. 
 

그리고 나중엔 지금보다 일을 좀 덜 하면서 살면 좋겠고, 일을 통해서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좀 더 돌봐줄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문화 교류의 다리 역할을 하고 싶고요.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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